2021.01.01-2021.01.07
하염없이 흐르는 강물은 억지로 막을 수 없는 법이다. 정치 세력의 압박과 세간의 시선들, 심지어 죽음마저도 그들의 사랑을 막을 수 없다. 시대상과 맞물린 멜로 영화라는 점 자체는 특별하지 않으나, 눈길을 사로잡는 미장센 요소가 종종 존재감을 드러낸다. 색채를 매개로 서사적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면밀한 의상 디자인 역시 돋보인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애환으로부터 태동한 블루스는 단순한 음악이 아니다. 블루스는 그들의 인생 곳곳에 스며들어 있고 삶의 일부로서 그들과 같이 호흡한다. 음악 영화처럼 보이는 근사한 외피를 벗겨내면, 냉혹한 현실과 맞닿은 민감한 이슈가 드러나고, 사람들의 일상에 스며든 희로애락이 생생하게 피어난다. 뛰어난 형식미나 매혹적인 내러티브를 선사하는 영화는 아니지만, 뚜렷한 주제 의식을 배우들의 역량에 맡겨 감정선을 증폭시키는 모습에서 독특한 면모가 드러나는 작품이다.
P.S. 1 비올라 데이비스의 연기는 실존 인물을 성공적으로 재현한 수준을 넘어, 오늘날 동아시아 한구석에서 살고 있는 나에게 20세기 초반 미국의 사회문화적 정서와 그들의 고충을 잠시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채드윅 보스만의 퍼포먼스도 매우 훌륭했지만, 가장 여운이 남는 건 데이비스의 연기다.
P.S. 2 초기 블루스 뮤지션 로버트 존슨의 노래 중에 'Me and the Devil Blues'라는 곡이 있다. 극 중 악마와의 계약과 관련한 일화에서 이 노래가 떠올랐다.
신화, 전설, 민담 등은 그 자체로 매혹적인 스토리텔링의 원형이 되는데, 감독은 이 작품을 통해 운디네 설화를 설득력 있게 재해석하는 데 성공하였다. 현실 세계에 아무렇지도 않게 픽션을 녹여내는 재치도 인상적이고, 원작 설화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정서를 확장하여 정서적 몰입 지점을 다변화시킨 점 역시 매력이 넘친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작품이다.
P.S. 독일의 역사에 운디네의 사랑 이야기를 투영한 듯 보이는데, 아직 와닿지 않은 지점들이 있었기에, 추후 감상을 통해 더 많은 걸 느끼게 되길 희망한다.
시간 여행 소재의 설정 면에서 지적받을만한 맹점들을 일관된 정서 이입의 전략으로 슬쩍 덮어내는 천연덕스러움이 느껴진다. 가족성을 극대화하는 이러한 연출 방식은 자칫하면 영화 자체의 전형성이 커지는 부작용을 불러오지만, 이 작품은 그 지점을 눈치채고 장르적인 쾌감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게 몰입도를 살리고 단점을 최대한 희석시키려 한다.
중간계 종족들과 사우론의 대립 구도에 중립적인 자연이 끼어든 점이 영화를 흥미롭게 만든다. 헬름 협곡 전투신의 압도적인 존재감으로만 요약해버리기엔 다양한 매력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스미골/골룸의 이중인격을 아주 간결하고 확실하게 편집한 구간과 각 개체들의 고뇌와 선택이 동반되는 양상에 집중하려고 한 점도 인상적이다.
어느 것 하나 정해지지 않은 불확실한 양상이 미래를 내다보기 혼란스럽게 만들지라도, 현재에 몸담은 존재는 불확실의 늪 가운데 미약하게 숨 쉬고 있는 가능성을 믿을 때 비로소 삶을 헤쳐나갈 동력을 얻는다. 아무런 근거 없이 반지 운반자 프로도의 여정만을 믿고 목숨 바쳐 싸운 중간계의 종족들이 그랬고, 아라곤과 함께하는 미래에 모든 걸 걸고 영생을 포기한 아르웬이 그랬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메시지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 IM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