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의하루
대한민국에서 자영업자의 장녀로 살아간다는 건, 아주 빈번하게 가게에 올라가야 함을 뜻한다. 주말이나 공휴일은 특히나 더 그렇다. 나의 선택과 의지와는 아주 별개로 말이다.
거기다가 가끔씩 내가 일정이 비고, 엄마가 외부에 일이 있으면 내가 하루 종일 있을 때도 있다. 가게에서 점심, 저녁 영업을 하면서 하루 종일 있으면서 알게 된 건, 자영업자는 정말 바쁘구나-였다.
#자영업자의하루
엄마가 하는 일이 많아서 그리고 전화 통화를 너무나 사랑하는 덕분에 전화 연결이 안 될 때가 많다. (방금 밥 먹고 헤어졌는데 또 전화로 해야 하는 이야기는 뭘까?)
그래서 엄마랑 이야기할 일이 있으면 전화하지 말고 가게로 가는 게 더 빠르다!
전화는 받으라고 있는 건데, 당최 받질 않으니까 갑갑했는데 내가 온종일 가게에 있어보니까 엄마가 왜 내 전화를 안 받는지 100%는 아니지만 70%는 수긍이 갔다.
(설마 일부러 안 받는 건 아니겠지?)
#바빠도너무바쁘다
보통 하루 일과는 이렇다. 가게 오픈을 10시에 한다고 치면 오자마자 영업 준비를 한다.
11시에 후다닥 밥을 먹고 넉넉히 2시까지 점심 영업을 한다.
그리고 이전 글에 썼다시피 4시에 저녁을 먹고 좀 쉬다가 5시부터 다시 저녁 영업 준비를 한다.
이런 하루 속에서 내가 쓸 수 있는 가용 시간은 2시부터 4시까지 딱 2시간이다. 저녁을 포기하고 간단하게 먹는다고 치면, 3시간이 되겠다.
즉 나는 보통 2시간, 최대 3시간 동안 못다 한 일을 해야 한다.
아프다면 병원도 가거나, 치과도 가거나 한다. 얼마 전 종합소득세 신고할 때는 세무사랑 계속 통화하고, 은행에 카드사에 각종 공과금 처리하려고 정신이 없었다.
이런 날이 늘 있는 건 물론 아니다. 설령 이런 특별한 일이 아니더라도 누군가를 만나려고 해도, 쇼핑을 하려고 해도, 운동을 하고 싶어도, 쓸 수 있는 시간은 2~3시간 밖에 없어서 자연스레 바빠질 수밖에 없다.
계절이 바뀌어서 신메뉴 개발이라고 할라 치면, 남는 시간에 메뉴 구상을 하거나 가게에 필요한 물품들을 구비하러 가는 등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 혼자서 생각하고 고민하는 일이라면 영업시간 끝나고 해도 되지만, 주위 사람의 의견이 필요한 경우(예. 시식, 메뉴 추천)나 물품을, 식재료를 사러 외부에 나가야 하는 경우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보니까 빡빡하게 움직이는 편이다.
회사 다닐 때는 자영업자가 외롭다는 건 알았는데, 시간 가용은 편하게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옆에서 봐왔으면서도 막상 내가 직접 해보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것 같다. 오히려 자영업자라서 언제 손님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설령 지금 텅 비어있다고 하더라도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다.
30년을 일한 엄마의 지론은 “문을 자주 닫는 가게는 금방 문을 완전히 닫게 된다.”이다.
나는 이 말을 아주 자주 들어왔고, 사실 잘 실감을 못했다. 그런데 내가 가려는 카페나 식당이 갈 때마다 문이 닫혀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음에는 안 가게 될 때, 비로소 이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가게에 올라가게 되는 걸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