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미혼 장녀입니다만…#9

#방통대시험기간

by 세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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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이 어려운 방통대

앞서 이야기했듯 우리 엄마는 방통대를 다니고 있다. 방통대라고 해서 모든 수업을 다 인터넷 강의로 듣는 건 아니고 출석 수업이란 것도 있고, 기말고사는 직접 시험장에 출석해서 오프라인으로 보기도 한다. 막상 1년쯤 (엄마가) 다녀보니까 방통대가 졸업이 어려운 학교로 소문난 이유를 조금 알 수 있었다.


우선 학교 홈페이지 시스템이 굉장히 복잡하다. 나도 아직도 헤맨다. 그리고 동기가 없이 모든 걸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생각해보면, 가끔 시험이나 과제 까먹었어도 동기가 말해주거나 아니면 학교 가서 분위기 보고 ‘아차’싶을 때 있지 않나? 그런데 방통대는 (엄마가) 경험해보니까, 정말 시험 날짜를 착각해서 못 가서 졸업 못했다는 이야기가 절대 농담이 아닌 걸 알 수 있었다.


대부분 혼자 알아서 해야 하는 구조여서 동기가 생기기 어려운 구조다. 그래서 방통대에서는 멘토 제도도 갖추어놓았고 과마다 재량껏 스터디그룹을 운영한다. 원격 수업인 데다가 20대부터 80대까지 모두 다니는 방통대의 특성상, 동기를 사귀기 어렵고 선후배를 접할 기회가 없어서 학교 생활에 적응을 잘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좋은 취지로 시작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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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는 날이야

엄마도 처음에는 몰라서 그냥 혼자 알아서 했는데 우연히 멘토와 연락하다가 과 내에 있는 스터디그룹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얘기를 들어보니 가면 꽤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스터디그룹에 참가하려고 했는데 일하는 사람이 많이 다니는 방통대의 특성상 스터디 그룹이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한다고 한다.

7시 30분이면, 가게는 한창 바쁠 시간이다.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자영업자의 특성상 일할 사람이 필요하다. 근데 일할 사람은 없고(나 말고는) 스터디그룹에 가보고는 싶고 해서 엄마는 고민하다가 나에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냈다.


‘오늘 학교 가는 날이야’

그런데 하필 나도 그날따라 몸살이 와서 몸이 아주 안 좋았고, 내 일까지 있었다. 그런데 내가 안 하면 또 방법이 없지 않나. 그래서 엄마랑 옥신각신했다.



‘미리 좀 말해주지!’

미리 말해줬더라면, 재택근무하는 내 일의 특성상 내가 일을 좀 조절할 수도 있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되었으니 나도 골치가 아팠다. 몸 상태라도 좋았으면 으쌰 으쌰 하면서 다 해냈을 텐데 몸살감기로 헤롱헤롱 거리고 있어서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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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참, 장녀의 책임감이라는 게 참 재밌다.

막상 엄마가 학교에 안 간다고 하면 괜히 나 때문인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고(나는 심지어 죄책감까지…),

그렇다고 엄마가 학교에 가면 내가 일을 다 처리해야 하는데, 내 일도 있고 내 시간은 한정되어 있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결론은?


늘 그렇듯, 내가 가게에서 일했다.

제발 우리 엄마 빨리 졸업하게 도와주세요 내가 다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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