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미혼 장녀입니다만… #12

12 #딸은심부름꾼

by 세레나

“김박사가 5천 원 올렸네.”


우리 동네에는 김박사라고 유명한 소고기집이 있다. 근데 김박사에서 엄마한테 따로 연락을 줄 정도로 단골은 아닌 거 같은데, 연락이 왔다고 해서 의아했다.


“엄마, 그 정도로 단골이야?”

“그럼 나 단골이지. 어제도 시켰어.”


배달이 되는 곳이 아닌데… 정말 이상했다.


“원래 5천 원인데 이제 1만 원이래.”

소고기가 5천 원? 뭔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알고 보니까 김박사라고 심부름 대행업체가 있다고 한다. 바쁜 일이 있거나 급히 필요한 뭔가가 있으면 종종 부탁한다고 하는데… 김박사 서비스 이용료가 올랐다고 하면서. 왜 굳이 김박사 이야기를 꺼내냐면 가끔씩 나야말로 김박사 아닌가 싶을 때가 있는 일이 생겨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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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심부름꾼

오늘은 쉬는 날이어서 업무에 필요한 책을 읽고 있었는데,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움푹 파인 모양이어야 하고 너무 얇으면 안 돼. 양은 600ml쯤 담길 그릇이 필요한데, 어디야? 밖이면 좀 알아보고 오라고.”



밖이라고 이미 했으니 여부가 있나. 근처 마트와 그릇 가게를 돌면서 시장 조사를 착착하고 필요한 상황과 인원을 고려해서 내 선에서 1차 커트하고 적당히 몇 개 골라서 사진을 찍어서 엄마에게 보냈다.

엄마가 최종 결론을 내리기를 기다리는데, 늘 그렇듯 결정권을 쥔 사람들은 항상 쉽게 결정을 안 내린다.


그럼 나는? 하염없이 답변이 오기만을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우리가 필요한 수량이랑 안 맞아서 패쓰. 다른 곳도 갔지만 마땅치 않아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또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아직 밖이면 아이브로우 좀 사 와.”


밖이라고 화장품 가게가 다 있는 건 아닌데… 이미 집에 다 왔지만… 자리를 못 비우는 자영업자의 상황을 이해하니까 다시 화장품 가게로 나갔다. 화장품을 사서 나오는데, 다시 또 연락이 왔다.


“아직 밖이지? 그러면 마트 가서 사 올 게 좀 있어.”


아니, 밖이라고 다 해야 하냐고!! 날도 덥고, 이미 내 짐도 많은데. 그리고 마트를 하루에 몇 번이나 가는 거냐고. 마트 간 김에 한 번에 이야기하면 참 좋은데 생각나는 대로 툭툭 던지니까 나는 진짜 환장할 노릇이었다.



“한 번에 좀 이야기해! 벌써 몇 번째야!”

자리를 못 비우는 자영업자의 상황을 이해하지만 내 인내심은 여기까지가 한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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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각나는 걸 어떡하라고. 생각나야 이야기를 하지.”


가끔 보면 논리왕이시다. 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쯤 되면 우리 동네 김박사는 나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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