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징계위원회 진술이 수사 자료로 이어집니다
부당한 징계에 맞서라
당신이 사내 징계위원회에서 진술한 모든 내용은 거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당신의 사건이 사법기관에 고발로 이어질 경우에는 해당 자료들 일체는 경찰로 이첩될 수 있습니다. 회사는 수사의뢰하는 과정에서 가능하면 모든 증빙 자료를 제공하려고 할 것이 분명합니다. 아울러 근로자로서 단순히 사내 문제 정도로 인식하여 회사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모습을 취하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스스로 반성하고 인정하는 듯이 진술해 버린 내용은 추후 경찰 수사에서는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습니다.
모든 사건은 경중을 떠나 각별히 신경 써야 함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사내 징계와 경찰 수사의 경우는 달리 판단해야 합니다. 물론, 사내 징계가 해고 처분과 같은 극단적인 경우에는 적극적이고 철저한 대응을 해야 합니다. 당신의 직업적 안위를 지켜야 하는 문제와 명예의 회복을 어떻게 시킬 것인가의 문제와도 결부됩니다. 근로자로서 회사의 문제가 경찰로 고발되기에 앞서 주의해야 할 점과 고발되었을 때 대처를 어떻게 하면 좋은지 살펴보겠습니다.
회사는 사내 문제가 발생하면 내부적으로 감사라는 절차를 진행합니다. 일반적으로 감사 결과에 따라 사내 징계가 선행적으로 이루어지며, 중징계 처분을 내리는 경우이며, 추가로 고발 조치합니다. 회사에서 근로자를 경찰에 고발하여 수사를 받게 하겠다는 결정은 해당 사건이 단순하지 않고 심각하다고 판단한 경우로 봐야 합니다. 업무상 횡령 및 배임, 폭행치사, 음주에 의한 사망사고, 성폭행, 직장 내 괴롭힘 등 심각성이 느껴질 만한 사건이고, 기타 국가 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 편취, 뇌물수수와 같은 공직윤리 위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과 같은 사례들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라면 흔히 접할 수 있는 사건들이 아닙니다. 직장 내에서의 문제들은 소소한 경우가 많으며, 자체적으로 잘 마무리됩니다. 회사 입장에서도 대외적으로 논란이 되어 조직이 지역 사회에서 시끄러워지는 것을 꺼립니다. 가능하면 내부적으로 차분하게 정리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신의 직장이 공기업이라면 다릅니다. 공기업은 사건이 발생되면 원칙과 기준 그리고 절차에 따라 처리해야 합니다. 특히, 최근 강화된 공직윤리 강화 정책에 따라 중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정 규모 이상의 회사이거나 공기업인 경우에는 직원의 징계에 앞서 감사를 실시합니다. 감사 진행은 해당 근로자의 하위 직급이나 주변부터 참고인 조서를 시작합니다. 감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조직 내에서 회자되기에 당사자로서 사전에 충분히 인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당 사건에 대하여 자신의 책임이 어느 정도인지 스스로 파악이 가능합니다. 일단 감사 부서에서 호출이 오면, 즉시 출석하겠다고 하지 말고, 관련 자료를 살펴볼 시간적인 여유를 달라는 명분으로 1주일 정도 시간을 미루면서 대안을 고민할 것을 권합니다. 1주일 정도 기한을 늦춰달라는 요구는 대부분 수용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건의 심각성 여부를 철저하게 분석하여 대응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필자는 채용 관련하여 상급 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최근 들어 공기업의 채용 문제는 아주 철저한 감사와 징계 처분으로 이어집니다. 하여,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겠다고 판단하여 사내 징계위원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즉시 변호사를 선임하였습니다. 짧은 기간에 변호사에게 모든 내용을 숙지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당사자인 자신이 직접 진술하거나 소명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감사 기관에 조사받게 되는 당사자로서 법률 대리인 동행으로 감사를 받겠다고 사전 통보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변호사 대동으로 감사를 받았습니다. 감사 기관 역시 고압적이거나 의도적인 행위는 주의하는 눈치였습니다.
이렇게 발 빠르고 선제적인 대응은 먹히기도 했습니다. 당초, 채용 관련하여 전반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회사에는 풍문이 무성했습니다. 본 사건은 경찰로 고발이 될 것이다. 해당자들은 감사 결과에 따라 중징계 처분이 된다. 해당자들은 미리 사표를 내는 것도 현명하다 등 여론몰이 감사가 진행되었습니다. 하지만, 필자는 차분하게 임하였습니다. 이런 식의 여론몰이 감사야말로 부당하게 진행될 것이 농후하다고 판단하여 선제적으로 법률가의 조력으로 대응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변호사를 대동하여 감사를 받았고, 풍문과는 달리 해당 사건은 더 이상 경찰로 고발조치 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추후에 통보된 감사 결과보고서는 실무자와 달리 관리자에 대하여서는 경징계 처분할 것으로 적시되었고, 사내 징계로 마무리되었습니다.
아울러 회사가 사내 징계 과정에서 취득한 모든 자료들은 경찰 수사 자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직위 해제와 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직무 배제를 먼저 시킵니다. 이어서 경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징계를 합니다. 그러나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한 6개월 이상이라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으로 회사는 자체적으로 근로자를 압박하기 위한 차원에서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일단 중징계라는 초강수를 의도적으로 내리기도 합니다.
회사의 이런 선제적 징계 처분은 근로자에게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경찰 수사 결과에 앞서 이미 사내 징계가 이루어진 경우이므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재차 사내 징계는 불가능하게 됩니다. 다만, 경찰 수사가 검찰로 송치되고, 기소되어 재판을 받게 되고, 그 판정 결과가 금고 이상의 실형이 나왔을 경우에는 인사 조치가 추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이 재판까지 가게 된다면 적어도 2년이라는 상당히 긴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 사이 근로자는 자신의 거취에 대하여 충분하게 고민해 볼 수 있으므로 일시적으로 미뤄도 될 사안으로 생각해도 될 것입니다.
근로자로서 사내 징계위원회 자리에 참석하여 진술하는 내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술 내용은 추후 경찰로 고발될 경우에는 모든 자료들이 경찰에게 제공됩니다. 하여, 사내 징계 과정에서 무턱대고 인정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사내 징계위원회 소명 과정에서 근로자가 인정하였던 내용에 대하여, 추후 이어지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부인할 수 없게 됩니다. 그러므로 해당 사건이 심각성이 우려될 정도라고 판단된다면, 일단 사내 징계 과정에서부터 말을 최대한 간단명료하게 하면서 아낄 필요가 있습니다. 아울러 본인에게 불리한 내용에 대하여 세련된 표현으로 진술을 거부하거나 방어적인 태도를 취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사실이 아닌 내용에 대하여 인정하듯이 답변하고 기록으로 남겨서는 안 됩니다. 그 자료가 모두 경찰로 이첩됩니다.
먼저, 해당 사건이 엄중하다고 판단되면, 사내 징계위원회 대응부터 전문가의 조력을 받고, 필요하다면 변호사와 동행 참석하여 대응하는 것도 현명합니다. 필자는 공기업에 근무한 관리자로서 사건이 대두되었을 때, 회사가 의도적으로 중징계를 일삼아 사퇴를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징벌 적으로 중징계를 일삼으려는 의도를 갈파하였습니다. 하여 이럴 때일수록 혼자만의 어설픈 대응이 아니라 전문가와 함께 하는 적극적인 대응으로 사건 초기부터 기선 제압하는 것도 좋겠다고 판단하였고, 즉시 변호사를 선임하여 노련한 대응을 하였습니다.
경찰로 고발된 사건이라면, 당신은 당연히 변호사를 찾아가 상담하는 등 적극적으로 임하게 됩니다. 하지만, 변호사들이 상담 과정에서 대부분 찾아온 내담자에게 긍정적인 부분을 강조하여 일단 사건을 수임하려고 들기에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그저 사건의 경중 정도로 가벼이 자문합니다. 변호사들은 하나같이 “다투어 볼 만하다.”라고 의견을 제시합니다. 경찰로 고발되었다고 무턱대고 변호사의 말에 휘둘려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감사 기관에서부터 시작된 당신의 말 한마디와 진술 내용들에 대한 정당성입니다. 그 누구보다 당사자인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해당 사건에 대하여 회사의 징계 과정에서 그 책임의 경중, 회사가 제시한 증거들, 자신에 증명한 증거들 그리고 향후 자신의 미래를 위한 거취 등 두루 살피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