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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O이진 May 13. 2023

우리 회사에는 사수가 없어요

사회생활 고추가루에 눈이 따갑고, 맨 땅에 헤딩하니 머리가 아프고...




적당한 시기를 거치고 평균적인 교육을 받았다면 보통 20대부터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됩니다. 보통 대학을 갓 졸업한 뒤에 취업하게 되면 겸손한 마음과 함께 초보 운전 병아리 노란 딱지를 붙이고 다닐 수 있고 누구든 귀여워 해주고 보살피고 보호해 줍니다.


개발자는 항상 공부해야 하는 직업이지요. 동료들과 건설적인 경쟁을 하며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공부합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름 마음에 맞는 책을 골라잡고 토이프로젝트를 하기도 하며, 나날이 실력이 느는 것 같아 기분이 좋고 문득 기발한 아이디어가 떠올라 대박을 꿈꿉니다. 역시나 시키지도 않은 철야 근무를 하며 학부 시절 잘 배워둔 근사한 알고리즘 몇 가지를 코딩에 적용하며 뿌듯해 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 아주 좋습니다. 수습기간도 지났고 회사 사람들도 모두 얼굴을 알게 되었고 친한 사람도 생겼으며 대부분 직원들의 이름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진짜 현실이 보일 때가 되었습니다.

매일 같이 공유되는 일감이 항상 쌓여 있고, 매 시간 마다 잡히는 영양가 없는 회의, 옆자리와 앞자리에 앉은 찌들어 있는 얼굴들, 자리에 돌아오면 책상에는 다행히 듀얼 모니터를 지급 받았으나 웹브라우저 띄우는 데도 잠깐 한 눈 팔게 되는 어딘가 답답한 속도의 컴퓨터, 개발 툴 셋팅을 모두 마치면 용량 부족을 알리는 빨갛게 변하는 C드라이브 폴더 표시...하~ 정말 이건 좀 없어보인다. 자존감이 내려앉습니다.


나 이 회사 계속 다녀도 되나? 그만 할까 싶어집니다.

하지만 여기가 첫 회사다 보니 다른 데랑 비교할 만한 경험도 없고 정말 막막하기만 합니다. 유튜브와 기술 블로그에는 나보다 연차 낮은 새내기들이 쓴 글과 코딩은 얼마나 똑부러지게 잘 써놓았는지 부럽기만 합니다. 정말 왠지 공부 안하면 뒤쳐질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박차고 나간다해서 '네카라쿠배'를 넘볼 만한 실력도 안되는 것 같고 답도 없는 하루 하루가 갑니다. 그저 걱정, 걱정 뿐입니다.



이 회사에서 정말 가장 큰 걱정은 보고 배울 스승이 없는 것입니다.

꿈과 희망을 가지라던 사장님은 맨날 바쁩니다. 면접 때 한 번 스치듯 얼굴 보고 목소리 들었을 뿐 다음에 보면 알아볼 수 있을지나 모르겠습니다. 영업팀 보스와 지원팀은 매일 불만 가득한 메일 내용을 보내오고 군시렁 대며 일정을 묻습니다. 왕초보 병아리 주니어 개발자의 심정은 바람 앞의 등불 같습니다.



'어쩌지요? 저는 일정관리도 할 줄 모르고요. 회사 경영진은 항상 이랬다 저랬다 우선순위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모두들 자기만 급하다 하고 중요하다고 해요.'


'내가 만든 로직으로 서비스 멈추지 않고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까요? 오류나면 바로 수정해야 하는데 금방 찾아내서 잘 고칠 수 있을까요? 이런 것들 다 중요해 보이는데 정말 내가 정해도 되는 걸까요?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내 동기는 다른 부서, 결국 개발팀에 개발 실무자는 나 혼자 뿐인걸요.'



이럴때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막연한 두려움, 아니 실제하는 이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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