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간 스타트업에서 겪은 일 ep.1

written by Han

by Han

[첫 회사 입사 스토리]


2015년 7월,

나는 뉴질랜드에서 한국으로 돌아와 싱가폴 대학원을 가기위해 준비하고 있었고, 당시 싱가폴 유학을 준비한 이유는 아래와 같았다.

1. 친형이 싱가폴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자리를 잡으며 강력 추천 함

2. 뉴질랜드에서 1년간 공부해 본 영어가 지난 6~7년간 공부해온 중국어보다 훨씬 쉽다고 느껴 1~2년 정도 더 투자하고 싶음

3. 중국어 학과라는 내 전공을 바꾸고 싶은 마음 + 집안의 강력추천


반면에 괜히 도피하는 느낌도 드는 것 같아 한국에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기도 하였고, 직장을 구해보기도 했었다.

나의 우선순위는 1)싱가폴 유학 2)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진학 3) 대기업 직장인이 되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서울로 상경한 사촌형과 함께 고시원 생활을 좀 했었는데, 교대에 있는 '허브레지던스'라는 굉장히 허름한 고시원에서 월세 40만원을 내고 침대를 빼서 같이쓰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날 관리하시는 총무님이랑 대판 싸웠다. 날씨가 너무 더워 꺼져있던 공용 에어컨을 내가 몰래 틀은 걸 CCTV로 확인하고 나에게 화를 낸 것이다.

안그래도 마음에 안드는 곳에서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나는 "내일 퇴실 하고 전기세 나오는 것 전부 다 낼테니까 오늘 에어컨 틀어줘요."라고 큰소리치고 나왔고,다음날 사촌형과 없는 돈을 쥐어짜며 월 70만원의 좋은 고시원으로 옮기기도 했었다.

그렇게 이사를 마친 다음날, Y 라는 회사의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다.

한국에서 중장기 거주하는 사람들의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것이 목표라던 Y를 보고 고시원의 불편함을 직접겪던 나는 회사의 Vision에 공감하며 곧바로 지원하였다. 면접은 대표님과 이사님 2분이 참석하셨고, 나는 내가 니즈 그 자체라며 뽑아달라고 말씀드렸다.


내가 결코 뛰어난 사람은 아니었지만 채용되었고, 나는 기존의 선택지에는 없던 스타트업 회사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심지어, 그곳에서 6년이라는 시간동안 근무하며 정말 많은 일들을 겪었으며, 사회 첫 발을 내딛게 되었다.


[첫 출근, 첫 업무, 첫 투자]


2015년 12월, 나는 역삼역 인근에 위치한 조그만한 오피스로 첫 출근을 하게 되었다.

회사에는 10명 정도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대표이사를 포함한 3명의 이사진, 영업팀장 1명, 플랫폼 운영 직원 1명, 중국인 영업 직원 2명, 개발자 2명, 재무팀 1명 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나는 플랫폼 운영 팀원으로 입사하게 되었으며, 3개국어를 할 수 있으므로 호텔과 에어비엔비 매물 몇개가 등록되어 있는 홈페이지에 간간히 들어오는 외국인 응대를 하는 플랫폼 영업과 홈페이지에 들어온 외국인들에게 보여줄 매물을 업데이트하는 서플라이 업무를 맡게 되었다.

그렇게 첫날 출근하여 대표이사, CS 팀 이사, 마켓팅 이사, 영업 팀장과 1:1 면담을 하며 듣게 된 구성원들의 높은 학력과 무시할 수 없었던 그들의 화려한 경력을 들으며, 점점 회사에 대한 기대가 커졌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었지만, 구성원 대부분은 SKY를 졸업하였고, 경력직들은 국내 최고 기업에서 근무한 경험을 갖고 있었는데, 당시 사회 경험이 전혀 없던 내게 이런 부분들은 그들이 나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게 했었다.

내 자리는 대표이사의 옆자리였던게 기억난다. 첫 날 저녁 7시가 되자 본인 컴퓨터를 빤히보던 대표님은 내게 "퇴근시간이네요. 업무 없으시면 편히 퇴근하시면 돼요" 라고 친절하게 말해주었다.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이 한마디에서 전달받은 느낌을 기억하고, 팀장이 된 후 지난 6년간 퇴근시간이되면 직원들의 퇴근을 항상 신경써왔던 것 같기도 하다.

가방을 싸고 퇴근하려고 하자 영업 팀장님께서 “내일은 신촌역으로 출근하시면 됩니다. 신촌 현대백화점 앞에서 봬요”라고 말하였다.


이튿날, 내가 뭘 하게 될지도 모르고 나간 신촌역 커피숍에서 영업팀장 S를 만났다. S는 나에게 회사 팜플랫 하나를 보여주며 “오늘 이걸 들고 임대인을 설득할 거에요. 홈페이지에 방을 등록시켜주고 못하겠다고 하면 대신 등록해주면 되요”라고 했다.

그리고는 커피숍을 나와 현대백화점 뒷골목에 있는 원룸 촌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오른쪽에 있는 하숙집 건물에는 전화번호가 붙어 있었고, S는 거기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주인아주머니께 S는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희 지금 건물 1층인데 잠깐 만나뵐 수 있을까요? 아 방 때문에 좀 여쭐게 있어서요. 세입자는 아니구요..아..부동산도 아닙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는 나를 데리고 4층으로 올라갔다. 문이 열려있는 하숙집 테이블에 아주머니가 “뭐에요?”라고 물으셨고, S는 “안녕하세요. 저희는 Y라는 부동산 플랫폼 회사입니다. 부동산은 아니구요. 외국인 학생들이 잠깐 거주할 수 있는 방들을 찾고 있어요. 홈페이지에 방을 등록하시면 외국인들이 보러 올겁니다…”

참고로 지금은 주거용 스타트업이 매우 많고, 외국인 유학생도 많이 늘었지만, 2015년까지만 해도 직방/다방을 아는 사람도 드물었다. 아주머니는 “사기꾼이네..학생을 데리고 와서 말하든가”하면서 우릴 내쫒았다. S는 씁쓸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잘봤죠? 이제부터 오른쪽은 Han이, 왼쪽은 제가 이거 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루 종일 신촌을 돌아다니며 집주인을 2명 설득(?)해서 홈페이지에 매물을 등록했다.

다음날 사무실에 돌아가니 홈페이지에 자연유입된 외국인을 응대하였고, 등록한 매물에 관해 설명하였다. 외국인들은 더 좋은 방을 원했고, 금요일에는 매물 등록 개수와 미팅 횟수 등을 분석하였다. 나는 외국인들이 원하는 방과 실제 한국 원룸의 차이를 점점 느끼며 매물의 갯수와 퀄리티를 늘려갔다.


그렇게 돈 한 푼 못 벌면서 방과 세입자를 연결시켜주며 플랫폼 사업의 가능성에 대해서 매일 고민하고 방향을 바꿔가던 어느날, 유학생들 단기 방을 찾아주던 외국인 직원이 1년짜리 방을 찾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얘기를 하게 되었다. 이러쿵 저러쿵 하다 결국 우리는 그들에게 동네 공인중개사를 소개해주며 장기 계약을 시켜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지만 우리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를 계산하는 법도 몰랐고, 부동산에게 중개 수수료를 나눠 받지도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학생들에게 번역서비스를 해주었다며 서비스 수수료 6만원을 컨설팅 비용으로 받았는데, 다행히 방을 구하지 못하고 끙끙대던 학생들이 흔쾌히 지불해주었다. 뿐만아니라 친구들에게 우리 서비스에 대하여 좋게 소문을 내며 우리에게 동기부여를 주었다.

그리고 얼마 후, 우리는 모 투자사로부터 seed 투자를 받게 되었다.


[부동산 사업, 두번째 투자]


Seed 투자를 받은 우리는 본격적으로 부동산 사업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그동안 해왔던 계약들을 종합하다 보니, 공동중개라는 개념을 이해하게 되었고, 임대인 DB를 갖고 있는 부동산과 임차인 고객이 있는 부동산에 중개비를 SHARE하는 것은 부동산 시장에서 굉장히 흔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논리상 아무 문제 없었지만, 이전까지 돈 한푼 나누어 주지 않고 많을 땐 한달에 100건 이상의 계약을 받아오던 부동산들은 우리의 부동산 사무소 설치가 달가워 할리 없었다. 그러면서 부동산들과 항상 협업을 해야하는 영업직원들이 지쳐 그만두는 일들도 발생했다. 급한마음에 부동산들에게 돈을 안받겠다고도 하였지만 부동산을 차리자 위기를 느낀 몇몇 부동산들은 Y 직원들과는 계약 하지 않겠다며, 집주인들에게 외국인들은 집을 더럽게 쓴다며 나쁜 소문을 냈다.

당시 나도 필드에서 직접 계약을 하 던 경우들이 종종 생겼는데, 한국말이 어눌했던 외국인 직원들이 부동산에서 당하고 있던 모습들을 보면서 부동산과 한판 했던게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는 어쩔수없이 우리와 하겠다는 부동산들만 찾아 공동중개를 하게 되었다. 계약갯수가 늘어나며 우리의 입지가 점점 커지자 기존에 우리와 진행하지 않겠다던 부동산들은 1/3을 쉐어해주겠다며 우리에게 협상을 요청해왔다. 맘 같아서는 필요없다고 하고 싶었지만, 부동산 중개를 해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이다.

고객에게는 친절도 중요하지만 매물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적절하게 타협하며 계약을 정말 엄청나게 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부동산 사업을 안정화 했고, 두번째 투자로 2017년 6월 두자리 수 금액의 Pre-Series A 투자를 받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