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A 투자 후 영업 방식의 전환과 적응하기 쉽지 않았던 현실]
입사한지 1년이 지난 후, 나는 파트장이 되었다. 변한건 크게 없었지만 승진이라는 개념에 기분이 좋았고 내가 뭔가 된 것 같았다. 그리고 수억의 Pre-A 투자를 받으면서 팀명을 온라인 팀으로 변경하게 되었다. 당초 나는 인턴 2명, 정규직 1~2명의 규모로 팀원을 관리했다.
H대 인근에 개설한 오프라인 부동산 지점은 K지역, S 지역에도 지점을 내게 되었다. 추후에 지점도 개설하였지만, 코로나로 인해 우리가 주도적으로 해오던 사업은 K 점, H 점 ,S점 세 지점이 대부분이었다.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지만, 우리는 본사에 온라인 직원 4~5명을 상주시키고, 각 지점에 공인중개사 1명, 오프라인 영업직원 2명, 중개보조원 1명을 배치 하였다.
플랫폼 사업이 언젠가 J-커브를 그릴 것이라고 꿈꿔왔던 우리의 사업을 실현시키기 위한 영업방식의 전환이었다. 변경된 영업방식은 아래와 같았다.
1. [온라인 팀] : 본사로 들어오는 문의를 오프라인 직원들과 매칭
2. [중개보조원] : 스케쥴링에 맞춰 적합한 매물을 준비
3. [오프라인 직원] : 방문하는 고객에게 준비된 매물을 룸쇼 및 협의
4. [공인중개사] : 계약 가능여부 검토 및 계약서 작성
지금와서 계약 방식을 글로 작성하니 술술 적히지만, 無에서부터 시작했던 스타트업에서 근무해 왔던 모든 분들이 동의하실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지나온 현실은 정말 녹록치 않았다.
온라인 팀원들은 지역에 대한 이해 없이 중구난방 하게 스케쥴링을 하였고, 중개 보조원이 준비한 매물은 고객의 문의와 관계없이 매번 비슷비슷한 매물뿐이었다. 오프라인 팀원들은 매물이 마음에 들지 않자 계속 연락하는 매물들만 방문하면서 공동중개를 하겠다고 우겨댔고, 공인중개사들은 등기 사항 검토 없이 계약금을 송금하겠다는 직원들에게 불만이 가득했다.
건물주는 마구잡이로 찾아오는 우리 손님들로 인해 비밀번호를 바꾸고 전화를 안 받았고, 밀려난 예약시간에 1시간 이상 대기하다가 원하지도 않는 낡은 방 2개만 보고 황당해하며 돌아가는 손님들도 빈번하게 발생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대표님이 나를 따로 불렀다.
.
.
.
"한.. 혹시, 12시간 근무 해본적 있어요?"
.
.
.
대표님의 말은 이랬다. GA로는 불가능한 우리 고객들의 모든 문의 내용을 직접 분석해보려고 하고, 예측으로는 대부분 점심시간이나 저녁시간에 문의가 많이 들어오는데, 그게 정확한 수치인지 직접 뜯어보고 싶다는 거였다. 그리고 팀을 안정화 시키려면 온라인 팀에서부터 제대로 된 응대를 해야하는데, 각 직원별 응대내용을 매일 검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아 .. 역시! 안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나는 그 말에 공감하여 바로 오케이 했다. 단 하나의 조건으로 출근시간은 자유롭게 할테니 관여치 말아달라고 했다.
당시 나의 출퇴근은 너무나도 성실했다. 우리 회사는 9시~10시 자율 출근 6시~7시 자율 퇴근이 었는데, 대부분의 직원들은 10시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했었다. 당시 나는 9시반 전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했었고, 한번은 9시 40분에 출근한 나를 보고 "한이 이렇게 늦은건 제가 처음봐요"한적도 있었다. 그런 개근쟁이가 출근시간을 관여치 말라니... 대표님은 기쁜 표정으로 바로 OK를 했다.
그 날부터 나는 몇개월간 12시간 근무를 했다. 오전 11시에 출근해서 저녁 8시가 되면 그 날 직원들이 응대한 것들을 하나 하나 분석했다. 저녁 10시가 되어 문의가 없으면 야근중인 대표님을 불러 회사 얘기를 했다 "오늘은 A가 일을 잘했고, C가 놀았던 것 같다. 내일은 C에게 일거리를 몰아 줘보려고 한다", "이렇게 가면 목요일에 일이 뭉치니 내일은 모든 룸쇼를 다음주로 미룰거다. 안 될 것 같은걸 금요일로 잡으라고 지시하겠다" , "B가 너무 힘들어한다. 내일 내가 나와서 B의 일을 해주고 연차를 쓰라고 하겠다".......
이렇게 얘기를 하다보면 12시가 훌쩍넘어 새벽에 집에 가는 날이 부기지수였다. 다행히 회사 근처 호텔에 장기 투숙을 하고 있던 출장 온 지인이 있었고 그 곳에 얹혀 살았다. 다음날 아침 눈 뜨면 씻고 회사에 와서 오전 10시부터 출근 할 때까지 응대한 직원들의 응대를 검사하고, 그 날 업무를 지시했다.
온라인 팀을 그렇게 안정화 시키며 근무 하던 어느날, 주간회의에서 굉장히 섭섭한 얘기를 들었다. " 오프라인 팀은 인센티브 제인데, 온라인 팀에서 룸쇼를 너무 대충 잡아줘서 힘들고, 중개보조원은 매물을 너무 몰라요."
안타깝지만 사기를 올려야 하는 우리 팀원들에게 이런 얘기를 할 수는 없었고, 내가 나가서 방을 보여줘야겠다고 결정했다. 결정을 하고 나서는 계약이 안나올 것 같은 문의가 들어오면 직접 나가서 룸쇼를 했다. 그리고 계약을 하면 오프라인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며 인센티브에 보탬을 주고 온라인 팀에 대한 호의를 가질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4개월 정도 주말없이 12시간 근무를 하던 어느날.. 대표님이 5시에 퇴근을 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나는 새벽까지 일하고 있는데 대표님은 사라졌다. 그렇게 1주일이 지난 어느날 너무 화가 나서 대표에게 면담 신청을 했다.
"지금 너무 황당합니다. 저는 주말도 없이 매일 12시간 씩 근무 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혼자 일 하면서 제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봤어요?"
정말 눈물이 앞을 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