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워크홀릭 Jun 08. 2018

어느 신입사원의 아파트 장만

공공임대주택의 의미

저랑 함께 일하는 직원은 원래 우리 지역 사람이 아니었는데, 마침 대학을 이곳에서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게 되어 혼자 타향에서 사회생활에 첫발을 내딘 신입사원입니다. ‘애도 아니고 지가 알아서 잘 살아야지.’ 할 수도 있겠지만 타향에서 혼자 삶을 꾸려나간다는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걸 알기에 뭐 챙겨줄게 없나 살피던 차에 이 친구가 쉐어 하우스(Share house)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이 젊은이가 산다는 쉐어하우스가 어떤 구조인가 봤더니 아파트 한 채에 방마다 1~2명이 묵고 화장실, 주방 등은 공유하는 형태더군요. 그런데 쉐어 하우스라는 예쁜 이름과 달리 꽤나 불편한 생활이었다고 합니다.

한 방에 2명이 묵을 때는 본인은 직장인이고 룸메이트는 대학생이라 서로 다른 생활방식 때문에 불편해 방을 새로 알아봤고, 다시 계약한 쉐어하우스에서도 또 이런 문제, 저런 문제로 꽤나 생활이 불편해 몇 차례 방을 옮겼다고 하더군요.

한 가족끼리도 화장실 문제로, 청소 문제로 투닥거리며 사는데, 생판 남인 사람들과 섞여 사는게 그리 쉬운일은 아니죠.


이 친구에게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서 임대하는 국민임대주택을 아냐고 물으니 처음 듣는다는 반응입니다.


우리나라 공공임대아파트는 1989년 노태우 대통령에 의해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목표로 처음으로 시행됐고, 그 이후 영구임대 아파트, 국민임대 아파트, 공공임대 아파트 등으로 세분화 됐으며 정권마다 정책의 이름이 보금자리주택(이명박), 행복주택(박근혜)과 같이 이름만 조금 달라졌을뿐 30년이나 된 제도입니다. 하지만 부족한 공급량에 민간 건설업체 눈치를 봐가며 과거 정권에서 제도를 확 키우지 못했으니,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은 내 딛은 청년들은 잘 알지 못하는게 현실입니다.


수도권과 대도시에서는 영구임대 아파트의 슬럼화, 한 단지 내 임대아파트 동과 분양아파트 동간의 선긋기로 나쁜 이미지도 있지만, 인구10여만명의 작은 지방 농촌 도시에서는 그런식의 계층적 불편함도 없다보니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에게는 훌륭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장기간 저렴한 월세를 내고 살게되면 주거비가 안정되면서 나름 계획적인 재무설계도 가능하고, 보증금 떼일 걱정도 없으니 따로 보증금보험까지 들 필요도 없습니다.


여차저차 이 친구에게 국민임대아파트를 개략적으로 설명하고 신청을 준비했습니다.


우선 임대주택 분양정보를 찾아봐야겠죠? LH청약센터인 https://apply.lh.or.kr/ 로 접속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토지공사(Land)와 주택공사(House)가 합쳐지면서 LH라는 이름이 됐습니다. 워낙 사업범위가 넓어서 홈페이지 메뉴도 많습니다. 그중 임대주택의 분양정보를 살펴봅니다.



분양공고문에는 여러가지 형태의 임대주택 지원에 대한 공고가 지역별로 나옵니다.

이중 공공임대는 일정기간(5년, 10년) 동안 임대 형태로 주거하고 그 이후 자신이 살던 집을 매입하는 조건이고, 국민임대는 2년마다 계약을 갱신해서 사는 월세 형태입니다.(과거에는 영구임대주택과 구분을 위해 국민임대의 거주 가능 기간이 20년이다, 30년이다 구분했었는데 지금은 기한은 없습니다.)


이 중 국민임대주택에 대한 공고문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정부문서 특유의 알록달록함과 강조문구가 많은데요. 워낙 민원도 많고 오해도 많아서 그렇지요. 꼭 알고있어야 할 사항들을 확인해 봤습니다.


1. 소득 및 자산 기준

국민임대주택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제도이니만큼 무주택자이어야 하며 월소득액과 자산규모로 그 기준을 산정합니다.

3인이하 가구는 월소득 3,501,813원 이하인데요. 어지간한 사회초년생이라면 소득기준이 초과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LH는 개인정보 조사에 대한 동의를 얻고 자산조사를 하는데, 개인이 기준이 아니라 세대를 기준으로 한다는 것을 참고해야 합니다. 주민등록 등본 상에 함께 구성되어 있는 가족들이라면 합산해서 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할아버지가 상속해주신 시골땅이 나를 포함한 3형제에게 각각있는데 그 공시지가의 합이 244백만원을 초과한다면 국민임대 주택 입주 대상이 안되는 거죠.




2. 임대조건

분양공고문에는 “단독세대주는 본인의 세대별 주민등록표등본상에 배우자 또는 직계존속 또는 직계비속인 세대원이 없는 자를 말하며, 전용면적 40㎡이하 국민임대주택만 신청할 수 있습니다.”라고 써 있습니다.

따라서 이 공고문에서 혼자 사는 젊은이가 선택할 수 있는 주택규모는 26㎡ 이구요. 대략 보증금 8백만원에 월세 13만원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주택문화와 관념은 월세보다는 전세를 선호하잖아요. 그래서 LH에서는 임대보증금을 올리면서 월세를 깎아주는 옵션을 제공하는데요. 보증금을 22백만원으로 올리면 월세는 6만원대까지 떨어집니다.



 3. 선정방법

전용면적 50㎡미만 국민임대주택은 해당 지역 거주기간을 우선으로 해서 뽑습니다. 따라서 국민임대주택을 신청하려면 미리 실 거주하고 있는 지역 주소지로 주민등록 이전을 해 둬야 하는데, 그 기준일은 공고가 게재되는 날 이전까지로 봅니다. 공고를 보고 주소를 부랴부랴 옮기면 해당되지 않는 다는 말이죠.


이쯤에서 사회초년생들이 꼭 해야 하는 어렵지 않은 재테크를 말씀드리면, 집을 구할 실거주 지역에 세대주로 독립구성하는 것과 주택청약종합저축을 다만 몇 만원씩이라도 부어 놓는 것입니다. 주택청약에서 무주택 기간과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기간이 배점기준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세대주 분리를 하면 이것저것 귀찮아서 부모님 댁에 주민등록을 남겨둔 채로 단독생활을 하는 분들이 있는데, 집장만을 하려면 미리미리 대비해야 합니다.

(참고로,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기간을 늘려주려고 부모님들이 미성년자일 때부터 가입해 주시는 경우도 있는데, 이율이 나쁜지 않으니 좋은 선택이긴한데, 청약가점에 반영되는 가입기간은 2년(24회)까지만 인정해 줍니다.)


이렇게 공고문을 잘 살펴보고 LH공사에서 요구하는 신청서와 서류들을 낸 후 두 달 쯤 지나자 연락이 왔다고 하더군요. 예비자 번호 60번대를 받았다고 시무룩해하는데 국민임대아파트에서는 자주 나오는 일이니 걱정말라고 했습니다.

당첨이 되더라도 보증금 문제로, 자신이 기대했던 아파트와 달라서, 생각지도 못했던 세대원 자산 때문에 여러가지 이유로 계약을 못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걸 잘 알고 있는 LH에서는 예비자 번호를 발부하는 것이니 조금 기다려 보라고 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리 오래 기다리지도 않았는데 보름쯤 LH에서 입주 할 수 있냐고 연락이 왔답니다.

결국 고단했던 타향살이에 주범이었던 집문제는 해결 됐고 이 젊은이에게 남 눈치 보지 않고 맘 편히 쉴 공간이 생겼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공임대 주택 정책은 좀 더 세밀해져야 하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습니다. 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이 함께 조성된 단지내의 차별과 갈등, 저렴한 공공임대주택의 출현 시 나타나는 지역내 주민과 민간임대업자의 반발, 저소득 취약층 주민들로만 구성된 영구임대주택의 슬럼화 등등. 우리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은 아직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저는 여기에 더해서 주변 신도시와 대도시로 빠져나가는 젊은이들로 인해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지방중소도시의 몰락을 막기 위한 수단으로의 공공임대주택 정책도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6.13 지방선거에서도 충분히 시민과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 해야 할 지역의 아젠다라고 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성세대들이 진지하게 젊은이들의 삶을 살펴보고 우리가 줄 수 있는 도움이 무엇일까 고민한다면 청년 주택 문제는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 주어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최저임금법 개정안 유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