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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워크홀릭 Jul 11. 2018

찍먹과 부먹의 지리한 싸움을 보다가

- 스스로 퇴행하는 인간의 사고를 한탄하다.

탕수육이나 돈까스에 소스를 부어 먹을것인가 찍어먹을 것인가 하는 논쟁(?)이 잠잠해졌다간 또 튀어올라오길 강산이 바뀌고 남북종전 선언을 앞둔 상전벽해의 시대에도 부동의 논제로 부활하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탕수육과 돈까스의 근본을 알아보자.

탕수육이 만들어진지 오래된 음식이 아니다.

청나라에서 서양인들이 중국음식에 익숙치 않아 고생하는 것을 불쌍히 여겨 중국인들이 고기를 튀기고 소스를 부은 음식으로 연대가 청나라 아편전쟁 즈음이니 얼마 안된(?) 퓨전음식이다.


// 이 지점에서 원조가 부먹이니 내가 이겼다라고 정신승리하는 독자가 열명은 있으리라 우려한다. -_-;


또 하나의 부먹, 찍먹 싸움을 일으키는 돈까스는 일본의 개화기에 만들어진 음식이다.

묘하게 중국의 탕수육과 비슷한데 왜놈이라고 불릴 정도로 왜소한 체격의 일본국민들을 어떻게 하면 우람한 체형으로 바꿀 수 있을까 서양인들에게 컨설팅(?)을 받아서 만들어낸 음식이다. 육류 생산량이 적은 일본이다보니 적은 고기 양으로도 엄청난 칼로리를 낼 수 있게 만든 이 또한 나온지 얼마 안된(?) 퓨전음식이라 할 수 있겠다.


// 이 양반이?! 서설이 길어?! 그러니까 당신은 찍먹이야? 부먹이야?라고 댓글을 다는 분들은 좀 기다리셔라.


우선 탕수육이나 돈까스의 찍먹, 부먹을 역사적 관점에서 계승해야 할 찬연한 전통이라는 논리를 펴는 것은 별 볼일 없는 논거라는 점에서 일단 유래를 살폈다.


찍먹과 부먹의 논쟁에서 찾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묘하게 우리 사회의 오랜 논쟁들이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흑백논리가 개그의 탈을 쓰고 녹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시점에서 찍먹과 부먹을 모두 선호한다는 걸 밝힌다.

사랑하는 여인과 운우지정을 나누는데 뻣뻣한 엎드려쏴 자세 하나를 견지할 수 없는 일이다.

또한, 성부와 성자와 성령이 하나이듯 찍먹과 부먹과 반반먹 또한 하나라는 믿음을 내려 놓지 않는 인간이다.

이런 나와 같은 존재는 대한민국에서는 양쪽진영으로부터 지타받는 회색주의자며, 아웃사이더이고, 제 잘나 발이 허공에 둥둥 떠 있는 딜렛당트 취급을 받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양자컴퓨터의 시대가 도래했다.

0과 1이라는 이진(Binary)적 사고를 컴퓨터에 심어준 것은 인간이다. 이것은 인간의 다원적 사고체계를 컴퓨터에게 계승시키기에 컴퓨터는 너무 하등했기 때문에 찾은 고육지책이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는 적어도 인간의 사고에 근접해 가리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스스로 0과 1의 논리를 신봉하고 자신의 무한한 사고능력을 가둔 인간들에게 양자컴퓨터는 재앙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오래지 않아 양자컴퓨터에게 부먹과 찍먹을 선택하라는 질문을 하는 인간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컴퓨터는 이렇게 말하리라.

멍청한 인간아! 자신의 낭만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건 꼰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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