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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 청천 Jan 18. 2022

예단 예물 범위 정하기 : 대처

20N年11月






나는 예외일 줄 알았다. '시집갈 때 진짜 빈손으로 가면 구박받는다', '집안끼리 주고받다 보니 처음 생각과 달리 규모가 커졌다', '서로 원하는 것이 달라 언쟁이 있었다' 등의 결혼 준비하면서 일어나는 트러블 스토리의 주인공에서 말이다.


나의 예비 시어머니는 참 좋은 사람 같았다. 삶에 대한 자세가 늘 고마운 마음으로 가득 차 계시는 분 인줄 알았다. 분명 결혼 준비 처음에는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하셨다. 그런데, 그이가 내게 이런 워딩을 전달해왔다.  

"그래도 기본은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

나는 귀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입으로 숨이 허 나왔다.

“뭐라고?"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식을 올리는 지인이 있다. 여기는 신혼집 투룸 빌라의 전세금 일부를 남자 쪽 부모님에게 지원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여자 쪽은 예단으로 1000만 원을 드렸다고 한다. 그러면 보통 그 절반을 돌려주는데 그 돈으로 신혼집 살림을 장만한단다. 예단 다음으로는 예물을 주고받는데 (주로 주얼리 세트 대 시계) 예물은 서로 안 하기로 했단다.


묘하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신혼부부 두 사람 집의 전세금 일부를 지원받았는데, 왜 두 사람이 갚지 않고 여자 부모가 남자 부모에게 현금 예단을 주는 거지? 그리고 그 절반은 또 남자 부모님의 명분으로 신혼부부에게 들어가네? 이 가정의 케이스를 봤을 때 지원해주셨다는 전세금 일부를 듣지 못해서 어느 쪽 부모님이 돈을 더 쓰셨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신혼부부 남자 부모님에게 돈을 받은 것이 되었고 묘한 부채감이 형성되었다. 양가에서 지원해주실 거면 신혼부부에게 직접 얼마씩 지원해주시면 좋으련만.


이해해 볼 수는 있다. 서로 처음 보는 교양 있는 어른들이 모여서, 너네 돈 얼마 있니? 애들한테 얼마 지원해줄 거니? 까놓고 물어볼 수는 없잖아. 그러니까 한쪽에서 무엇을 해주거나 선물을 하면 다른 쪽에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형편 되는 대로 움직이겠지. 그러면 서로 비교도 되고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알아가는 거겠지. 신혼부부는 어쨌든 받는 입장이니까 고분고분하다가 우리가 결혼을 하는 건지 어른들이 결혼을 하는 건지 하다 보면 성질도 나고 감정도 주거니 받거니 할 수 있겠지.  




안 받으면 당당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양가에서 지원받지 않고 결혼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왠 날벼락? 준 것도 없이 기본을 받으시겠다니.  

"어머니가 그래도 기본은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시더라고"

"뭐라고?"

나는 싸늘하게 식는 시체처럼 급진적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적대시했다. 다른 사람들의 분노까지 덧입혀져 수만 가지 감정이 내 안에서 터졌다. 기본?? 받아야???? 이제 와서? 나는 흡사 주인이 신호만 주면 물어뜯을 준비가 된 사냥개 같았다. 나는 여차하면 달려 나갈 공격태세를 갖추고 으르렁거렸다.  

"그래서?"

"장모님이 원하는 게 있으시면 네가 알아서 준비할 것 같았어. 그래서 어머니에게 말했지. 어차피 어머니가 원하는 것 아들 주머니에서 나갑니다. 어머니 현명하게 생각하세요."








음?.......................

위장약 광고처럼 묵은 체기가 한 큐에 내려갔다. 그이의 마음에 드는 대처력에 우수함을 표하며 덕분에 우리는 감정싸움으로 서로를 헐뜯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러나 내 엄마는 예비 시어머니가 기본이라고 생각하시는 이불 한 채를 값비싼 것으로 넣어드렸다. 나는 아들 결혼하는데 이불 하나 바꿔 덮고 싶으셨나 보다 하기로 했다. 그런데 신혼여행 후에 시가에 가서 우리 잠자리에 값비싼 그 이불이 깔려있는 것보고 알았다. 우리가 시가에서 잘 때 덮을 이불 사 오란 말이었구나? 그런 줄 알았으면 아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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