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어떠한 것을 좋아하게 되었나 숙고해본다면 그 끝엔 주로 사람이 있었습니다. 물론 타고난 성향과 취향도 있지만 아주 사소하게 스친 사람의 옷부터 , 내가 오랜시간 지내온 사람이 즐겨듣는 음악 , 가족들의 식습관까지. 나는 다양한 사람들의 *특히 내가 동경하는 사람들의 멜팅팟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비엔나 커피를 즐겨마시고 헤이즐리 무늬의 외투를 즐겨입던 나의 외할머니는 내가 배운 고급문화의 대부분을 전수해준 스승님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그녀의 보석함은 귀를 뚫지않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귀찌들로 가득했는데, 나는 그 영향 탓인지 아직도 까마귀 마냥 번쩍이고 볼드한 악세사리들을 좋아합니다. 영국으로 교환학생을 갔던 시절 혼잡한 사람들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에 이르러 저는 몇블럭 떨어진 공원으로 허겁지겁 도망갔던일이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아주 작은 플리마켓을 하고 있었어요. 그 와중에 제일 번쩍번쩍 빛나는 빨간 색의 모조 보석 반지를 사면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였네요 . 그녀는 내가 아는 여자들 중에 가장 화려한 취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문득 농구 경기를 볼때면 골든 스테이트를 응원하고있습니다. 이건 아주 오래전에 지나간 누군가의 취향이었지만 스포츠에 취향이랄게 없는(저는 정말이지 승패가 갈리는 어떠한 거엔 흥미가 없네요) 저에게는 새로운 일이 없는 한 그 사람의 스포츠 취향이 곧 제 취향이겠지요.
엄마가 저의 어린 시절을 얘기할때에 가장 귀엽고 웃긴 기억을 얘기하자면
chumbawamba의 Tubthumping 라는 노래를 들으며 오래된 엘란트라 조수석에 앉아 고개를 까딱거리던 유치원생 시절 이라고 자주 듣습니다.
그 유치원생은 그 노래가 영국의 민중가요인채도 모른채로 신나게 그 노래에 춤을 추곤했습니다.
나의 엄마, 그녀는 내 음악 취향에 영향을 지대하게 끼친 인물입니다.
아침 잠을 다 지우지 못하고 아침밥을 먹는 초등학생인 저의 귀에 상기된 얼굴로 좋아허는 가수의 신보가 나왔다며 내 취향인 곡을 골라봤다고 이어폰을 끼워주던 그 순간을 자주 생각합니다. 이건 정말 제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두고 두고 곱씹을 소액 종신보험이라고 할 수 있죠.
음악이란 가장 자신을 간접적으로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만 보여줄 수 있는거라 생각하기에 막 친해진 사람들이 쭈삣거리며 노래를 추천해줄때, 그 순간마다 묘한 희열이 입니다.
내게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준 사람들은 제가 친 전기울타리 ; 저의 바운더리 안에 무단 침입 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기울타리가 양의 탈출을 영원히 막지 못하는 것처럼, 이탈은 분명 존재합니다.
때로 나는 떠나간이의 멜팅팟이 되는게 너무나도 우울하기도 해요 , 나와 어떠한 연유에서든 멀어진 순간부터 전 떠나간 이의 새로운 취향을 평생 알지 못할테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가끔 어쩌다 인생의 교차점에서 만나 재료를 이것저것 넣어주고 사라진 사람들을 추억하는건 나쁘지않은 기분입니다.
지금 이순간에도 그 사람들은 그 사람 인생에서의 새로운 교차점에서 사람들을 만나 많은 것을 나누고 있겠지요?
저의 멜팅팟을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 ,
이 글을 발행하고 난 이 시점부터 더 곰곰히 생각해봐야겠습니다.
나도 누군가의 멜팅팟에 소중한 재료였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