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다오의 깨진 환상 N0.5

화장실은 두려워

by 김주리

시간이 꽤 지났기에 사실 소소한 것들이 또렷이 기억나진 않는다.

그러나

칭다오에서 일어났던 그 엄청난 일들은 20년이 다 되는 지금까지도

가끔 악몽속에서 마구잡이로 튀어 나올 정도이다.




난 상당히 소심하고

매우 내성적이다.

그렇지만

아주아주 웃음이 많고 상냥한 성격이라 사람들은 내가

새로운 이들을 만날 때 긴장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고

했다.

아니다 .

웃는 얼굴 속에 숨겨진 내 속엔 식은땀 한 바가지도 모자라

천 바가지 정도는 흘리고 있고 덜덜덜덜 떨며

사시나무 떨듯 매우 긴장 한다.

칭다오에 내리자마자 나의 소심함과 긴장은 극을 치달았다.


칭다오 공항에 안 친한 그 남자와 단둘이 내려서 맡았던

공기는 너무너무너무 스산했다.

내리는 순간 갑자기 뒷통수를 세고 차갑게 한 대 맞은듯이 말이다.


"내가 여기 왜왔지" 라는 급 밀려오는

엄청난 두려움과 의문으로 시작해

30이 다 되가는 여자가 "엄마가 보고싶다" 부터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짜장탕슉하오마오~?? 중국어들에 휩싸여

나만 포커스 잡히고 남들은 희미해지는 그런 드라마 장면처럼;

칭다오 공항 한 가운데서 나는 카메라에 휩싸여 뱅뱅 돌려지고 있었다.



무섭다....속으로 조용히 난리부르스를 떨며

넘 심하게 긴장해서 화장실 다녀오겠다고 안 친절한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혼자 잠시

공항내 화장실로 향했다.


비행기 타는 직업을 가졌던 내가

왜이러니 진정해 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예전부터 중국내 공항에서 항상 싸하게 느낀건

"화장실의 구조"였다.


공 산 주 의! 내음이

쾌쾌하고 구수한 응아내음보다

훨씬 더 강하게 느껴졌고 이질감이 심하게 들었던 ..

그 맘에 안들고 이상하게 생긴

구조와 변기

그 피곤함과 두려움이 변비처럼 굳어져

뭔가가 제대로 배설되지 못하는 느낌은

칭다오에 있었던 짧은 시간동안 내내

나의 생활이었던 것이다.



***

P. S 화장실도 인터넷도 대한민국 역시 Excellent~


오랫만에 칭다오 공항 화장실에서 느낀

내 감정은 그냥

그냥 공산주의 그 자체였였다.


앞으로 칭다오에서의 내 생활이

눈 만 내놓은 동물탈을 쓰고 더워서 고통받는 인형알바처럼

자유롭고 보수높은 영어강사의 탈을 뒤집어쓴 채 눈만 껌뻑껌뻑 내놓고

팔다리는 둔하게 제대로 못 움직인 채

공산주의에 가득 잡혀 살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기분 나빴던 화장실 공기

앞으로 나에게 닥칠 고난의 복선이자 출발점이었나보다.


그렇게 뭘 하고 온건지 화장실에서 어리버리 멍하고 지친 모습으로 나온

나를 보고도 팀장님은 괜찮냐는 말 한마디도 없었다.

너는 감정이 없는 인간이냐 라고 생각할 여유조차 없이 뭔가가 계속 끊임없이 두려웠다.

그리고 일한지 며칠이 지나 적응하기도 전에 아주 심한 장염에 걸려 죽다 살아났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쪽으로 오던 버스에서 이미 나는

반은 질식해있었던 것 같다.

가득 찬 대부분의 중국인들 틈에서 홀로 떡하니 외지에서 온 기분으로

낑겨 서있을때 부터


그렇게 나는 기대하지 않은 칭다오 막장 소설속의 필요한 한 인물로

출발하고있었다. 처음은 내 의지로 시작된.....


주인공은...

대표( 총원장이라고 부름 이건 또 태어나 첨 듣는 호칭) 와 부대표 ( 원장님 )

이 둘은 아직도 무슨사이였는지 정확히 모른다.

사랑과 전쟁저리가라

연민과 동업?

( 그 당시 난 넘 심신이 다 힘들고 지쳐있어서

그들의 사랑을 엿 볼 여유가 단 1도 없었다.)


남자 총원장

5살 그보다 많은 여자 원장

팀장

수많은 선생님들...

이런 분들속에


여자원장 ( 부대표)

나 ( 초중영어강사)

시은 (가명 초중영어강사 나보다 3살 어린 여자선생님

이미 그곳에서 1년 넘게 일하고 있던 분)

이렇게 3명이서 불편한 동거를 하기 시작했다.

사실 불편한건 여자원짱뿐이었지,


시은선생님과 나는 그 먼 타지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한 방을 쓰며 너무나 사이좋은 자매처럼 친하게 지냈었다.

지금까지도 연락하며 서로 챙겨주고 지낼 정도로

나의 은인이기도 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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