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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ve Kim Jan 02. 2019

사용자 테스트를 꺼리는 사람들의 핑계

시간도 없는데 언제 프로토타이핑을 만들어...

프로토타이핑 툴은 필수 불가결한 디자이너의 업무라는 열띤 강의를 한창 하던 때 불만에 가득한 학생이 한 명 툭 내뱉은 말이었다. 


"시간도 없는데 언제 프로토타이핑을 만드나요.." 


이때부터는 그저 강사와 수강생이 아닌 불만을 갖고 있는 고객을 설득하는 CS팀원이 된 느낌이었다. 어떠한 필요성에 대한 언급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대답에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꾸역꾸역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한참이나 누워 생각했다. 정말 내가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있었던 것이 맞나? 


단순히 책에서 보고 들으며 익힌 것이 철학이고 정답인 듯 지껄이기만 하는 건 아닐까? 

사실 내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에서는 User Test를 얼마나 자주 했고 얼마나 그 필요성에 대해서 구성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을까?


이런 번잡한 생각들의 결론은 그렇다면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먼저 이야기하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필요성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물건이니 구매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다름이 무엇인가. 


그리고 그 필요성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듣는 이가 쉽게 이해하지 못하게 말하는 나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이것이 두 번째 고민이 되었다. 


왜 우리 현실세계에서 프로토타이핑에 대한 이해와 User Test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까?


사용성 테스트(Usability testing)는 실제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그 과정 속에서 문제점을 찾아내어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사용자 조사 방법이다.  UI/UX Lab에서는 클라이언트가 가진 서비스의 효율을 높이거나, 신규 서비스 개발 과정에서 사용자의 행동을 관찰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처] 사용성 테스트를 통해 발견한 2030 모바일 쇼핑 패턴|작성자 uiux lab


네이버의 블로그에 가면 실제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테스트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과거의 나는 '와 돈이 많으니까 저런 것도 하는구나' 라며 한편으로는 매우 부러워하고 있으면서도 쓰레기 같은 말을 했던 모습을 기억해냈다. 


출처 :NHN AD의 UI/UX Lab

사용자 테스트는 어떤 산업군에서든 당연히 필요한 것이다. 왜 사용자 테스트가 필요하냐에 대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이미 모두가 알고 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니까. B2B 서비스건 B2C 서비스이건 결국 사용자는 사람이다. [물론 반려동물 관련 사업 등도 있지만 결국 그 서비스를 반려동물이 사용하고 만족하는 것은 사람이니까 :) ] 

그래서 결국 테스트는 사람이 한다. 당연히 해야 할 것만 같은 사용자 테스트를 도대체 왜 안 하려고 하지? 

이유는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 



1. 우리가 만드는 것이 곧 정답이다 라는 자만심


첫 번째 자기반성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 테스트를 하지 않는 그룹의 문제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우리가 생각하는 게 맞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회사를 다닐 때나 스타트업을 운영할 때 그리고 주변의 대부분의 스타트업을 보면 '스타트업 정신'으로 무장해있고, 신기하게도 사업을 주관하는 C-Level의 인물들은 모두가 '스티브 잡스에 빙의' 되어있다. 


그들이 만드는 새로운 세계관을 타인에게 적용하려고 하고 그들의 생태계에 들어와 적응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것과 스티브잡스와 같이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서비스를 만들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윗사람(=CEO 또는 그와 비슷한 급의 사람들)에 의해 디자인과 서비스 방향이 결정된다. 그러나 그들은 공급자이지 사용자가 아니다. 



2. 나를 위한 것인가. 모두를 위한 것인가.


사용자는 익숙함을 가장 선호한다. "새로운 경험"은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창조에서 기인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기존의 익숙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자동차의 키가 없어지고 Start Button으로 변경되었을 때에도 기존에 자동차 열쇠를 넣던 위치에 버튼이 새로 생긴 것일 뿐 그 위치 자체는 그대로이다. 


여기서 이미 익숙한 것은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열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불편한 것은 운전하기 위해서는 키를 바지 주머니 깊은 곳에서 꺼내야 하고 잘 보이지도 않는 열쇠 구멍을 찾아 집어넣고 브레이크를 힘껏 밟으며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점화가 잘 될 때까지

만약 좀비가 쫓아오는 상황이라면 잡아먹히기 십상이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참인가..


그 당연함과 불편함 사이에서 스마트키라는 개념이 탄생했다. 엄청난 발명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운전자에게는 편안함을 가져다주었다. 


이것이 불편을 겪는 수많은 사람들의 경험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개선한 결과이며, 개발 이후에도 많은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다양한 직군과 성별, 연령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테스트 해왔다. 


그러니까 내가 만드는 것은 다른 사람이 사용할 것이므로 그 시작이 나의 불편함에서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모두의 불편함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잘 염두에 두어야 한다. 



3. 모두의 의견을 듣는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 -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더라


누구나 자신의 개발, 디자인 결과물에 대해서 타인의 의견을 듣는 것 또는 평가받는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이러한 두려움을 다른 방법으로 표출하기도 하는데 혹자는 이렇게 말하더라.


"아니 그렇게 한 사람, 두 사람의 의견을 계속 받다 보면 서비스가 방향을 잃지 않을까요?" 

"오히려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우선 해보자" 


실제 두렵다 느끼지 않다고 생각할진 모르겠지만 그 과정 자체가 주는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사용자 테스트를 위해서 100명을 인터뷰한다고 해서 100명의 인터뷰 내용이 모두 다르진 않을 것이다. 만약 100명이 다 다른 의견을 제시할 정도라면 그 사업이나 서비스를 처음부터 다시 고민하는 게 맞다. 


결국 일정한 그룹이 형성되고 공통된 의견이 도출되면서 사용자 입장에서 바라본 서비스 개선점을 찾아주는 것이다. 모수가 많으면 높은 확률로 개선점과 향후 과제를 찾아내겠지만 모수가 적다고 해서 그들의 의견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강 서비스를 훑어본 100명의 의견보다 우리의 서비스를 깊이 있게 살펴보고 오랜 시간 같이 고민해줄 수 있는 5명이 더 나은 결과를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 대부분의 User Test에 대한 필요성을 언급하는 사람들도 10명 이하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할 것을 추천하기도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우선 해보자는 것은 50:50의 확률로 도박을 하는 것과 같다. 도박은 돈이 떨어지면 그만이지만 사업은 실패하면 끝이다. 그렇다면 한 사람의 의견이라도 더 듣고 시작하는 게 0.1%의 확률이라도 성공이라는 쪽으로 기울게 할 수 있다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 아닐까? 



4. 우리는 빨리 성공을 향해 달려가야 하는데 이건 시간 낭비다


결과가 너무 뻔히 보이는 경우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용자 테스트 자체를 시간 낭비라고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실패한다면? 

그렇게 자신하던 서비스가 사용자들의 냉철한 평가에 외면받고 앱 서비스를 게시한 구글 플레이스토어 댓글에 

'불편해서 도저히 못써먹겠다'라는 불만이 가득해진다면,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데 그 시간은 아깝지 않은가? 실패를 통해서 성공을 배운다는 자기 위로는 집어치웠으면 좋겠다. 

성공한 사람들만이 내뱉는 그런 훌륭한 이야기에 자신을 맞추지 말았으면 좋겠다. 동기부여가 될지언정 실패해서 주저앉아 있는 당신을 일으켜주지는 못한다. 

지금 그렇게 실패하는 시간 동안 앞서 나가는 사람이 이제는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실패의 확률을 줄이고 성공에 가까이 가려면 1분 1초가 아깝다라면 시간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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