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영화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
영화가 만들어지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야 재미를 위한 영화도 있고 눈물을 뽑아내는 영화도 있고 통쾌함을 주는 영화도 있습니다.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돈을 벌기 위한 이유가 크죠. 감독의 입장에서 보자면 직업적인 목적도 있겠지만 그 안에는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어떤 영화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고 철학적 소재을 담아내는 경우도 있죠. 자기가 경험하면서 느낀 점을 전달하고 싶은 경우도 있습니다. 일종의 자전적 이야기를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담아내고 있는 거죠.
Netflix에서 나온 결혼이야기는 이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를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연출, 각본, 캐스팅, 연기의 훌륭함이 언급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뭔가 불편함(?), 정확히는 숙제처럼 남는 부족함을 느껴졌습니다. 이는 제가 영화 내에 주인공과 비슷한 또래 상황에서 오는 감정의 복잡함일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의 여러 소재와 영화를 보는 관객의 삶의 소재가 공명하며 올라오는 현상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관객 입장에서는 그 과정에서 감독의 의도나 생각이 충분히 와 닿지 않아 혼란할 때가 있습니다.
결혼 내 갈등이라는 소재는 예전부터 그리고 최근에도 여러 매체를 통해 다루어져 왔습니다. 소재의 내용은 시대를 넘나들지만 현실적인 스토리는 그 시대의 내용을 반영합니다. 큰 주제나 갈등은 유사하더라도 그걸 표현해 내는 현실적인 상황을 시대마다 조금 차이가 나고 유사한 소재는 지금도 앞으로도 꾸준히 나올 거라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유사품으로 영화 "비포 미드나잇(Before Midnight, 2013), 드라마 "최고의 이혼"(일본 2013, 한국 2018),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알랭 드 보통, 2016)이 떠 올랐습니다. 유사품이라고 표현하긴 했지만 정확히는 "결혼이야기"가 유사품이겠네요. 그리고 결혼의 현실을 담아낸 여러 작품들 중 "결혼이야기"는 장점도 있지만 단점도 보였습니다.
통상 유사한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들은 꽤나 깊이 있게 서사를 담아 냅니다. 드라마야 통상 10부작을 넘어서니 (최고의 이혼, 한국 32부작, 일본 11부작) 소재를 담아낼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하기에 여러 인물 사이의 복잡한 갈등과 스토리를 여유 있게 풀어갈 수 있습니다. 책이야 더 말할 것도 없죠. 그렇기에 위에 언급한 드라마와 책은 유사한 소재를 자연스럽게 보는 사람의 호흡을 맞추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다르죠. 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복잡한 소재를 다루려면 몇 개의 소주제를 깊이 있게 담아내거나 여러 소주제를 단편적으로 담아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비포 미드나잇"은 전자에, "결혼이야기"는 후자에 가깝습니다.
"결혼이야기"는 이혼을 해나가는 과정을 통해 결혼의 상황과 갈등을 현실적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애잔함, 슬픔, 분노, 아련함, 아둔함, 미련, 사랑의 감정이 마구 섞여 드러나고 있습니다. 섞여 드러난다는 건 영화의 전개가 꽤나 빠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 보니 보는 입장에서는 영화와 공명되는 감정이 정리되기 전에 다음 소재로 넘어가며 그 과정이 뭔가 뚝뚝 끊기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갈등의 소재도 부부 사이, 아들, 각각의 변호사, 극단 사람들, 양육감독인 까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좀 더 깊이 있게 다루어져도 될만한 소재가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지나가고, 대신 입장이나 표정, 행동, 상황에서 짐작되는 소재가 주로 전달됩니다. 대신 이런 소재는 관객에게 생각할 시간을 요구하죠.
그런데 이 영화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이야기를 듣고 영화 전체가 좀 더 이해되었습니다. 게다가 감독의 전부인이 이 영화를 보고 만족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욱 그랬죠. 어찌 보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자기가 못다 푼 자기의 감정과 내적 갈등을 표현했을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계속 불편하게 느껴진 남자역 찰리의 찌질함은 지금의 감독 자신이 과거 감독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감독을 찰리로 표현되고 있고 영화 중반 나오는 노인 변호사는 지금의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표현했을 수 있죠. 그렇다면 이 영화는 지금의 감독이 과거의 감독에게 전하고픈 메시지입니다. 또는 과거의 자신과 비슷한 입장의 사람들에게 던지는 이야기인 셈이죠. 노변호사가 찰리에게 하는 조언이 그때는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고 걷어차버리지만 돌이켜보면 맞는 이야기였던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에 마치 이를 반영하는 듯 찰리는 그제야 노변호사의 조언대로 뒤늦게 행동합니다. 이미 버스는 떠나버렸을지 모르는데 말이죠.
결혼의 현실은 경험해 보고 나서야 환상이 아님을 깨닫습니다. 서로 다른 두 인격체의 삶을 하나로 합치는 건 불가능하고 환상임을, 그리고 그 갈등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서로의 삶의 존중해 주며 적절한 거리를 두고 함께 걸어가는 것이라고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그 뻔한 이야기가 실제 삶에서는 왜 이렇게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걸까요. 영화를 보는 내내 느꼈던 불편함은 정답은 알지만 막상 실제 행동으로 풀어내지 못하는 나 자신의 답답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사랑과 미움을 구분하고 있지만, 삶은(특히 결혼생활은) 사랑과 미움이 복잡 미묘하게 섞여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리고 때로는 애정을, 때로는 분노를, 때로는 절실함을, 때로는 집착을, 때로는 외로움을, 때로는 통제를, 때로는 휘둘림을, 때로는 돌봄 받고 싶음을 모두 다 포괄하고 있는 것이 결혼 생활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찰리가 극단 회식자리에서 홀로 부르는 노래에 나타나고 있죠. 그 노래를 글의 마무리로 하겠습니다. 제목은 "Being Alive" (살아가는 것이란) 입니다.
Someone to hold you too close
Someone to hurt you too deep
Someone to sit in your chair
And ruin your sleep
And make you aware of being alive
Someone to need you too much
Someone to know you too well
Someone to pull you up short
And put you through hell
And give you support for being alive, being alive
Make me alive, make me confused
Mock me with praise, let me be used
Vary my days, but alone is alone, not alive!
Somebody hold me too close
Somebody force me to care
Somebody make me come through
I'll always be there
As frightened as you of being alive
Being alive, being alive!
Someone you have to let in
Someone whose feelings you spare
Someone who, like it or not
Will want you to share a little, a lot of being alive
Make me alive, make me confused
Mock me with praise, let me be used
Vary my days, but alone is alone, not alive!
Somebody crowd me with love
Somebody force me to care
Somebody make me come through
I'll always be there
Frightened as you to help us survive,
Being alive, being alive, being alive, being al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