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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광Ssam Sep 15. 2022

암 진단 후 마음관리를 통한 치료 결정

암이라는 트라우마는 불안으로 시작한다.

앞서 이야기했든 암 진단 이후에는 여러 가지 마음의 상황이 우리의 판단을 흐리게 만듭니다. 그럼에도 이 시기에 여러 결정은 암 치료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지할 사람들을 찾고, 병원을 정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하고, 치료 중 직장은 어떻게 해야 할지, 주변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알려야 할지 이 모든 현실적인 문제들을 그때그때 결정해 나가야 합니다. 물론 이 모든 고민들에 정답이란 없습니다만 그래도 마음관리의 입장에서 각각 상황에 간단한 조언을 드리고자 합니다. (결국, 쓰다 보니 간단히는 실패했습니다.)


1. 병원에서 진단한 결과가 믿어지지 않아요.

퀴블러 로스의 수용의 5단계에서 이야기했듯이, 암 상황에서 처음으로 올라오는 우리의 감정은 부정(denial)입니다. 혹여나 오진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합니다. 그리고 실제 건강검진에서 암이 의심되는 상태, 즉 큰 병원에서 정밀검사를 받아보라고 이야기를 들은 상황에서 결국 암이 아닐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조기검진 상황에서는 암 검사의 민감도(암을 암이라고 할 가능성)는 높지만 특이도(암이 아닌 걸 암이 아니다고 할 가능성)은 꽤 낮습니다. 건강검진 상황에서라면 암을 의심하는 건 문제가 안되지만 있는 암을 놓쳐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대학병원 급에서 정밀검사를 받고 암 진단을 받기 전 상황이라면 혹여나 의심되는 암이 암이 아닐 수 있다고 생각을 하는 건 오히려 필요합니다. 아직까지 분명하지 않은 트라우마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대학병원 급에서 암 진단이 되고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암 진단이 의심 된다면 이건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암 진단에 있어 대부분의 대학병원이 표준화되어 있습니다. 암 진단이나 치료에 있어서 미국 NCCN 가이드라인을 대부분 따르고 있죠. 그렇기에 이 대학병원에서 암이라고 진단된 것이 다른 병원에서 암이 아니라고 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그렇기에 이 시기의 암 오진에 대한 생각은 오히려 우리의 생각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괴롭히기만 할 뿐입니다.


이야기가 살짝 옆으로 세긴 합니다만, 잠깐 암 진단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물론 몸에서 암 덩어리가 만져지다거나 급격히 체중이 빠지고 피로하고 통증이 있는 등의 암 증상으로 암을 의심할 수는 있겠지만 임상 증상만으로 암을 진단할 순 없습니다. 최근에는 PET이라는 핵의학적 검사(방사성 동위원소를 사용하는 검사라 핵의학과 영역입니다.)도 있고 암 표지자라는 암에서 생성되는 물질을 피검사로 확인하는 검사도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일부 염증반응에서도 양성이 나올 수 있어 이것만으로 암을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현재 암 진단 과정은 크게 두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첫 단계는 내시경 또는 영상의학적 진단이고 다음은 병리학적 진단입니다. 위암이나 대장암의 경우에는 소화기 내과에서 내시경을 통해 직접 장에 있는 암 부위를 모양으로 확인합니다. 다른 암의 경우에는 초음파나 CT, MRI 검사를 통해서 영상으로 암 부위를 확인하죠. 물론 상당히 진행된 암의 경우에는 내시경이나 영상의학 검사로도 암이라고 거의 확인할 수 있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의심되는 암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어 병리학적으로 조직검사를 하게 됩니다. 조직검사는 암 조직을 얇게 잘라서 그 세포의 모양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죠. 암은 장기 조직세포의 돌연변이이기 때문에 원래 그 조직의 세포 모양과 얼마만큼 다르게 변형되어 있느냐에 따라 암을 진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암의 최종 진단은 병리적 소견을 통해 이루어지죠. 다만 여기도 예외가 있습니다. 영상의학적 소견 만으로도 충분히 암이 고려되고 암이 의심되는 부위가 위험한 부위라 조직검사를 하기 어렵다거나 인근에 전이가 있어 모든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검사를 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우선 영상의학적 검사 후 암을 진단하고 수술을 통해 암 조직을 다 떼어낸 후 조직검사를 하기도 합니다. 암 진단 과정이 간단하지 않고 여러 단계에 걸쳐 확인하기 때문에 암이 진단된 상황에서 암 오진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할 수 있습니다.


2. 병원에 따라 치료에 대한 이야기가 다릅니다. 어느 병원에서는 부분 절제만 해야 한다고 하는데 어느 병원에서는 전절제를 해야 한다고 합니다.

암에 대한 치료가 다양해 지기는 했습니다. 선행 항암 화학요법이라고 해서 수술 전에 항암치료를 먼저 하기도 하죠. 이런 치료는 암 크기가 커서 수술을 바로 하기 힘들 때 항암치료로 크기를 줄여 수술을 할 수 있도록 하거나, 유방암처럼 항암치료로 암 크기를 줄여 유방 전절제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래도 유방의 일부를 보존하는 부분절제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 입니다. 예전 같으면 암 치료만을 목적으로 더 넓은 부위를 수술했다면, 최근에는 암 치료 이후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암에 영향을 받지 않은 장기를 최대한 보존해서 그 장기의 기능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다만 이런 결정을 생각만큼 쉽지 않죠. 암 치료를 국제적 기준인 NCCN 가이드라인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암이라는 병이 기준에 따라 딱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다 보니 치료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도 때론 어려울 때가 있습니다. 

전절제를 하거나 부분 절제를 하거나, 수술로 절제하거나 내시경으로 절제하거나, 양쪽을 다 절제하거나 한쪽만 절제하거나, 수술과 항암치료를 모두 하거나 수술만 하거나, 방사선 치료를 추가하거나 하지 않거나 등등 유사한 여러 고민들이 암 상황에서는 있습니다. 이런 결정을 하는 데는 의사의 성향도 반영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암 치료에 중점을 두는 의사는 좀 더 강한 치료를 선호할 것이고, 어떻게든 암 치료를 하면서도 가급적 후유증을 줄이려는 의사는 그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겠지요. 다만 저는 여기서 의사와 환자 사이의 소통도 권유하고 싶습니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이니까요. 그리고 환자의 입장에서는 여러 상황에서의 장점과 단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주변과도 소통하면서 결정을 했으면 합니다. 치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필요한 치료도 줄이려 하거나 암에 대한 지나친 불안으로 인해 불필요한 치료까지 감당하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이제까지의 자신의 삶과 앞으로 살아갈 삶을 바탕으로 가까운 사람 의견도 참고하고 의료진과 소통하면서 내가 앞으로 감당할 수 있는 결정을 해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이런 결정 과정에서 정신종양학적 진료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3. 암이면 그래도 큰 병인데 서울에 있는 큰 병원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모든 암환자가 다 하는 고민입니다. 누구나 더 좋은 병원에서 더 나은 치료를 받고 싶지요. 다만 좋은 병원은 붐비기 마련이고 그러면 오히려 그 치료과정이 더 지칠 수도 있습니다. 지방에 살고 있다면 이런 고민은 복잡해집니다. 암 치료가 단기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술, 항암 화학요법 등을 고려하면 1년 남짓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후 추적검사를 지속해야 하고 여러 가능한 상황을 고려하면 병원을 다녀야 할 기간은 더 길어지기 때문입니다. 암 치료가 관리 측면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하죠.

물론 서울 큰 대학병원에서 치료하면 나았을 병을 지방 대학병원에서 치료했다가 완치가 되지 않으면 어떡하냐는 걱정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특정 진행암이나 희귀 암에서는 치료의 과정과 결과가 차이가 있고, 다른 암에서도 의료의 질적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제4차 국가암관리종합계획에 '균등한 암 관리 기반 구축'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국 어디서나 지역 거점 암 병원에서는 균등한 수준의 암 치료 및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거죠.

개개인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 이 질문에 대한 조언을 드리기는 참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3가지 상황을 고려해서 선택하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는 암의 상태입니다. 적어도 초기 암이거나 병기가 낮은 진행암에서라면 대부분의 대학병원급 암병원에서 기본적으로 균등한 수준의 암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나의 삶의 현실입니다.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고 간병을 도와줄 가족의 상황도 생각해야 합니다. 치료를 하거나 치료 이후 학업이나 직장 상황도 고려해야 하죠. 내 삶의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암 치료에만 매달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는 의료진과의 관계입니다. 일부 의사 선생님들은 의사와 환자 사이의 상성(궁합)을 이야기하면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에게 그런 건 없다.'라고 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그런 관계의 좋고 나쁨이 있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그리고 이건 의사보다는 환자 입장에서 중요합니다. 여러 가지 병원 선택에 고민이 된다면 우선 양쪽 진료를 다 받아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느끼기에 더 마음이 가는 의료진으로 정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어차피 앞으로 몇 년간 좋건 싫건 계속 보면서 신뢰하고 활용해야 할 의료진입니다. 첫 만남에 모든 걸 다 파악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 감각도 내 마음이 어디서 더 편한지를 알게끔은 해 줍니다. 힘든 암 치료에서 그래도 마음이 통하는 의료진은 큰 힘이 됩니다.


4. 수술을 2달 가까이 기다리라고 합니다. 빨리 가능한 병원으로 옮겨야 하지 않을까요?

암은 어느 순간 갑자기 생긴 병이 아닙니다. 누구나 몸 어딘가에 암세포는 발생하고 동시에 사라지고 있습니다. 암은 정상세포의 돌연변이이고 이 돌연변이 세포는 언제든 생기고 또 없어집니다. 그 돌연변이 세포가 어느 순간 우리의 면역체계를 피해서 사멸되지 않고 점점 증식하면 그때부터 암 조직이 되죠. 이 과정은 대부분 확률적으로 무작위로 발생하고, 아주 서서히 진행됩니다.

그렇기에 지금 진단된 내 몸 안의 암 조직은 대부분 수개월 혹은 수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된 상황입니다. 물론 치료를 일부러 더 미룰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병원에서 의사와 정한 수술 일정이 자신의 생각보다 길다고 해서 다른 병원으로 옮길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2015년 서울대학교병원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방암 진단 후 2개월까지 수술 대기가 있다 하더라도 생존율이나 재발에는 차이가 없었다고 합니다. 암 치료는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수술도 항암치료도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상당한 소모가 있습니다. 오히려 치료가 시작되기 전까지 일상생활에 집중하며 치료에 앞서 몸과 마음을 미리 챙겨놓는 것이 좋습니다.


5. 기사를 찾아보니 새로운 암 치료법이 나왔다고 하는데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암 치료와 관련된 연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암 치료는 계속 발전하고 있죠. 다만 새로운 암 치료가 의료계에서 공인된 치료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절차가 있습니다. 동물실험을 거쳐, 일반 병이 없는 사람에 대한 치료의 안정성 실험 및 병이 있는 사람에서의 치료의 효과 실험, 치료의 장기적 부작용 등에 대한 실험 등 진행되어야 할 임상실험이 여럿 있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식적인 치료법으로 인정이 됩니다. 물론 암에서는 일부 예외적 규정이 있기는 합니다. 코로나 백신에서의 상황처럼 치료법의 효과와 안정성이 일부 임상실험에서 입증이 되었고 현재 이 유일한 치료법이 절실하게 필요한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긴급 승인을 해주기도 합니다. 반대로 일부 임상실험에서 아무리 효과가 있다고 하더라도 치료법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경우라면 임상실험 중 긴급 중단되기도 하죠.

기사에서 언급되는 새로운 치료법이란 현재 이런 임상실험 중인 치료법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이 아니라면 초기 암이나 기존 치료로 관해를 기대할 수 있는 암 상태에서 이러한 치료법은 오히려 치료 결정만 혼란스럽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암 관련 장사는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 상황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는 경제적 판단력도 흩트려버리기에 불필요한 영역에 큰 지출을 해버릴 수 있습니다. 특히 공식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치료법일수록 그런 비용은 더욱 비싸집니다. 종양내과 선생님들 사이에서 공통적인 습관이 하나 있는데, 암 치료를 잘 받으면서 안정을 찾아가는 환자가 갑자기 전반적인 몸상태가 급격히 나빠지면 병원에서 주지 않는 약을 먹지 않았는지부터 물어봅니다. 암은 호락호락하지 않고 우리 몸은 섬세합니다. 그래서 암 치료에서는 특히 의료진과의 관계에서 소통하고 신뢰하고 활용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6. 주변에 정말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가끔 주변에 정말 아무도 없다고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개인적인 상황이라 그 상황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가족이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고, 부모님은 연로하시고, 나는 새로운 환경에서 아직 가까워진 친구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내가 사람들을 일부러 밀쳐 내고 있는 것이 아니면 이 역시도 현실입니다.

사회적 기반이라고 하죠. 우리에게는 위기 상황에서 나의 사회적 정체성을 지탱해줄 여러 버팀목이 필요합니다. 현실적으로 당장 그런 기반이 부족하다면 지금 상황에서 만들 수 있는 여러 버팀목을 찾아서 채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병원 내 여러 암 관련 프로그램(암교육센터, 통합지지센터 등)을 통해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의료진이라는 버팀목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암 환우회나 암 카페, 암 관련 민간단체 등도 도움이 됩니다. 물론 사람과의 관계란 의지도 되고 때로는 상처도 될 수 있기에 너무 빠지기보다는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정신종양학적 진료도 역시 하나의 버팀목이 될 수 있습니다. 


7. 치료를 받기로 했는데 직장이나 학업이 너무 중요한 시기입니다. 중단하려고 생각하니 그 피해가 너무 걱정됩니다.

최근의 암은 그 연령대가 젊어지고 있습니다. 암 자체가 바뀌었다기보다는 조기검진 등을 통해 더 빨리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젊을수록 암을 치료하면서 이후 일상생활을 회복하며 더 나은 삶을 지속하기 위한 관리가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시기 학업이나 직업적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대부분은 암을 치료하는 동안에는 학업이나 직업을 중단하게 됩니다. 그 지체되는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피해도 분명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암으로 인해 내 인생에서 큰 위기 상황임에는 분명합니다. 그리고 직업과 학업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앞으로 내가 살아가야 할 미래는 소중합니다.

누구나 다 인생에서 위기는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위기가 지금 왔을 뿐입니다. 위기 상황에서는 비상대응체제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삶의 다양한 영역을 단순화하고 치료에 집중해야 할 시기입니다. 암 치료 상황에서 몸과 마음이 쇠약해져 가는 것을 최대한 방어하고 내가 몸과 마음을 챙길 수 있는 것은 챙기면서 견디고 버텨나가야 합니다. 그 편이 오히려 비상대응체제의 기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치료 이후 더 쉬는 게 좋은지 빨리 일상의 일이나 공부에 복귀하는 것이 좋을지를 물어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학적으로는 어느 것 하나 나쁘지 않습니다. 나쁜 상황이라면 내가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이전처럼 무리를 하거나 여력이 있음에도 일상을 회피하면서 게을러지는 것이 건강에 오히려 좋지 않습니다. 무작정 쉬기보다는 상황에 따른 속도 조절을 하면서 한 발자국씩 내디뎌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더불어, 질병 상황에서의 휴학이나 병가, 이후 학업 및 직장 복귀 등은 사회보장제도의 영역입니다. 즉 이건 개개인이 온전히 떠안아야 할 몫이 아니라 사회에서 당연히 챙기고 지원해 줄 수 있는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적어도 우리나라가 경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선진국이라고 하려면 말이죠.


8. 주변 사람들이 제가 암이라는 걸 아는 게 두렵습니다.

암에 대한 인식이 아무리 과거보다는 나아졌다 하더라도 암을 주변에 알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스스로가 약해 보이기도 하고 때론 무능력 또는 장애라는 딱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머지않아 죽을 사람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하고 그런 상황이 염려돼 거리를 둘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암은 숨기고 싶은 병입니다.

주변에 내가 먼저 암이라는 걸 이야기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암을 알리건 알리지 않건 그 모든 선택은 나의 자유입니다. 다만 동일하게 혹 내가 암이 있다는 걸 상대방이 알았을 때의 반응 역시도 내가 챙길 필요는 없습니다. 계속 내 곁을 지켜주고 도와주고 챙겨준다면 내 곁의 사람이고 그렇지 않고 불편해하고 저평가하고 떠나간다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남입니다. 내가 암을 알리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내가 상대방의 반응에 휘둘릴 필요도 없습니다.

다만 정서적으로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차피 내가 평소랑 달리 뭔가 불편하다는 것, 아프다는 것, 위기 상황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알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불확실성에 휩싸일 때 불안이 높아지는 것처럼, 내 곁에 있는 사람 역시 정확한 정보가 없이 애매한 추측만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자녀든, 배우자이든, 부모님이든, 가까운 친구이든 정서적으로 가까우면 내가 힘든 걸 눈치챌 수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는 오히려 감추는 것이 서로에게 괴로움일 수 있습니다. 내가 아는 선에서의 상황을 이야기하고 도움을 구하고 같이 고민하고 대처하고 헤쳐나가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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