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봄이어서

1년 전의 어느 날, 그리고 오늘.

by 봄의파랑


가끔,

스마트폰의 사진첩을 뒤적거리며 1년 전 오늘의 사진을 찾아보곤 한다. 그 때에는 어떤 걸 좋아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 어떤 기분이었는지가 날리듯 찍은 사진 한 장에도 어렴풋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무심코 사진첩을 열었다가 딱 이맘 때,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하나씩 드문드문 등장하던 소년들의 사진과 움짤은, 어떤 시점을 계기로 폭발하기 시작했고 이내 사진첩을 점령하고 말았다. 찾아보니 2017년 4월 7일이었다, 첫방. 어쩌다보니 그때 만난 소년들에게 완벽히 스며들었고 나는 그 어느 때보다 열정적인 방식으로 워너원의 덕질을 하고 있다. 너무나 그들을 좋아하게 된 지금의 관점에서 보기에 상당히 흥미로웠던 초기 관심들. (세 명의 멤버에 대해 언급할 건데, 신기하게 셋 다 사진이 두 장씩 저장되어 있었다. 두 장은 봐야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


1> 20170415. <프로듀스 101 시즌2>의 첫 저장 짤은 박지훈이다.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생겼지?', '아, 이런 애가 아이돌하는 거구나' 라며 짤을 주웠던 것 같다. 그, 화제의 윙크남이었잖아. 취향을 떠나 아이돌을 정의하면 이 아이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때까지만 해도 머글로서의 관심인 줄 알았다. '어머, 이렇게 예쁘고 귀여운 애가 아이돌 하고 싶어서 나왔대-'라고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그 정도.



2> 20170418. 그 다음에 저장한 게 배진영의 움짤이었다는 건 꽤나 의외의 사실이었다. 데뷔 후 급속히 최애화된 걸 고려해보면, 솔직히 그 당시의 선구안이 놀라울 정도다. 지금처럼 진영을 좋아하게 된 건 결국에 무대를 향한 열정과 노력에 기반한 것이지만, 당시에는 지훈에 이어 '놀랍게 잘생긴 꽃돌이' 정도로 짤을 저장해두었던 거 같다. 다시봐도 정말 상큼하군.



3> 20170421. 그리고는 역시 다니엘. 지금봐도 귀여운 핑크 머리의 과거짤 두 개는 보자마자 '아, 얘 진짜 취향이네'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태초에 전설의 냥먹짤이 존재했습니다. 사실, 소나무 같은 나의 취향을 잇는 건 다니엘이다. 딱 벌어진 피지컬, 무쌍의 가로로 긴 눈, 그리고 타고난 무대 장악 능력 등. 그 후 쏘리쏘리 다니엘이 등장했고, 뭐 그 다음은 말해 뭐해. 원픽이었지.


많은 사람들이 이미 언급한 것처럼, <프로듀스 101 시즌 2>의 흥행과 워너원의 인기는 내 손으로 뽑은 연습생이 완전한 아이돌로 커가는 과정을 지켜 보는 것에 기반한다. 나조차도 누군가의 성장 과정을 보는 게 이렇게 재미있는 일이었나 싶을 정도다. 얼마 전에는 곧 방송할 <프로듀스 48>의 티저 영상에 다니엘의 방송 전 첫 인터뷰 영상이 공개되었다. 2016년 겨울의 다니엘을 보는 내내 기분이 정말 이상했다. 몽글몽글하고, 애틋하고, 한편으로는 대견하기도 하고 그랬다. 고깃집에서 알바를 하면서 음악방송 속 가수들의 모습을 보고 가수를 꿈꾼 연습생은 이제 자신이 광고하는 맥주 하이트의 포스터가 고깃집에 걸리는 경험을 하겠지. 고작 1년 남짓의 시간 동안, 불완전한 연습생은 인기 절정의 아이돌이 되었다. 그 때나 지금이나 '강, 다니엘입니다'라고 강과 다니엘 사이에 찰나의 여백을 두는 화법은 그대로인데.




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이별은 속절없이 가까워질 테지만

아마도 좋아하는 시절만큼은 영원히 남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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