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조각 모음 3편
#3 트리플포지션과 남바완
부제: 소년과 남자 사이
이 두 유닛은 극명히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누구보다 섹시한 형아들은 에너제틱하고 청량한 무대를, 누구보다 청량한 막내들은 섹시한 무대를 택했다. 올해 성인이 된 99년생 분쏘단 멤버들, 우진이와 지훈이가 각각 팀의 막내와 맏형을 맡았으니 이 상황이 벌써부터 얼마나 귀여운지 알겠지. 소년과 남자 사이의 간극은 아마도 서로를 동경하게 하고, 또 새로운 모습을 갈구하게 만드나보다. 덕분에 멤버들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트리플포지션은 조합 자체로 가장 완성형이라고 생각한 유닛으로 일단 메인보컬 재환이랑 메인래퍼 우진이, 거기에 워너원의 영원한 센터이자 무대장인 다니엘까지 있으니까 말해 뭐해. 거기에 제가 평소에 지코 노래 좋아한다고 말했나요? (안함) 아무튼 노래도, 무대도 기대치가 가장 높았던 유닛이다. 처음에 ‘캥거루’를 듣고는 약간 심심한 거 아니야? 라고 생각했는데, 이내 이 노래의 중독성을 받아들이게 됐다. 아주 그냥 귀에 착착 감기던데. 경쾌하고 톡톡 튀는 멜로디는 듣기에도 편했을 뿐 아니라 길을 걷다가도 어깨춤이 나올 정도로 흥이 났다. (음원이 나온 지금도 캥거루 들을 때면 내적댄스가 폭발한다. 온 마음으로 춤추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가끔, 그게 몸으로 티가 나는 것 같아 걱정일 정도다. 길거리에서 춤추는 미친 여자 되기 싫은데.) 팬들이랑 무대에서 같이 놀고 싶다고 했던 멤버들의 바람처럼 무대를 장악하는 에너지도 좋았다. 돌출무대까지 뛰어오는 열정과 무대를 자유롭게 즐길 줄 아는 스웩까지 다 갖추고 있었다. 재환이의 보컬은 트렌디한 노래와도 찰떡같이 어울렸다. 보컬도 보컬인데 무엇보다 나는 재환이가 무대에서 잘생겨 보이는 법을 안다고 생각한다. 그거 사실 무대에 서는 아이돌에게 상당히 중요한 부분인데, 이번 캥거루 무대 내내 재환이가 보여준 모습은 아이돌 그룹에 하나씩 있는 ‘씹덕캐’ 그 자체였다. 입 내밀고 춤추는 부분에서는 정말 우주 하나 뿌실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마지막 콘서트 때 그걸 따라한 진영이도 진짜 귀여웠는데. 그게 재환이형이 스웩을 표현할 때 짓는 표정이래나.) 거기에 우진이의 래핑은 노래의 중심을 든든히 잡아줬다. 특히 중의적인 표현이 돋보였던 ‘AS MR’ 가사는 정말 백미! 다니엘의 보컬과 랩 모두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는데, 특히 ‘어라 모든 사물이 웨이브를 하네’ 파트의 목소리는 허를 찌를 정도로 최고였다. 물론 무대에서 입꼬리 올리는 거 너무 좋고, 청량하고 귀여운 무대하면서 섹시함이 줄줄 새는 것도 좋고, 반바지 입었는데 쭉 뻗은 다리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재환이가 다니엘 등에 업히고 우진이가 툭 치는 시늉을 하는 엔딩까지 세 멤버 모두 소년미를 200%이상으로 충전해냈다.
하지만 정작 소년들은 남자가 되기를 꿈꿨으니. 남바완의 곡 ’11’은 십일도, 일레븐도 아닌 열일로 가사 내내 ‘열일, 열일, 열일해’라는 구절이 반복된다. 제목 듣고 천재적인 센스라고 생각했다. 웬 숫자가 제목인가 했는데, ‘열일’이었다니. ’지켜줄게 너의 곁에서 안아줄게 너의 뒤에서 한없이 약해져 있던 널 위해 모든 걸 다 줄게 가까이 와’ 라고 말하는 평균 나이 열아홉 소년들의 귀여움을 아시나요? 아니야. 남바완 하나도 안 귀여워. 남자다워. 멋있어. (오구오구) 한창 <프로듀스 101>을 할 때 ‘포카리즈’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잘생김’에서 오는 청량함을 맘껏 뿜어댔던 소년들은 팬들의 바람(?)과는 달리 섹시함과 남자다움에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분명했고,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한편으로는 ‘어느덧 이만큼이나 성장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바완의 유닛 무대는 다른 것보다 진영이의 독무로 시작된다는 점에 매우 놀랐는데, 첫 콘서트에서는 (4층이라 그런 것 같긴 하지만) 내가 보고 있는 게 진영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그 큰 고척돔 무대에서 2만명 관객의 시선을 오롯이 받아내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는 내내 기분이 이상했다. 성장했다는 말을 감히 써도 되나 싶을 정도로 완벽하게 완성된 모습이었다. 특유의 마른 몸이 유연하게 무대를 누빌 때,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춤선이 예뻐서 그런지 독무가 더욱 드라마틱하게 느껴졌다. 무대 전체에 어둠이 깔리고 조명 핀이 진영이한테만 맞았는데, 의상 컨셉까지 더해져 마치 달빛 아래 춤추는 늑대 소년을 보는 것 같았다. 감히 기특해하고 대견해 해도 될까 싶었다, 그냥 너무 잘해서. 얼마나 욕심내고, 얼마나 노력했을지 생각해보니 마음 한 켠이 뭉클했다.
남바완의 11 무대는 안무와 분위기가 다했다. 잘생긴 건 원래도 알았지만, 거기에 성숙함이 더해지니까 멤버들이 그렇게 바랬던 것처럼 멋있고 섹시했다. 과연, 얼굴이 개연성입니다. 여러분. 특히 섹시함의 표현이 과하지 않고 절제되어 있어서 더 좋았다. 그냥 딱 고급스럽게 느껴질 정도. 관린이는 프듀 시절 ‘겁’ 무대가 연상될 정도로 낮게 래핑하는 목소리가 인상 깊었고(그때나 지금이나 수트 만세다), 지훈이는 매번 느껴왔던 것처럼 무대 위에서의 표정이 드라마틱해서 무대에 몰입도를 높였다. 뭘 부르든, 곡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가사를 완벽히 표현하는 느낌이다. 특히 이번에는 ‘내일 아침 너의 웨이크업 톡이 필요 없어 전화기를 잠깐 꺼놔’ 이 부분 서사 최고. 고작 스무살이긴 해도, 가장 형이라는 게 티가 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영이의 목소리를 마음껏 들을 수 있어서 행복했다. 섹시한 노래를 부를 때(라돌체비타, 핸즈온미 등) 진영이 특유의 쉰 듯한 목소리가 빛을 발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번 11과도 찰떡이었다. 춤은 앞에서 신나게 말했으니 그만 주접 떨고. 개인적으로 11의 킬링파트는 지훈이랑 진영이가 번갈아가면서 부르는 ‘요즘엔 몇이나 돼 다 주겠다는 남자 널 위해’라는 부분인데, 이 파트의 밀고 당기는 박자가 너무 좋다. 섹시해. 섹시하다고 말하기 좀 찔리는데, 암튼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