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파리의 라이더

로맨틱한 도시, 파리에서 열심히 페달 밟는 이야기

by 봄의파랑

어쩐지 자전거를 꼭 타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우연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날은 날씨가 좋았고 그렇기에 외출을 했으며 그밖에 별다른 목적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날 무엇을 하려고 밖에 나온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걸 봐서는 그냥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아무튼 여느 때와 다를 것 없는 평범한 날이었는데 길을 걷다가 나란히 세워진 공공자전거를 보고 자전거가 타고 싶다고 생각했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스쳐 지났을 수많은 날들과 다르게 그날은 정말로 그것을 실행에 옮긴 게 다다. 하지만 이 작은 날갯짓은 나의 파리 체류를 송두리째 바꿔 놓기에 이른다.

마레지구를 걷다가 A.P.C의 회색 외관이 예뻐서 찰칵.

프랑스의 Vélib 시스템은 프랑스어를 처음 배울 때부터 들어온 거여서 낯설지 않았지만 어떻게 이용하는 건지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대충 검색을 해보니 한 달에 네 번 이상 탈 거면 정기권을 끊는 게 더 낫다기에 V-PLUS를 선택했고,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같은 기본 정보를 입력해 가지고 있던 나비고 카드에 등록을 했다. 결제를 하고 나니 막상 사용할 때는 나비고 카드를 자전거에 갖다 대면 끝! 그리고 Vélib 어플을 사용하면 자전거가 주차된 위치를 찾거나 자신의 여정을 추적하기가 더 편하다. 그 후에는 자전거를 타기만 하면 되는데 내가 결제한 V-PLUS를 이용하면 30분은 무료고 그 이후에는 30분마다 1유로가 부과된다. 한 달 이용료는 3.10유로. 그때 자전거를 처음 빌렸던 곳이 7구 대한민국 대사관 근처였기 때문에 자연스레 센 강으로 향했고 강변을 따라 나의 첫 자전거 여정을 시작했다.

첫 페달을 밟을 때의 느낌은 ‘이야, 진짜 짜릿하다! 이건 미쳤다!’ 그리고 곧이어 드는 생각은 ‘이렇게 도로로 달려야 되나? 일단 저 자전거를 따라가 볼까?’였다. 워낙 자전거 타는 것을 좋아하는 데다 파리에서 자전거라니! 따뜻한 햇살과 양쪽 볼을 스치는 바람의 느낌이 마냥 좋았다. 예쁜 건축물이 시야를 스쳐가고, 무엇보다 엄청난 해방감! 마침내 자유로운 파리지엔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한편으로 무서웠던 건 파리의 인도가 워낙 좁기 때문에 자전거는 보행자가 아닌 자동차와 같은 도로를 이용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서울에서도 목적지에 걸어갈 때랑 자동차를 타고 갈 때는 같은 도로도 전혀 다른 곳으로 보이는데 심지어 길도 익숙지 않은 파리는 오죽할까.

파리에서 자전거는 기본적으로 자동차와 같은 방향으로 우측통행을 하는데 운전할 때처럼 앞에 세워진 자동차가 있으면 옆의 차선으로 슬쩍 끼어들어 지나가야 한다. 그리고 가끔 붐비는 도로가 나타나는데 그럼 진짜 멘붕 그 자체. 자전거를 능숙하게 타는 사람들은 자동차 사이사이로 잘 빠져나가던데 이제 막 첫 페달을 밟기 시작한 내가 그게 가능할 리가 없었다. 나는 느리지만 정석대로 가는 것을 선택, 무조건 기다리면서 도로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30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마레 지구 쪽으로 가서 내렸는데 내리자마자 헬멧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자전거 전문점으로 향했다. 자전거는 계속 타고 싶은데 그러려면 헬멧을 써야 조금이라도 마음이 놓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날 바로 헬멧을 사고 나서 집에 오는 길에도 약 한 시간 정도 자전거를 탔다.

우리 집 앞의 Vélib 정류장.

그 후 약 1주일 동안 자전거를 타본 소감은, 여름에는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것? 지금은 자동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기도 하면서 좀 더 능숙하게 도로를 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늘 조심하고 경계하고 있지만 확실히 도로에 대한 이해도도 높아졌고 자연스럽게 도로의 흐름에 맞춰 자전거를 탈 수 있을 정도로 발전했다. 유럽에서는 자전거가 여가 수단보다는 일상생활 속 교통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한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통근하는 사람들도 많고,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이동수단으로 자전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능숙하게 도로를 달리는 할머니를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란. 처음에는 ‘차도에서 자전거를 타는 게 어떻게 가능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며칠 타보니 기본적으로 보행자(자전거를 타고 있는 사람 포함)를 우선하는 문화 때문에 가능한 것 같다. 실제로 자동차들이 자전거가 먼저 갈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다. 끼어들 것 같다 싶으면 기다려주기도 하고, 한국처럼 자동차들이 쌩쌩 지나가지도 않아서 내가 자전거를 타고 버벅댈 때조차 아무도 클랙션을 울리지 않는다. 전형적인 한국인으로서 이쯤 되면 뒤차가 빵빵할 때가 됐다 싶을 순간이 있지 않나? 알아서 사리게 되는 그런 순간에도 그저 평온한 게 신기했다. 종종 속으로 ‘이렇게까지 배려를 해준다고?’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건 이 나라 사람들이 특별한 배려심을 가지고 있어서가 그런 게 아니라 애초에 그렇게 교육받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도로를 다니며 겁먹을 일이 별로 없다. 그리고 자전거를 위한 길이 갖춰진 도로도 있는데 그런 경우에는 운행이 더 쉽다. 그런 인프라가 있기에 오히려 자동차를 타는 것보다 자전거를 타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몸은 좀 더 힘들어도 교통 체증도 없고, 유럽 애들이 좋아하는 식으로 말하자면,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Vélib 어플에는 주행 거리, 평균 주행 시간, 가장 멀리 운행한 거리 등과 함께 이산화탄소 절약 양이 표기된다. 나는 여태 40km가량을 달렸고 그 결과 4.5kg의 이산화탄소를 절약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열심히 자전거로 파리를 누빈다.


TIP!

파리에서 자전거를 타보고 싶다면, 우선 https://www.velib-metropole.fr/en_GB 에 접속할 것.

여행자의 경우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1일권과 7일권. 동시에 1-5대의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1일권은 한대에 5유로, 30분까지는 무료고 그 후 30분당 1유로, 7일권은 한대에 15유로.

그리고 한 달 이상 파리에 살 예정인 사람이라면 아래 세 종류의 이용권에 가입하는 게 낫다.

1) V-Libre 한 달 요금 없이 이용할 수 있지만, 첫 30분부터 1유로를 내야 하고 다음 30분 당 1유로가 추가된다.

2) V-Plus 내가 이용하는 것. 한 달에 3.40유로지만 첫 30분은 무료다. 30분이 지난 후부터는 위와 같이 30분당 1유로 추가. 이걸 이용할 것을 권하는 이유는 자전거를 빼는 순간부터 시간이 카운트되는데 때때로 불량 자전거가 걸릴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불량이라 다시 반납하는 경우에는 그 1분 남짓의 시간을 위해 1유로를 내야 한다는 게 불합리적으로 느껴질 듯.

3) V-Max 한 달에 8.30유로. 하늘색의 전기 자전거까지 모든 종류의 자전거 이용 가능. 일반 자전거의 경우 1시간까지 무료고 1시간 이후부터는 30분당 1유로. 전기 자전거는 30분까지 무료, 그 후에는 30분당 1유로가 부과된다.


다들 즐거운 라이딩하시길. 다만, 조심, 조심, 또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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