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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파랑 Jun 16. 2019

파리에서 DELF B2를 봤다.

소소한 후기와 별 거 없는 팁.  


내 1년 유학 과정의 가장 큰 목표는 DALF C1를 따는 것이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은 소르본 어학원에서 봄학기를(2-5월) 마친 후, 6월에 있을 DELF B2를 보는 것. 프랑스에 도착한 지 약 4개월이 지난 오늘이 바로 그 J-JOUR(처음 봤을 때 되게 웃기다고 생각한 프랑스 식 D-DAY 표현)! 어학원 재학 당시 등록을 해서 일반 응시자들보다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190유로로 기억한다) 시험을 등록할 수 있었고 11일에 먼저 말하기 시험을 보고, 13일에 나머지 듣기, 읽기, 쓰기 시험을 보는 스케줄로 진행이 되었다. 

유학 전 나름대로 그렸던 큰 그림은 어차피 시험이 어학원에서 진행되는 만큼 학기가 끝나고 시험을 보면 공간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것이었다. 아무래도 익숙한 곳에서 시험을 보면 마음이라도 편할 테니 말이다. 그리고 역시 오랜만에 가는 소르본 어학원은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포근한 느낌을 주어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다. 정말 내 프랑스 체류에 있어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던 곳. 

아무튼, 델프 말하기 시험은 입실한 후 랜덤으로 두 가지 주제를 뽑고(주제가 쓰여있는 종이가 들어있는 박스를 안에 손을 넣어서 두 개를 뽑는 방식) 그중에 하나를 골라 30분 동안 준비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각 주제마다 주제와 관련한 짧은 텍스트가 쓰여있다. 30분 동안 준비를 하면 시험관이 둘씩 앉아있는 고사장으로 안내가 되고, 자신이 준비한 모노로그를 5-7분 동안 말한 후 나머지 10-13분 동안 시험관과 자연스러운 토론을 하면 된다. 내가 고른 두 가지 주제는 다음과 같다.

1) 우리가 행복해지는 것은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돈이나 명예, 사회적 성공이 아닌 직업적 즐거움과 타인과 함께 하는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음. 

2) 시에서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제도를 준비 중이다. 자동차에 어떤 불이익을 준다는 거였던 것 같은데 한번 쓱 읽어보고 고르진 않아서 기억이 잘 안 난다. 

나는 둘 중 1번을 택했는데, 사실 논리를 세우기에는 2가 더 쉬운 느낌이긴 했지만 저번 학기에 행복에 대한 발표를 했기도 하고 최근에 프랑스 잡지에서 행복에 대한 기사를 읽었기 때문에 시험관들의 돌발 질문에 답을 하기가 더 나았을 거란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30분 동안 세 파트로 나눠 기본적으로 말할 내용+예시를 정리했고 꼭 써야 할 접속사나 접속법이 들어간 표현들을 군데군데 배치해두었다. 10분 정도를 남겨두고는 더 이상 쓰지 않고 썼던 것들을 한번 쭉 읽어보면서 논리를 점검했다. 그냥 써두기만 하면 정작 고사장 들어가서 제대로 말을 못 하고 길을 잃을 것 같아 흐름을 외워두려고 노력했다. 막상 발표할 때는 중간중간하고 싶은 말이 정리도 못한 채 튀어나오긴 했지만. 

고사장에는 젊은 여성 두 분이 시험관으로 있었고 모노로그가 다 끝난 후 본격적으로 질문을 했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의미가 긴가민가한 문장이 있었는데 역시나 그게 좀 논리상 이상했던지 그 문장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다시 한번 물어보았다. 마치 구술로 진행되는 독해 시험... 사실 정확히 모르겠는데 최대한 내가 이해한 방식으로 설명을 했다. 하지만 그게 맞는 건진 지금도 잘 모르겠다. :( 그리고 내가 펼친 논지에서 이해 안 됐던 것들 위주로 질문이 들어왔고 그것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해야 했다. 마지막 즈음에는 나의 주장과 상반되는 의견을 제시하며 그건 어떻게 생각하냐, 그리고 제일 행복한 나이가 언제냐고 생각하는지, 내가 30대라고 하자 그 나이 때는 오히려 커리어 고민 때문에 힘들지 않겠냐는 역질문을 마지막으로 시험 끝! 보고 나오니 20분 정도가 흘러 있었다. 입 안이 바싹 말라서 나오자마자 물을 폭풍 드링킹.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역시나 말로 하려고 하니 준비했던 문장들도 다 꼬이고 왜 꼭 시험장을 나오면 좋은 표현들이 생각나는지, 여러모로 아쉬웠던 시험이었다. 

어느 주말, 생 마르탱 운하에서. 

그리고, 6월 13일 나머지 시험들을 보고 이어서 쓰는 글.

듣기와 읽기, 쓰기는 말하기 시험에 비해서 무난한 편이었다. 듣기의 첫 번째 문제는 환경 보호를 고려한 새로운 외식산업 트렌드에 대한 긴- 텍스트였다. 지금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고기 대신 채소 식단을 늘리는 등 자원 낭비를 줄이기 위한 방안들이 제시가 되었고 식당들이 어떻게 자발적으로 환경 보호에 참여하도록 할지 등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속도는 그럭저럭이었는데 내용이 길고 발언자가 많아 힘들었다. 두 번째는 생태계에 대한 텍스트였는데 짧은 대신 속도가 엄청 빨랐고 1번밖에 안 들려주기 때문에 정말 듣는 것과 동시에 내용이 휘발되는 기분이었다. 첫 번째 텍스트는 두 번씩 들려주니까 내용을 잘 버무리는 게 중요하고, 두 번째 텍스트는 정말 순식간에 지나가는 데다 한 번만 들려주기 때문에 순발력이 더 중요하다. 들리는 대로 바로 답 찍고 넘어가는 게 낫다. 워낙 빨리 지나가서 복기해봐야 기억도 잘 안 나기 때문에. 

30분 동안 진행된 듣기 시험이 끝나면 다음은 1시간 동안 진행될 독해 파트다. 첫 번째 지문은 Generation  Y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들이 어떤 특징과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회사를 선택할 때 어떤 걸 중요시하는지(기사에서는 이들한테 워라밸이나 기업 문화가 다른 것보다 중요하다고 나왔음), 그렇기 때문에 회사는 그에 맞춰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지 등이 제시되었다. 이 기사에 제시된 상황이 한국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 흥미롭게 읽었다. 사실 읽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었지만 답을 추리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주관식 같은 경우가 조금 답하기 까다롭게 나온 듯했다. 그리고 두 번째 지문은 글로벌한 교육에 대한 이야기로 기술의 발전으로 세계가 전부 연결되어 있는 요즘 시대에 어떻게 교육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예를 들면,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거나)에 대한 지문이었다. 역시 읽는 것보다 답하는 게 더 까다로웠음. 

마지막으로 역시 1시간 동안 진행되는 쓰기는 역시나 편지 형식의 글이었고, 주제는 시장이 통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동네에 새로운 대로를 만드려고 하는데 그 결정에 대해 예상되는 문제점(소음이나 공해)을 쓰고 다른 대안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맨날 쓸 말이 차고 넘쳐서 분량을 채우는 것은 문제가 아닌데(어학원에서도 기본 350자 분량을 쓰는 연습을 많이 했고, 맨날 400자씩 적어 내던 게 나다) 그 분량을 쓰기 위해 효율적으로 시간을 분배하는 게 더 큰 문제였다. 일단 개요를 작성! 개요는 일단 본문을 세 파트로 나눠 1, 2번 파트에서 문제점을 제시하고 - 전 세계적으로 환경오염을 해결하기 위한 논의가 한창인데 도로를 건설해 차 이용률을 높이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역행하는 발상이다 등- 3번 파트에서 대안을 제시하는 식으로 - 통근시간이 문제라면 공공자전거 수를 늘려 모든 사람들이 불편 없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등 - 구성했다. 쓰다 보면 또 늘어지는데 시간을 고려해 중간중간 적절히 분량을 조절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절대 같은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했고 접속사도 여러 개 쓰고, 문장 구성도 다양하게 하려고 했다. 접속법을 쓸 수 있는 문장도 중간중간 끼워 넣었고. 이건 쓰기 시험을 볼 때 가장 중요한 부분!

그래서 알차게 2시간 30분 꽉 채워서 시험을 보고 나왔고, 정말 머리에 쥐가 날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에너지 방전. 가능하면 중간중간 당을 채워줄 작은 간식을 챙겨가시길. 시험관도 중간중간 먹을 사탕이나 초콜렛을 꺼내놔도 된다고 했다. 샌드위치는 안된다고 했지만(ㅋㅋㅋ). 어찌 됐든 약 10일 후에 나올 결과가 좋았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 아무튼 뭔가 큰 걸 하나 끝내고 나니 너무나 뿌듯하다!  수고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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