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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의파랑 Jun 08. 2019

파리 통신 : 프랑스인들은 <기생충>을 어떻게 생각할까

파리의 지하철 무가지에서 읽은 <기생충>에 대한 기사를 번역해봤다.

현재 파리에는 영화 <기생충> 광고가 도처에 깔려 있다. 처음 광고판을 봤을 때, 홍보 문구가 <스포 하면 내가 널, 죽일 거야(Si tu spoile, je te tue)> 라서 한참 웃었던 기억이 난다. 6월 5일 프랑스에 정식 개봉했으며 나는 일반 시사로 처음 풀린 5월 28일에 영화를 미리 보고 왔다. 관객수 추이도 나쁘지 않고, 영화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별점도 꽤 높은 편이라 뭔가 프랑스인이 좋아할 것 같다는 작은 예측(실제로 상영이 끝나고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이 얼추 맞아떨어진 것 같다. 어학원에 가던 어느 날, 지하철을 타러 계단을 내려가면서 받은 무가지를 딱 폈더니 <기생충>에 대한 얘기가 메인으로 실렸길래 흥미진진하게 기사를 읽었고, 영화를 보는 눈은 어쩐지 만국 공통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해외 영화제에서 상도 받은 것이겠지만. 아무튼 한국에도 소개하고 싶어 어설픈 실력으로 열심히 번역을 해보았다. Avec plaisir !



아래는 기사 전문.


영화 <기생충>의 성공 요인

제72회 칸 영화제에서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탄 스릴러 영화 <기생충>은 성공적인 컬트 영화가 될 만한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글 캐롤린 비에(Caroline Vié)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장점들을 가졌기 때문에 봉준호의 <기생충>은 제72회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우리를 즐겁게 하고, 만장일치로 상을 준 칸 심사위원장들 만큼이나 대중들을 열광시킬 것이다. 봉준호 감독은 <<나의 목표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것이다>>라고 털어놓았다. 목표는 충분히 이뤄졌다.


보편적인 이야기

가난한 가족과 부자 가족을 대비시킨 이야기는 전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어필한다. 우리가 한국에 관심이 있든 없든 간에 등장인물들의 문제는 명확하고 보편적이다. 가난한 가족은 사기를 치는 것을 무릅쓰고 하인처럼 그 집에 들어가 오만한 부자 가족의 피고용인이 됨으로써 호사를 누리기를 원한다.


즐거운 동시에 고통스러운 시나리오  

영리한 관객이라면 <기생충>을 보면서 무엇이 일어날지 짐작하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새로운 전개와 그에 따른 결과를 위해 시나리오에 들인 정성이 충분히 가치가 있음을 증명한다. 우리가 영화에 어떤 음모가 있는지 예상하려고 할 때마다 감독은 독창적이면서도 뻔뻔한 아이디어를 제시함으로써 관객들을 좌절시키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는 대중에게도, 등장인물에게도 숨 돌릴 시간을 주지 않는다.


훌륭한 등장인물들

착한 빈민들을 괴롭히는 악독한 부자들을 발견할 것 같다고 생각한 관객들은 그 반대를 희망하는 사람들 만큼이나 헛고생을 할 것이다. 봉준호는 히어로를 단순하고 모자라는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재주가 있다. 연출의 섬세함은 유혈이 낭자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이 인물에 대한 호감과 불쾌감을 계속해서 번갈아 느끼도록 만든다.


한 번 보고, 다시 보고 싶은 영화

<기생충>은 너무 잘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우리가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두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그것이 단지 모든 요소들을 분석하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당장에 영화를 다시 보고 싶게 만든다. 모든 인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고 난 후에도 영화는 관객들에게 불안감과 긴장을 심어줄 것이다. <기생충>은 유독 신랄하고 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의 몸과 영혼에 오래 남는다.


(원문은 링크에서 https://www.20minutes.fr/arts-stars/cinema/2530019-20190605-parasite-pourquoi-derniere-palme-or-va-devenir-film-cul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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