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그랑제꼴이 의미하는 것
아마 그전부터 브런치를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프랑스에서 산지 이제 막 1년 반이 지났다. 1년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일탈은 프랑스에서 석사 후 취업이라는 목표가 되었고, 그 목표는 이제 막 닻을 올렸다. 앞으로는 좀 더 구체적으로 해외 취업을 향한 여정을 하나하나 기록해보려고 한다. 한창 프랑스에서 취업하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을 때, 검색을 아무리 해봐도 나오는 정보들이 나에게 충분치 않다고 느꼈고 그렇기 때문에 나중에 내가 그 길을 걷게 된다면 꼭 누군가가 참고할 만한 사례가 되어주겠다고 다짐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자의 인생은 다르니까 누군가가 해외 취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 때 그 사례가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평생 석사라곤 생각도 없었던 내가 학위에 욕심을 낸 계기는 단순하다. 그 나라에서 취업을 하려면 그 나라의 학위가 필수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학사를 다시 할 순 없으니까 남은 건 석사 뿐이었고. 글쎄, IT나 디자인 분야라면 이야기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문과 출신에 한국에서 잡지 에디터 경력이 다인 나 같은 사람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좋은 학위가 필요했다. 취업을 하게 된다면 제대로 좋은 기업에 들어가고 싶었고,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위치라면 굳이 해외에서 현타를 느끼면서 고생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이왕이면 현지 평판이 좋은 학교이길 바랬고, 경영 그랑제꼴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히는 HEC와 ESSEC, 딱 두 곳에 지원했다. 현재는 ESSEC에서 MiM(Master in Management)이라고 불리는 Grandes Ecoles 프로그램에 속해있다.
학교는 8월 말 예정대로 대면 개강을 했고, 현재는 프랑스인을 제외한 외국 학생들과 프랑스어 수업을 듣는다. 1년 반 동안 프랑스어를 배웠던 게 헛짓은 아니었던지 제일 높은 반에서 대부분 독일, 스위스 등 유럽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매일 세 시간씩 공부하고 있다. 약 3주간의 수업이 끝나면, 9월 21일부터는 경영학 기초 과목들을 순차적으로 배워나갈 예정이다. 첫 학기는 12월까지 네 달간 진행되고, 1년은 총 세 학기로 나뉘어 바쁘게 돌아간다.
하루는 프랑스어 교수님이 프랑스에서 그랑제꼴과 일반 대학들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던 얘기였지만,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그랑제꼴에 들어오기 전에 (일반 대학이 아닌 그랑제꼴을 지망하는) 프랑스 학생들이 거쳐야 하는 2년 과정의 프레빠 코스에 대한 것이었다. 그 2년 동안은 학생들이 정말 최선을 다해 주말도, 방학도 없이 공부한다고 하면서(이 나라에서는 어마어마한 거다) 교수님이 콕 집어 마치 '중국이나 한국 학생들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렇게 해서 그랑제꼴에 입성하면 그 후로는 공부를 거의 안 하고, 동아리 활동이나 스타트업 창업 등 개인적인 관심사에 매달린다고 한다. 마치,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가면 놀기 바쁜 우리나라 학생들처럼 말이다. (요즘은 그런 분위기 아닌 거 압니다만) 하지만 다른 점이 있다면 이곳 프랑스에서는 무사히 졸업 요건을 채우고 학위만 따면 취업할 때 학점은 전혀 고려 요소가 아니라고 한다. 그렇기에 더욱 마음 놓고 놀 수 있는 거라고. 교수님은 그래서 조모임을 할 때 프랑스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하지 않아도 놀라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 부분에서 살짝 이마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들도 그 사실을 잘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튼 결론적으로, 프랑스에서 그랑제꼴의 위상은 아직까지 지속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나 성공할 거야'라고 말할 때의 울림을 좋아한다. 반쯤은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고, 반쯤은 간절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이 되었든 간에 이왕 선택한 길, 그 끝까지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사실은 그 길 위에 있는 게 그냥 행복해서 그렇다. 하고 싶은 게 있고, 그 목표에 한 발씩 가까워지는 기분이 살아있는 느낌을 만끽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좋은 건 좋다고, 잘 안 된 건 잘 안 됐다고, 그래도 이런 걸 배웠다고 온몸으로 부딪혀가면서 좋은 이야기 들고 오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다시 볼 때까지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