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출근길

계절이 건네는 조용한 시작

by 효재

어제와는 다른 출근길이다.

잎새 한 잎이 조용히, 소리 없이 차창 위로 내려앉는다.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던 무더위가 서서히 물러나고, 긴 여름의 그림자가 조금씩 희미해진다.

아침 공기 속에는 가을 냄새가 스며 있고, 햇살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발길이 닿는 길가에는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경계가 뚜렷하게 그려진다.

반소매와 긴팔이 뒤섞인 사람들, 아직 푸르른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노란빛.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출근길이 가장 먼저 알려준다.


계절이 새롭게 넘어가는 즈음엔,

감정도 따라 깊어지고 섬세해진다.

오늘도 유난히 나는 생각이 많아진다.

차에서 느끼는 계절 감각은,

창밖의 풍경과 함께 조용히 내 마음속을 물들이고 있었다.


가을이 마음 깊숙이 스며들다 보면,

잊고 지냈던 지난 기억들이 하나씩 빛바랜 사진처럼 펼쳐진다.

그 기억들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아련한 그리움을 안겨준다.

지나간 시간들은 마음속 한켠에 자리하지만, 그 속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아침 출근길은 나를 한 번 더 성장하게 하며, 오늘의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단단함 속에서 여전히 부드럽게 흔들리는 나를 발견한다.


사무실 건물 앞에 다다르자 유리창 너머로 사람들의 하루가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가을 바람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스치고, 나는 천천히 문을 밀어 들어선다.

잠시 멈춰 서 있던 마음은 다시 일상으로 걸음을 옮기지만,

그 속엔 여전히 지난 여름의 잔잔한 울림이 머물러 있다.


그렇게 오늘도 일상이 시작된다.

어제와 닮았지만 조금은 달라진 마음으로, 가을의 온도를 품은 채 새로운 하루를 맞이한다.

나를 단단하게 만드는 건 이런 사소한 시작들임을 문득 깨닫는다.


그렇게, 커피 향과 함께 평범한 하루가 조용히 내 안에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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