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묵묵히 견딘 하루

by 효재

오늘이라는 하루는 내가 세상 속으로 들어가는 버팀의 시작이다.

바람은 차갑고 마음은 아직 깨어나지 못한 채 서서히 움직인다.

어제와는 다른 공기가 흐르고, 오늘은 유난히 고요하다.

책상에 앉아 있지만,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그저 침묵 속에서 스스로의 생각을 듣고 싶을 뿐이다.

누가 말을 걸어와도, 나 또한 입을 꼭 다문 채

묵비권처럼, 오늘을 견디고 있다.

며칠 전부터 먹기 시작한 약 때문인지,

하루 종일 비몽사몽이다.

머리가 지끈거리고, 몸은 무겁다.

오늘 하루는 유난히 길고, 견디기조차 버겁다.

오늘은 시계를 자꾸 바라본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고, 퇴근만 기다리는 나 자신이 낯설다.

그럼에도 오늘만큼은, 이런 나태함마저 조용히 용서해주고 싶다.

오늘을 버티는 건, 내일을 맞이하기 위한 나만의 관대함이다.

마음속의 흔들림을 들키지 않으려

나는 오늘도 묵묵히, 내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 다 젖으며 피었나니 / 바람과 비에 맞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시 ‘흔들리며 피는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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