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팔순

엄마에게

by 꿈부

내일은 친정 엄마의 팔순이다. 예전처럼 잔치는 아니더라도 친정 엄마 형제분들 모시고 식사를 한다. 이런저런 행사준비를 하면서 편지 낭독이 나에게 돌아왔다. 오전 일 마치고 앉아서 써봤다. 쓰면서 아프고, 읽으면서 아픈 엄마에게 드리는 글이었다. 육체 노동밖에 할 수없었던 엄마가 오남매를 데리고 버텨온 세월이 수월했을까?

그 삶보다는 내가 좀 낫구나 했다.칠순을 앞두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못 챙겨드린 아쉬움이 컸다. 그래서 엄마의 팔순은 감사함이 크다. 엄마가 좀더 건강하시길 바래본다.

사랑하는 엄마


우리 5남매에게 매년 한 해의 마무리는 엄마의 생신이었습니다. 12월, 그 마무리를 준비하면서 매년 감사했습니다. 엄마와 함께 무사히 한 해를 보내고 다시 새해를 맞이하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나이가 들어감에 그 소중함이 더 커지곤 합니다. 올 해도 어김없이 엄마의 생신을 맞이합니다. 올 해는 특별히 팔순이시네요.


엄마가 팔순을 맞이하신 오늘, 저희 마음을 가득 채운 건 감사와 죄송함입니다. 엄마의 굽은 손가락, 굽은 등과 허리, 휘어진 다리를 볼 때마다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납니다. 그 모든 흔적이 저희 다섯 남매를 지키며 키워 오신 삶의 흔적이라는 걸 알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오남매의 자식들까지 키워주셨으니 그 삭신이 온전하기가 가당키나 할까요. 그 손주들도 성인이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시절 고생이 엄마만 할까 하는 생각은 자라면서는 덜 했던 듯 합니다. 거친 삶을 표현하던 엄마의 거친 말들을 탓하곤 했지요. 그런데 그럴 수 밖에 없었겠구나하는 이해는 결혼하고 아이셋을 키우면서야 하게되었습니다. 그 아이 셋을 키우면서 잘 키워야 할텐데 하는 걱정과 불안은 예민하게 만들더군요. 하고 또 해도 끝이 없어 보이는 날들에 지치다 짜증이 났습니다. 그러면서 엄마 생각을 했습니다.


배움도 짧고, 키도 작은 엄마의 걱정과 불안은 얼마나 더 컸을까요?...할 수 있는 일이 몸으로 일하는 노동밖에 없는데 그 몸이 성치 않으니 답답함이 오죽했을까요?... 그 몸과 마음의 무거움을 감히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엄마의 헌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은데 표현은 늘 부족합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친절하지 못한 딸이라서 죄송합니다. 생각은 있는데 몸에 베지않은 살가운 언행이 잘 안되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임신하고 낳고 기르며 겪는 육체적, 정신적 어려움이 얼마나 큰 지 제가 겪으면서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그 견딤의 크기가 다섯배였겠구나, 아니 혼자나 다름없었으니 열배였을까요? 무거운 몸과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그 고통을 지나오셨던 엄마의 모습이 얼마나 강인했던 건지 새삼 깨닫곤 했습니다.


밤중에 아이 셋이 누워있는 모습을 보며 저는 종종 막막해지곤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엄마 생각을 하곤 했지요. 다섯 남매를 어떻게 키우셨을까, 그 어려운 시절에 모든 책임을 혼자 감당하시면서 어떻게 잠을 이루셨을까. 아니, 어쩌면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셨겠죠. 그런 엄마의 시간들이 제게는 기적처럼 느껴집니다.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저희를 키우시느라 몸을 아끼지 않으셨던 그 시간들에 대한 흔적들이 속상하게 합니다. 크고 작은 수술들을 이어가고, 입퇴원을 반복하면서 밥맛을 잃고 누워계신 엄마를 보면 목이 메입니다. 아프지 마세요.


엄마가 흘린 땀과 눈물이 오늘의 저희를 만들었고, 지금 저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엄마의 사랑과 희생에서 비롯되었다는 걸 잊지 않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5남매는 엄마의 고생이 한참이던 4-50대가 되었습니다. 엄마의 고생 덕분에 엄마 만큼의 고됨은 아니게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엄마가 편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비록 모든 걸 다 돌려드릴 순 없겠지만, 남은 시간은 엄마가 더 행복하시도록, 더 건강하시도록 저희가 곁에서 돌 봐 드리겠습니다. 엄마의 ‘씨부럴’이랄지, ‘그렇다는 얘기여.’랄지 하는 말들을 더 오래 듣고 싶습니다. 그런 엄마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저희는 하루들을 살아내는 힘이 됩니다.


엄마, 팔순 정말 축하드려요.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사랑합니다.


2024년 12월 14일


엄마의 큰 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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