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람을 품다2

그녀의 봄이 시작된 집

by 꿈부

그녀에게 다시 집이 생겼다.


그녀는 무너졌다고 생각했다.
50대 중반,
늦었다고 여겼다.

그녀는
지칠 대로 지친 얼굴로
나를 찾아왔다.

24평.
아주 평범한 구축 소형 아파트였다.
하지만 잔금을 하던 날,
그 아파트의 잔금은
나에게도, 그녀에게도
평범하지 않았다.

"내 집이 있었죠.
일이 좀 복잡해져서…
한동안 전세살이 하다가
다시 대출 받아서 마련했어요."

법무사와
상대 부동산 사장님과 매도인등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수줍게 말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늘 “죄송해요”, “고마워요”만 반복하던 그녀가
자기 얘기를 꺼낸 건
이 집이
얼마나 간절한 것이었는지를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게 했다.

그녀는 간호사였다.
3교대 근무로 지친 얼굴이었지만
그날은
눈에 웃음이 머물러 있었다.

대출은 최소로.
인테리어도 최소로.

“정말 꼭 필요한 것만 했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래도
오래된 아파트라
샷시도 바꾸고,
도배·장판·씽크대도 새로 했다.

하나하나 바뀔 때마다
그녀는 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집을 둘러봤다.


“좋아요. 진짜 좋아요.”


그녀는 여러 번 말했다.
그 말 끝마다
눈물이 살짝 비쳤다.

이삿날,
그녀의 딸이 함께 왔다.
취업 준비 중이라던 딸.
내 딸 또래쯤 되어보였다.

잔금이 끝나고,
나는 조용히 딸을 불러
10만 원을 건넸다.

"고생한 엄마,
오늘 저녁은 꼭 네가 사드려."

딸이 놀라고,
엄마도 놀랐다.
고개 숙여 연거푸 인사를 한다.
그 모습에 괜히 마음이 뭉클했다.

며칠 뒤,
그녀는 말했다.

“밖 풍경이요,
그냥 따뜻해 보여요.
봄 같아요.
집에 오면, 봄이 보여요.”

그녀의 말에
나도 괜히 창밖을 바라봤다.

햇살이 들고,
나무 가지 위엔
새순이 막 올라오려는 기척이 있었다.

봄은
그 집 밖이 아니라,
그녀 안에서부터
피어나고 있었다.

이 집이
그녀의 인생을
다시 세우는 기반이 되었으면 좋겠다.

고생 많았던 그녀도,
그 곁에서 묵묵히 자라온 딸도,
이번엔 정말
잘 되기길 바래본다.

이제 그녀는 다시
‘집주인’이 되었다.
단순히 재산만 생긴 게 아니다.
삶에
에너지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그녀의 봄이 시작된 집.
그 집의 시작을
내가 함께해서,
참 다행이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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