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서로를 챙기는 마음입니다
오전 상담이 막 끝나갈 무렵,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가 아프셔.'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
서류 정리를 마치고
오후 일정을 직원들에게 부탁한 뒤
곧장 엄마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마음이 심란했다.
조용히 내려앉은 불안이 자꾸 가슴을 두드렸다.
엄마 집 문을 열었을 때
보이지 않는 엄마에 더 불안해졌다.
방문을 열자
침대 한쪽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워 계셨다.
'엄마가 저렇게 작았었나?'
“어, 언제 왔어?”
힘 빠진 목소리.
엄마가 아니었다.
잠시 말을 잃었다.
“밥 먹으러 가요.”
“아녀, 있는 거랑 먹어.”
그 말에 올라오는 짜증을 꾹 누르고 말했다.
“그래도 같이 가요. 바람도 쐬고.”
겨우겨우 달래서 데리고 나선 엄마는
장어 한두 점 집어 들고
입맛이 없다고,
요즘은 소화가 잘 안된다며
젓가락을 내려놓으셨다.
그리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며칠 전, 오빠와의 말다툼 얘기였다.
별 것도 아닌데
그 순간엔 서운하고
괜히 언성이 높아졌다고.
그리고 한참을 말없이 계시더니
이 말을 남기셨다.
“혹시라도… 내가 정신을 놓거든…
요양원엔 보내지 마. 제발.”
가슴이 먹먹했다.
엄마는 그렇게
이별이 아니라,
늙음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내 마음속 계산이 시작되었다.
‘요양원을 위한 한 달 수입은 어떻게 더 만들지?’
‘엄마를 돌볼 시간은 어떻게 확보하지?’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엄마는 너무 빠르게
작아지고 있었다.
다음 날 오후.
비와 눈이 섞여 내리던 오후 1시 반,
두 사람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80대의 어머니와
50대 중반의 딸이었다.
“아, 추워!”
딸의목소리는 아이 같고
걸음은 뒤뚱했다.
두 사람은
월세 계약을 하러 왔다.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집주인이에요. 우리 딸.”
옆에 선 딸은
혀 짧은 발음으로
90도로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이 낯설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류를 꺼내고
볼펜을 쥐는 손이 떨렸다.
이름 세 글자를 쓰는 일이
이토록 고요하고 숭고한 순간이었던가.
우리 모두 숨을 멈추고
그 글씨를 바라봤다.
이름이 완성되자
모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치 축복처럼.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이 집은 이 아이 꺼예요.
월세라도 받으면
나 없어도 살지 않을까 싶어서요.”
눈가가 붉어졌다.
대출 하나 없이,
깨끗하게 수리한 집.
엄마가 딸을 위해
남긴 단 하나의 버팀목.
"혹시라도 내가 못 오게 되더라도
잘 챙겨줘요."
그 말에 담긴 걱정이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딸도 알겠지.
지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한 사람은 딸을 지키고 싶었고,
다른 한 사람은 엄마를 지키고 싶었다.
그 두 마음 사이에 집이 있었다.
집은 그렇게 마음을 이어준다.
그 날들의 비가 유난히 따뜻했던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