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사람을 품다8

집은 서로를 챙기는 마음입니다

by 꿈부

오전 상담이 막 끝나갈 무렵,

동생에게 문자가 왔다.

'엄마가 아프셔.'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았다.


서류 정리를 마치고

오후 일정을 직원들에게 부탁한 뒤

곧장 엄마 집으로 향했다.


가는 길 내내

마음이 심란했다.

조용히 내려앉은 불안이 자꾸 가슴을 두드렸다.

엄마 집 문을 열었을 때

보이지 않는 엄마에 더 불안해졌다.


방문을 열자

침대 한쪽에 몸을 웅크린 채 누워 계셨다.

'엄마가 저렇게 작았었나?'


“어, 언제 왔어?”


힘 빠진 목소리.

엄마가 아니었다.

잠시 말을 잃었다.


“밥 먹으러 가요.”

“아녀, 있는 거랑 먹어.”


그 말에 올라오는 짜증을 꾹 누르고 말했다.


“그래도 같이 가요. 바람도 쐬고.”


겨우겨우 달래서 데리고 나선 엄마는

장어 한두 점 집어 들고

입맛이 없다고,

요즘은 소화가 잘 안된다며

젓가락을 내려놓으셨다.


그리고, 엄마는 말씀하셨다.

며칠 전, 오빠와의 말다툼 얘기였다.

별 것도 아닌데

그 순간엔 서운하고

괜히 언성이 높아졌다고.

그리고 한참을 말없이 계시더니

이 말을 남기셨다.


“혹시라도… 내가 정신을 놓거든…

요양원엔 보내지 마. 제발.”


가슴이 먹먹했다.

엄마는 그렇게

이별이 아니라,

늙음을 걱정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고

내 마음속 계산이 시작되었다.


‘요양원을 위한 한 달 수입은 어떻게 더 만들지?’

‘엄마를 돌볼 시간은 어떻게 확보하지?’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되었는데

엄마는 너무 빠르게

작아지고 있었다.


다음 날 오후.

비와 눈이 섞여 내리던 오후 1시 반,

두 사람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80대의 어머니와

50대 중반의 딸이었다.


“아, 추워!”


딸의목소리는 아이 같고

걸음은 뒤뚱했다.

두 사람은

월세 계약을 하러 왔다.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집주인이에요. 우리 딸.”


옆에 선 딸은

혀 짧은 발음으로

90도로 인사를 한다.

그 모습이 낯설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서류를 꺼내고

볼펜을 쥐는 손이 떨렸다.

이름 세 글자를 쓰는 일이

이토록 고요하고 숭고한 순간이었던가.

우리 모두 숨을 멈추고

그 글씨를 바라봤다.

이름이 완성되자

모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마치 축복처럼.

어머니가 말씀하신다.


“이 집은 이 아이 꺼예요.

월세라도 받으면

나 없어도 살지 않을까 싶어서요.”


눈가가 붉어졌다.

대출 하나 없이,

깨끗하게 수리한 집.

엄마가 딸을 위해

남긴 단 하나의 버팀목.


"혹시라도 내가 못 오게 되더라도

잘 챙겨줘요."


그 말에 담긴 걱정이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딸도 알겠지.

지켜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한 사람은 딸을 지키고 싶었고,

다른 한 사람은 엄마를 지키고 싶었다.

그 두 마음 사이에 집이 있었다.

집은 그렇게 마음을 이어준다.


그 날들의 비가 유난히 따뜻했던 이유였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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