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보다 깊은 애씀이 있는 집
숫자가 말해주지 못하는 애씀의 시간들이 있다.
사람들은 노력의 크기나
성공의 크기를 자산의 숫자로 재곤 한다.
"몇 년 만에 몇 억을 벌었다",
"30대 직장인, 몇 십억 부자",
그런 제목이 달린 영상과 책들이 잘 팔리는 걸 보면,
우리 모두 마음 한편에서는 숫자에 기대고 싶은지도 모른다.
그 숫자가, 내가 해온 시간들을 증명해 주기를 바라면서.
하지만 세상엔 숫자로는 셀 수 없는 노력들이 있다.
어떤 애씀은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되어 있기도 하니까.
퇴근 직후였다.
오랜만에 찾아온 그녀를 보자
뭐라도 따뜻한 걸 먹였으면 좋겠다 싶어서
근처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초등학교 방과 후 선생님인 그녀는
몇 년 전 처음 만났을 때도
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었다.
그 눈엔 오늘도 눈물이 담겼다.
친정의 뒷바라지,
남동생과 부모님을 챙기는 책임,
자신에게는 늘 인색한 K-장녀.
그녀의 스토리는 나를 닮았다.
그래서 더 마음감이 컸는지 모르겠다.
그녀는 방과 후 컴퓨터 선생님이다.
그녀의 처음 월수입은 200만 원 남짓했다.
하지만, 그녀는 수업의 질을 높이고, 재계약을 철저히 준비하면서
수업 단가를 올렸고, 수강생 수도 늘려나갔다.
몇 년 사이, 그녀가 가르치는 아이들은 1,000명을 넘어섰고
한 달 수입은 3배 이상 늘었다.
방과 후 선생님은 어렵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지만
그녀는 그 자리를 기회로 삼았다.
결국 몰입의 정도가 사람을 가른 거겠지.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매번 태도를 바로 세운다.
그런 그녀의 삶의 방향의 중심엔 집이 있었다.
전세로 시작했지만 매도를 원하는 집주인의 집을 사서,
다시 신축으로, 신축은 다시 상급지로 바뀌었다.
어두웠던 친정의 낡은 빌라는 가난을 떠올렸고,
반듯하고 밝은 집을 갖고자 돈을 모았다.
그렇게 그녀에게 집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었다.
삶을 버티게 하는 기둥이었다.
버거운 현실 속에서 그녀를 지탱해 주었다.
지금 그녀는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친정을 더 잘 도와주기 위해,
본인 자신을 더 키우기 위해.
그녀의 어깨를 조용히 툭 두드리며 말했다.
“애썼다. 훌륭해.”
그녀는 말없이 웃었다.
여전히 큰 눈에 눈물이 맺힌 채.
어떤 집은 몇 억이란 숫자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안에 담긴 시간이, 버텨낸 날들이,
눈물과 기도와 고요한 각오들이 그 집의 진짜 가치이니까.
숫자보다 깊은 애씀이 있는 집,
오늘도 누군가의 삶을 지켜주고 있다.
"집은 단지 공간이 아니라,
그 안에서 버틴 시간의 기록이다."
그 누구도 당신의 삶을 숫자로 환산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