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살아내기로 했다 17

책이 내 삶을 구해냈다

by 꿈부

나의 어릴 적 동네는 농촌이었다.

내 또래 위아래 여자아이 중에 대학교를 간 건 내가 처음이었다.

대부분은 상고를 졸업하고 곧장 취업을 했고,

어떤 집은 중학교까지만 보내기도 했다.


그런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집 딸이 대학에 간다는 건

늘 뒷말의 소재였다.

취업을 했다가 대학원에 간다고 했을 땐

일가친척들이뒤에서 하는 욕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엄마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전문대라도 나와야 한다”면서

여동생들까지 대학에 보냈다.


내가 자란 동네의 부자는

토지를 많이 가진 집안이었다.

그 아들들은 공부해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선생님이 되는 게 자랑이었다.

하지만 그런 집조차도,

딸에게는 고졸이 최선이었다.

그런 남자들한테 시집을 보내면 성공하는거라고 했다.


그런 동네의 언어는 늘 거칠었다.

욕이 반 이상 섞인 말투로 늘 다툼이 오갔다.

조용한 날이 없었다.

즐기는거라곤 모여서 고스톱치는게 다였고,

농사를 짓지 않는 시간엔

술에 취해 사는 아저씨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는게 흔한 일상이었다.

바로 위 오빠는 그런 문화에 휩쓸려 술과 담배에 빠져

불량끼 가득한 모습으로 가난한 부모를 탓하며 울부짖고 때려부쉈다.

그런 오빠는 나를 더 한숨짓게 했다.


엄마와 아빠의 언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함과 욕설이 오가는 매일의 소리 속에서

나는 점점 말을 줄여갔다.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서 그런

‘가난’을 읽고 보는 게 싫었다.


그때 내가 찾은 게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

그 언어와 공기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물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나를 붙들기 위해,

그리고 아래 동생들을 붙들기 위해

나는 책을 읽었다.


욕이 싫었고,

큰 소리가 싫었고,

그래서 책 속에 숨듯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돈과 부자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있었다.

그 속에서 만난 세계는

내 안의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저렇게 살고 싶다.”

그 마음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행의 불씨가 되었다.


책은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었다.

내 삶의 궤도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는 힘이었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

내가 그 공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던

책 덕분이었다.


책 속에서 만난 세계는 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결국, 책이 내 삶을 살려냈다.


“책 한 권이 사람을 구할 수는 없어도,

사람은 책 한 권으로 자신을 구할 수 있다.”


혹시 지금, 당신도 막막한 현실에 휩쓸리고 있다면

책 한 권을 꺼내 읽어보면 좋겠다.

그 한 권이 당신의 숨을 붙들고,

내일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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