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내 삶을 구해냈다
나의 어릴 적 동네는 농촌이었다.
내 또래 위아래 여자아이 중에 대학교를 간 건 내가 처음이었다.
대부분은 상고를 졸업하고 곧장 취업을 했고,
어떤 집은 중학교까지만 보내기도 했다.
그런 동네에서 가장 가난한 집 딸이 대학에 간다는 건
늘 뒷말의 소재였다.
취업을 했다가 대학원에 간다고 했을 땐
일가친척들이뒤에서 하는 욕을 들어야 했다.
그래도 엄마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전문대라도 나와야 한다”면서
여동생들까지 대학에 보냈다.
내가 자란 동네의 부자는
토지를 많이 가진 집안이었다.
그 아들들은 공부해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선생님이 되는 게 자랑이었다.
하지만 그런 집조차도,
딸에게는 고졸이 최선이었다.
그런 남자들한테 시집을 보내면 성공하는거라고 했다.
그런 동네의 언어는 늘 거칠었다.
욕이 반 이상 섞인 말투로 늘 다툼이 오갔다.
조용한 날이 없었다.
즐기는거라곤 모여서 고스톱치는게 다였고,
농사를 짓지 않는 시간엔
술에 취해 사는 아저씨들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는게 흔한 일상이었다.
바로 위 오빠는 그런 문화에 휩쓸려 술과 담배에 빠져
불량끼 가득한 모습으로 가난한 부모를 탓하며 울부짖고 때려부쉈다.
그런 오빠는 나를 더 한숨짓게 했다.
엄마와 아빠의 언어라고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고함과 욕설이 오가는 매일의 소리 속에서
나는 점점 말을 줄여갔다.
다른 사람들이 내 말에서 그런
‘가난’을 읽고 보는 게 싫었다.
그때 내가 찾은 게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
그 언어와 공기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물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나를 붙들기 위해,
그리고 아래 동생들을 붙들기 위해
나는 책을 읽었다.
욕이 싫었고,
큰 소리가 싫었고,
그래서 책 속에 숨듯 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돈과 부자에 관한 책을 찾아 읽고 있었다.
그 속에서 만난 세계는
내 안의 동경을 불러일으켰다.
“저렇게 살고 싶다.”
그 마음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행의 불씨가 되었다.
책은 단순히 시간을 채우는 도구가 아니었다.
내 삶의 궤도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는 힘이었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
내가 그 공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었던 건
책 덕분이었다.
책 속에서 만난 세계는 나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그리고 결국, 책이 내 삶을 살려냈다.
“책 한 권이 사람을 구할 수는 없어도,
사람은 책 한 권으로 자신을 구할 수 있다.”
혹시 지금, 당신도 막막한 현실에 휩쓸리고 있다면
책 한 권을 꺼내 읽어보면 좋겠다.
그 한 권이 당신의 숨을 붙들고,
내일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놓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난 오늘도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