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시, 살아내기로 했다 16

꾸역꾸역 살아낸 시간

by 꿈부

작년 이맘때,
나는 어떤 의미를 두고 사는 게 아니었다.
살아야 했고, 살아내야 하는 이유로
닥친 문제들을 그저 해결하고 있었다.


역전세와 세금, 이자의 3중고가

3년째 이어지고 있었다.

다음을 생각할 겨를 없이

눈앞에 닥친 상황들이 급했다.


전세입자 반환대출을 또 신청했다.
서울 빌라는 하락장에 더해진

규제로 매도뿐 아니라 전세도 막혔다.
분양받은 오피스텔은 조용했고,
지식산업센터는 공실로 가득했다.
금리는 내려온다는데,

시장의 심리는 여전히 얼어 있었다.


임차인 만기는 다가오는데 매도는 안 되고,
결국 전세로 맞추자는 말에 계좌를 넘겼다.

마무리는 늘 찜찜했고,

그 찜찜함이 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다음 달 만기가 돌아오는 지방 아파트는 더 막막했었다.
매매도, 전세도, 월세도 수요가 없다는

중개사의 무심한 말투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계산기를 두드렸다.
공실을 어떻게 메꿀까, 단기임대라도 돌려야 할까.
심장은 자꾸 두근거렸고, 두통이 몰려왔다.


나이 오십이 면 웬만한 헛디딤에는

눈도 깜빡 안 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여전히 헉헉대며 살고 있었다.


그럼에도 기댈 곳이 없었다.

모든 숙제의 책임을 해내야 했다.

그저 꾸역꾸역 버티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라도 살아내는 내가 참 애틋했던 날들이었다.


꾸역꾸역.
열심히와는 다른 말이다.

의욕이 있어서가 아니라, 상황이 해야만 해서
발을 떼야만 했던 걸음들이었다.

그래도 그렇게 꾸역꾸역 걸었던 덕에

조금은 앞으로 와 있다.

버티는 것도 힘이었고, 그게 결국 길이 되었다.

그 시절의 끝은 결국,
“어쩌겠어. 살아야지.”
그렇게 중얼거리게 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부동산 투자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도 남아있는 숙제들이 여럿이다.

세금, 이자에 대한 대비가 덜했다.

많이 잃었다.

지속가능한가를 묻지 않았던 투자는

결국 내게 오래, 깊은 숙제를 남겼다.


그럼에도 늘 건건이 다른 대책들을 찾아냈다.

살아야 하니까.

살아내야 하니까.


꾸역 꾸역이라도,

살아냈던 힘은 결국 내 삶을 앞으로 데려다주었다.

그 길 위에 여전히 서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 다행이다.


“끝까지 버티는 자가 결국 완주한다.”
– 전도서 9장 1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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