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쓰는이가 되었다
나는 글쓰는이가 되었다.
그 시작은 화려하지 않았다.
벗어나고 싶었던,
너무나 가난하고 답답했던 집과 동네가 시작이었다.
어릴 적 복권 당첨금은 1억 원이었다.
그만큼 세상의 소득도 낮았고,
집값도 지금보다 한참은 저렴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집이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건 아니었다.
언제나 집은, 가진 자의 것이었다.
그 때 내가 알던 부자집은 양옥으로 지은 2층집이었다.
넓은 마당까지 갖춘 그 집을,
나는 자주 먼발치에서 동경하듯 바라보곤 했다.
우리 집은 초가에서 스레트로,
스레트에서 기와로,
아궁이에서 연탄보일러로,
다시 기름보일러로 바뀌었다.
그럴 때마다 어른들은 "살림이 좀 나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 집은 여전히 가난했고,
우리는 여전히 벗어나고 싶었다는 걸.
벗어나고 싶어 아둥거리면 아둥거릴수록,
더 깊은 가난에 빠져들고 있다는 걸.
그렇게 늘 가난했다.
내가 자란 농촌의 언어는 따뜻함보다 거칠음이 많았다.
욕설과 술기운이 늘 공기를 메웠다.
“그냥 먹고살면 됐지, 뭘 더 바라냐.”
“공부는 그만하고, 빨리 취업해 부모 도와라.”
그 말들은 나를 붙잡아 끌어내리고,
앞길을 막는 돌덩이 같았다.
숨이 막혔다.
그 틀을 벗어나기 위해 내가 붙잡은 건 책이었다.
책 속에는 내가 알지 못한 다른 세계가 있었다.
삶은 가난만으로 채워지지 않았다.
작은 목소리로도 부를 말하고,
태도로도 격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엔, ‘부’라는 전혀 다른 공기가 있었다.
나는 책을 붙잡았다.
그 안에서 길을 배웠고,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모인 자리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언어와 태도를 따라잡으려 고군분투했다.
늘 어색했고, 늘 벅찼다.
하지만 그 시간들이 결국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
그렇다. 나는 흙수저였다.
벗어나고 싶어 책을 붙잡고 버둥대던 아이였다.
그리고 지금은,
그 책 속에서 얻은 배움을 글로 나누는 사람이 되었다.
가난이 나를 가두지 못했던 이유는 단순하다.
나는 계속 책을 붙들었기 때문이다.
책은 내게 또 다른 집을 지어주었다.
숫자가 아니라 마음과 생각으로 세운 집을.
그래서 나는 오늘도 쓴다.
누군가 또 다른 가난을 넘어설 수 있도록.
내가 책에서 위로받았듯,
이 글이 누군가의 작은 길잡이가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