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늘 끝에 있었다
빛은 늘 끝에 있었다
오늘도 터널을 지났다.
운전을 하며 지나는 긴 어둠 속,
등골이 오싹해지고 식은땀이 났다.
들어갈 때마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끝의 빛을 보며 내뱉는 숨은
언제나 길고 깊었다.
내 10대는 매일이 터널이었다.
엄마와 아빠가 돈 때문에 다투던 집,
그 속에서 하루하루가 전쟁터 같았다.
20대는 또 다른 터널이었다.
대학, 취업, 대학원, 결혼…
숨 돌릴 틈도 없이 연이어 지나야 했다.
30대는 아이 셋의 유아기,
끝나지 않던 친정의 가난,
시댁의 무시가 또 다른 어둠이었다.
40대는 가난을 벗어나겠다고
자격증 시험, 도배, 청소, 중개, 투자…
하루하루가 끝나지 않는 긴 터널 같았다.
그리고 지금, 50대.
과연 터널은 끝났을까?
아니,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터널 속은 언제나 답답했다.
끝에 빛이 있을까 두려웠고,
그 빛을 보는데는 늘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터널은 단순히 견뎌야 할 공간이 아니었다.
마음을 단단하게 만드는 훈련장이었다.
숨소리와 심장소리만 울리던 고요 속에서
나는 결국 나 자신과 마주해야 했다.
두려움, 불안, 욕심, 그리고 잊고 있던 감사까지.
그 모든 것이 어둠 속에서야 선명해졌다.
터널을 지날 때마다 식은땀을 닦고,
숨을 고르며 나는 확인했다.
“끝은 있구나.”
그리고, 그 끝을 향해 걸어가는 동안
나는 조금 더 강해졌다는 사실을.
삶도 마찬가지였다.
넘어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희미한 빛을 더듬다 보면
결국은 끝에 닿는다.
그 끝에서 마주한 빛은
눈부신 성공이 아니라,
살아냈다는 안도였다.
그 안도가 오늘의 나를 살리고,
내일의 나를 다시 일어서게 했다.
혹시 지금,
긴 터널 속을 걷는 듯 답답한 당신이 있다면
이것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빛은 있다.
흐릿하고 희미할지라도,
끝은 분명히 있다.
그리고 지금도,
당신은 단단해지고 있는 중이라는 걸.
그 어둠이 당신의 껍질을 한 겹씩 벗겨내고,
새로운 힘을 길러주고 있다는 걸.
빛은 늘 끝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