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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Oct 08. 2021

가죽공예가의 길을 걷게 된 이야기

가죽공예양성과정을 통해 가죽공예의 길이 열렸다!

   “고양시 여성 가죽공예가 양성사업”

버스를 타고 지나는 길에 우연히 이 플랜카드를 보는데 순간 가슴이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혹시나 선착순일까 싶어서 그날 당장 지원서를 냈다. 얼마 후 지원자가 많다는 말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덜컥 합격했다. 합격을 하고 나니 갑자기 앞이 캄캄하고 두려워졌다.

‘아! 나 똥 손인데.....,’  특별히 손재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가죽공예에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대뜸 가죽공예에 가슴이 뛰었을까? 지금도 잘 모르겠다. 운명처럼 이끌려 가죽공예를 시작한 지 어느새 3년 차, 나는 온유 가죽공방의 대표이자 가죽공예가가 되었다. 이제는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가죽공예가를 꼭 해야만 하는 필연적인 사람이었다. 나에게 딱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나는 힘이 세다!’

어렸을 적 아빠께서 누굴 만나든지 나랑 팔씨름해보라면서 딸내미도 원치 않았던 힘자랑을 동네방네 하고 다니셨다. 그땐 부끄러울 때도 있고 자랑으로 여겨지지 않았는데 이제야 나의 팔 근육을 제대로 쓸 직업을 찾았다. 실제로 가죽공예는 많은 힘이 요구되기에 나에게는 딱인 직업이었다. 질긴 가죽을 재단용 구두칼로 재단할 때도 가죽에 일일이 치즐이라는 포크처럼 생긴 공구로 가죽에 바늘구멍을 낼 때도 작품에 잠금 장식을 달 때도 하나하나 망치로 두들겨서 구멍을 내주어야 한다. 그래서 가죽공예를 오래 하신 분들은 어깨와 손목, 팔꿈치가 성한 사람이 없다. 힘을 주다가 자세가 흐트러져서 재단 칼에 손을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난 가죽공예를 하면서 특별히 아팠던 적도 없고 망치질을 아무리 많이 해도 손목이 멀쩡하다. 바느질을 길게 해도 건강에는 이상이 없다. 정말 최적의 신체를 가졌다고 자부한다. 물론 아직 3년 차 햇병아리라 장담할 수 없지만 살면서 체력 하나는 자신하며 살았기에 내가 가죽 공예인에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가 또 있다.

‘나는 양손잡이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왼손잡이는 나쁘다고 배우던 때라서 어른들께 꾸중도 많이 듣고 고치려고 노력하다가 결국에는 양손잡이가 되어버렸다. 살면서 양손잡이라서 좋을 때는 특별히 없었는데, 가죽공예를 하면서 양손잡이라서 좋은 점이 수도 없이 많았다. 가죽 칼로 가죽을 재단할 때 힘이 빠지면 반대편 손으로 할 수 있다. 그리고 가죽공예의 기본 바느질을 할 때도 일반 바느질과는 다르게 실의 양쪽에 바늘을 끼우고 바느질을 할 가죽 재단 물의 바늘구멍에 왼쪽으로 한번 넣고 오른쪽으로 한번 넣으며 양손 바느질을 해야 하는데 처음 가죽공예를 하는 사람들은 여간 헷갈린 것이 아니다. 그런데 나는 처음 할 때부터 손에 착착 감겼다. 나는 오른쪽 왼쪽이 자유자재로 바느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손 바느질을 편안하게 할 수 있기에 바느질 속도도 빠르고 양손에 같은 힘을 주어 실을 당기기 때문에 바느질의 땀도 예쁘게 나왔다. 덕분에 능률도 높고 실수도 적다. 게다가 망치질할 때도 오른쪽 왼쪽 번갈아가며 작업하기 때문에 어깨에 무리도 덜 간다. 정말인지 가죽공예는 하면 할수록 나의 천직이다. 타고난 체력과 양손잡이라는 장점! 내가 살면서 깨닫지 못한 나의 신체적 장점이 이곳에서 모두 이점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최적의 체력 조건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가죽공예의 길은 시작할 때 마음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공구도 다양하게 많이 필요하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도구와 가죽을 많이 구매하면서 비용이 부담되자 플리마켓에 나가보기로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하루 종일 서서 하나도 못 팔고 돌아온 날이 허다했다. 가죽이라는 소재 자체가 비싸고 일일이 수공예로 작업을 하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다 보니 가격대가 높기 때문에 플리마켓에서 판매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초반에 가죽공예 자체에는 만족감도 크고 행복하지만 직업으로 이어가기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이어가다 보니 길이 생기고 지금까지 즐겁게 이어왔다. 최근에는 가죽공예에도 새로운 길이 생겨 유튜브나 온라인 강의를 통해 가죽공예를 수업하는 길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 또한, 새로운 방향으로 길을 틀어 가죽공예를 이어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어느 날 나의 25년 지기는 말했다.

‘한 가지를 이렇게 오래 한 적 있어?’ 고작 3년으로 그래?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처음에만 몇 달 열정을 불태우고 금방 식어버리는 냄비근성으로 30여 년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나에게 3년은 한 번도 질려본 적 없이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심지어 공방의 대표로 살아가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인류가 가장 오랫동안 이어온 가죽공예, 나는 그 길을 이어가는 젊은 가죽 공예인으로 자부심을 갖고 나의 운명인 가죽공예를 오래오래 평생 사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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