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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Oct 08. 2021

가죽공예를 통해 배운 삶의 지혜

나를 찾아가는 시작나다움을 찾는 수많은 연습들.

경기도 교육청 사업인 ‘꿈의 학교’ 강사로 수업을 할 때 내 수업의 주제가 바로 최대한 즐겁고 신나게최대한 나다운 것 만들기였다. 요리사들이 같은 재료를 주어도 모두 다른 맛이 나듯이 가죽공예는 같은 가죽과 같은 실을 쓰더라도 모두가 다르게 각자의 개성대로 나온다. 어떤 사람은 바느질을 할 때 실을 느슨하게 하고 어떤 사람은 빡빡하게 하고 또 땀이 일정한 사람도 있고 자연스럽게 나오는 사람도 있다. 잘하고 못함이 아닌 각자의 개성이고 성격인 것이다또 실색 실의 두께, 가죽의 마무리 부분에 바르는 가죽용 물감인 엣지의 색에 따라 다르고 또, 엣지 몇 번 바르느냐 등등 작은 차이에도 자기만의 특성이 확 드러나고 본인만의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기성품 중에 어떤 것이 내가 원하는 가죽 색에 실색에 엣지 색과 모양과 크기, 금속 장식들을 다 일일이 고를 수 있을까? 

가죽공예는 취향대로 다 하나하나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작은 선택들의 모여 또 본인의 개성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된다. 처음 작품을 만들 때는 자신이 어떤 취향인지 알지 못한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무슨 색이 조합이 잘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작품을 만들다 보니 이제는 어느새 나의 취향과 개성으로 나다움을 찾았다. 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을 도전해서 나를 더 많이 찾아가는 사람이 되어

가자 다짐해본다.           



수많은 성장과 실패 속에서 작품이 나온다

3년 차인 나도 매번 실패하고 실수하고 구멍도 잘못 내고 바느질도 실수한다. 우리 모두는 실수를 통해 배워 나간다. 한 번에 완성되면 과연 좋을까? 하지만 어떤 일이든 한 번에 잘하면 어쩌면 한번 더 배울 기회를 잃는 것은 아닐까? 

몇 년 전 아들이 체스 수업에서 매일 진다고 울고 왔길래, 내가 해준 말이 있다. 한 게임 이기면 이기는 방법 한 가지만 배우지만 지고 나면 왜 졌을까 다음번에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다음번엔 꼭 이겨보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어서 수 십 가지를 배울 수 있다고 이야기해준 적이 있다. 가죽공예도 마찬가지다. 완벽하게 나왔다고 끝이 아니라 실수하면 실수한 대로 더 많은 것을 배운다. 일전에 카드지갑을 만들었는데 위에 구멍을 다 꿰매버려서 속상했는데 지금은 잘 사용하고 있다. 생각해보면 카드 한 장만 들어가는 카드지갑은 나뿐이지 않을까? 실패라고 여기면 실패고 희소하다고 여기면 희소한 것이다. 그 무엇 하나도 실패한 작품이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속도가 아닌 과정에 있다.

어떤 일이든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가죽공예를 할 때 빨리빨리 하려고 애쓰면 꼭 사고가 난다. 칼에 손도 다치고 바느질하다가 실수를 한다던가, 섬세하고 꼼꼼히 해야 하는데 그냥 빨리하려고 달리다 보면 더 큰 것을 잃는다. 모든 삶에서도 그렇다. 빨리 가려고 뛰어가면 주변에 뭐가 있는지 둘러볼 새도 없이 속도에만 집중하다가 자기 자신을 잃는 것이다. 

나는 매 순간 수업을 할 때도 혼자 작업을 할 때도 결과물에만 집중하기보다 작업 과정 자체에 가치를 두길 바라고 있다. 작업 과정 그 자체에서 요즘 흔히 말하는 힐링을 경험할 수 있다. 복잡한 사회에서 나만의 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비우고 오로지 작업에만 한 땀 한 땀 정성을 다해 완성해 나갈 수 있다는 점, 정말 가죽공예가 현대인에게 주는 최대의 장점이다. 

최근 나온 영화 중 작은아씨들이라는 영화 말미에 가죽 커버를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가죽공예 장인이 거친 손으로 한 과정 과정을 정성스럽게 가죽 책의 커버를 만드는 장면이 정말 아름답게 표현됐다. 이 책 한 권이 주인공의 손에 가기까지 장인이 얼마나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들었는지 나온다. 과거에는 이렇게 한 권의 책이 손으로 오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만드는 과정마다 수없이 많은 정성이 들어가 있다. 나는 이 장면에 울컥 눈물이 났다. 나도 이런 장인이 될 수 있을까? 매 순간 온 정성을 다해 하나의 작품을 만드는 장인이 될 수 있을까? 그날이 올 때까지 더욱더 노력하고 싶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매 순간 집중해서 천천히 하나하나 정성 들여서 가죽 장인의 마음으로 모든 과정을 해나가고 싶다.     


나는 이제 막 3년을 지나 4년을 향해 달려가는 가죽공예 햇병아리다. 앞으로 가죽공예를 하며 얼마나 더 큰 배움과 철학이 생겨날지 모르겠다. 어려운 시국에 수업을 해나가며 강사로서 학생들에게 배우는 과정들과 쉽지 않은 가죽공예의 길을 걸어가며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적어가고 싶다. 가죽공예의 길을 가면서 수많은 실수와 보완해 나가는 모든 과정이 행복이고 기쁨이다. 


앞으로 오래오래 이 일을 이어가며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단순히 작품을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닌 만들어 가는 과정 속에서 실수해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수강생들이 나의 것을 찾아가는 작은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다. 짧은 시간이라도 작품에 몰두하며 머릿속에 잡다한 생각을 잊고 힐링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손을 쓰는 일이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세상에 갇히게 된 요즘 사람들에게 가장 역사가 깊은 가죽공예를 통해 함께 소통하고 작품을 하나하나 완성해나가는 기쁨을 맛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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