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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Oct 08. 2021

가죽공예 작품 이야기 <복조리백>

나의 첫 작품 : 복조리백(=버킷백) 제작기!

 가죽공예 전문가 양성과정에 합격하고 난 후, 정해진 가죽공방에서 커리큘럼대로 열심히 기초부터 가죽공예를 배웠다. 워낙 가방 자체에 문외한이었던 나는, 다른 수강생들보다 언제나 무지했다. 가죽공예를 배우기 전에 나에게 있어서 가방은 무난한 검은색에 애들이랑 다녀도 불편함 없는 배낭이나 크로스백이었다.  

심지어 가벼운 가방만 선호해서 대부분은 에코백이나 현란한 꽃무늬가 잔뜩 그려진 배낭형 기저귀 가방이었다. 그나마 있는 가죽 가방은 십여 년 전 결혼할 때 혼수로 받은 가방이 전부였다.

가죽공예를 하면서 정말 가방은 신세계 그 자체였다. 가방의 브랜드며 종류가 너무나 다양했고 각 브랜드마다 유명한 가방들은 이름이 따로 있었다.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아, 그래서 사람들이 수십 개씩 사는구나!!'

30대가 되어서야 가방에 세계를 알게 되었다. 수업 중에 이것 저거 다양한 가방을 만들며 차근차근 배워나갔다. 그렇게 가방의 종류를 알아가면서 내가 진짜 원했던 가방을 찾았다. 바로, 복조리 백이었다.

가끔 지나다니던 사람들이 들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서 사이즈도 좋고 예쁜 모양에 반해서 처음 갖고 싶다고 생각했던 가방이었다. 때마침 패키지가 저렴하게 팔고 있기에 초보자 주제에 냉큼 구매를 했다.

처음 접한 가죽에 혼자서는 처음으로 제작하는 가방이라 실수도 많았다. 하나씩 패키지에 들어있는 설명서를 읽어 내려가며 제작하기 시작했다. 첫 장에는 어려움이 없었는데 갈수록 머리가 복잡해져 갔다.


망치질도 잘 못하고 어깨끈을 내 몸에 생각하지 않고 길게 만든 탓에 가방이 무릎까지 내려오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게다가 바느질할 곳을 균일한 간격으로 구멍을 내주어야 하는데 긴장해서 바들바들 떨다가 구멍을 삐뚤게 뚫는 바람에 구멍이 난 부문에 바느질을 하다 보니 바느질도 삐뚤빼뚤했다. 양쪽 가죽의 색이 다른 양면 가죽을 이용해서 만들었기에 한 면은 갈색으로 같은 갈색 실이라 티가 안 났지만 반대편이 민트색 쪽에는 바느질이 엉망인 것이 확연하게 보였다. 특히 스트랩은 어깨 줄이라 바느질이 엉망인 부분이 정면으로 보여서 더 완성도가 떨어져 보였다. 바닥은 더욱 가관이었다. 가죽이 겹쳐지는 부분이 많아서 딱 맞아떨어지지 않아서 이리저리 송곳으로 구멍을 내는 바람에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것이 보였다. 어차피 내가 쓸 거니까 괜찮아하며 마음속에 주문을 걸어보았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 곳 투성이었다.


 내 눈에는 실수한 부분만 보여서 속상한 마음에 한동안 방구석에 처박아 놓았던 나의 복조리 백은 어느 날부터 내 사랑을 듬뿍 받게 되었다. 눈에 확 띄는 예쁜 민트 색상인 덕분에 플리마켓에 가면 많은 칭찬과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다. 소품 위주로 판매했기에 매대 옆에 걸어두기만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주문하고 싶다고 문의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받았다.  물론 실수가 많기에 팔지 않았고 또, 당시에는 다시 예쁘게 만들 자신이 없어서 주문도 받지 않았다. 용기가 없어서 주문조차 받지 못하던 시절, 실제 판매한 것도 아닌데 오가는 손님들에게 받은 칭찬만으로도 세상을 다 갖은 사람처럼 기쁘고 행복했다.


그런 추억이 있기 때문일까? 나의 복조리백은 아직도 나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아무렇게나 필요한 것 다 집어넣고 줄을 쭉 당기면 복을 가득 담은 듯 통통하게 부풀러 오른다. 나중에 꺼낼 때는 물건들이 뒤엉켜 힘들지만 아무 물건이나 후루륵 집어넣을 때는 이 가방만큼 편한 가방이 없다.

버킷백(Bucket Bag)은 양동이(Bucket)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입니다. 양동이 모양처럼 핸들이 달려 있고, 복주머니처럼 여밀 수 있는 스트랩 조절끈이 있어 물건 이탈을 방지합니다. 어깨에 멜 수 있는 숄더 스트랩이 달려 있는 상품도 있습니다.  
                                                                       [네이버 지식백과] 버킷백 (쇼핑용어사전)

버킷백의 사전적 정의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복조리백이라고 많이 부르고 외국에선 버킷백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복주머니 모양인데 외국에서는 양동이라니, 복조리백 이 친구는 참 이름부터 재미있다.


나는 우리나라 방식대로 복조리백라고 부르기로 했다. 딱 봐도 복이 가득 들어가 있는 복조리 모양이다. 그리고 내 손으로 처음 가장 고생해서 만든 친구인데 양동이라고 부를 수 없지 않은가? 끈끈한 전우애?로 다져진 우리 사이는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나의 최애템이다. 그동안 많은 가방들과 함께했지만 복조리백만큼 가볍고 편한 가방이 없다.

나에게 실패의 쓴맛과 칭찬의 달콤함을 동시에 안겨준 복조리백! 수업할 기회가 생긴다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가방 1순위다. 코로나로 나들이 기회가 없었는데 얼마 전 강릉에서 좋은 카페에서 처음 사진도 찍어줬다.


가죽공예를 하면서 가장 처음 칭찬을 안겨준 복조리백!

심플하고 활용도 만점에 예쁘기까지 한 복조리백!

내 사랑 복조리백 나와 오래오래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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