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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나 Oct 08. 2021

가죽공예 수업 이야기<카드지갑 목걸이>

- 처음 어르신들과 수업했던 날의 에피소드

 한참 여름이 무르익어 갈 무렵, 반가운 연락을 받게 되었다. 복지관에서 독거노인분들을 상대로 수업을 진행해 달라는 이야기였다. 흔쾌히 응하고 나서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어르신들이 남자분들이시다 보니 바느질은 전혀 안 해보셨을 텐데 어떡하나 하는 마음에 더 열심히 준비하게 되었다.

수업시간은 정작 두 시간 남짓인데 준비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지만 준비하는 내내 기쁘고 즐거웠다. 샘플도 이것저것 만들고 다양하게 가죽도 준비하며 어느덧 수업 날이 다가왔다. 할아버님들이 모두 다섯 분이 와주셨는데 예상 밖으로 썩 내키지 않아 하셨다. 처음 해보셨다는 분도 계시고 옛날에 남자가 바느질하면 안 된다고 해서 안 하셨다는 분도 계셨다.

"바느질이 생소하시겠지만 오늘 처음 도전해보세요! 해보시면 잘하실 거예요! "


바늘귀에 실을 넣는 것부터 시작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다행히 실습 나온 복지사 선생님들께서 도와주셨다. 처음에 어려워하시다가 이내 바느질하는 방법을 깨달으시고는 조용한 시간이 이어졌다.

가죽공예 수업을 할 때 처음에는 대부분 정신없고 번잡하게 진행되다가 이내 바느질의 방법을 깨닫고 나면 묵묵히 바느질에 몰두하며 집중하는 시간으로 이어진다.  나는 이 시간이 좋다. 작품에 몰두하는 수강생분들을 보며 뿌듯하고 행복하다. 수업 중간중간 다른 분들의 실수에 모두들 웃고 또 잘 안된다며 투덜거리시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이야기드린다.


''예쁘게 잘하고 계세요!''

''우와 많이 해보신 분 아니에요? 어쩜 이렇게 잘하세요?''

''감각이 뛰어나시네요! 가죽이랑 실이랑 정말 잘 어울려요. 잘 고르셨어요!''

''저랑 같이 수업 나가셔도 되겠어요!''


칭찬을 듣고 나면 모든 분들이 쑥스러워하시면서도 허허 웃으신다. 그 모습에 또 한 번 내가 더 뭉클한 마음이 든다. 예전에 수업을 할 때 연세가 꽤 있으셨던 수강생분이 오랜만에 칭찬을 들으니까 낯간지럽지만 기분이 좋다고 하셨다.  그날 이후 내 수업에는 항상 칭찬해드리고 격려해드린다. 실수를 하셨어도 어떤 일이든 무조건 괜찮다고 해드린다. 사실 실수가 생겨도 수정하면 그뿐이고 다른 사람은 보면 어떤 실수인지 알 수도 없다. 본인만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계속 속상해하실 때는 위로해드린다.

 "괜찮아요! 해결하면 되니까 걱정 마세요! 내 거니까 나만 알는 비밀이 생긴 거예요!"   


이 말씀을 듣고 나면 그냥 웃으시는 분도 계시고 마음 쓰여하는 분도 계시는데 후자의 경우에는 내가 만든 작품 중에 실수한 것들을 여러 개 보여드리며 나만 아는 실수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씀드리고는 꼭 당부드린다.

"다음에 제 수업 꼭 다시 들어주세요! 그럼 그때는 제일 예쁘게 만드실 수 있으세요. 오늘 이렇게 많이 배우셨으니까 훨씬 더 잘하실 거예요"


바느질을 모두 마치고 나서 목걸이 줄을 카드지갑에 걸어드렸다. 모두들 목에 걸고는 흐뭇해하신다. 수업 중에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말씀은 하시지 않아도 만든 작품을 보시며 얼마나 뿌듯해하시는지 눈에 보인다.

가장 열심히 집중해서 만들어 주신 한 할아버님께서 수업 끝에 나지막이 웃으시며 말씀하셨다.

"70년 평생 바느질 한 번도 안 해봤는데, 해보니까 재미있네요. 감사합니다."

"정말 처음이셨어요? 오늘 굉장한 재능을 찾으셨네요. 저도 영광이고 감사했습니다."


이런 말씀을 들을 때는 만세라도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누군가의 삶에 가장 처음 하는 일에 선생님이 된다는 것, 가죽공예라는 특별한 경험에 즐거움과 만족을 드릴수 있다는 것이  수업하며 느끼는 가장 큰 기쁨이다.

한분씩 본인의 작품을 소개하고 선물하실지 본인이 쓰실지 여쭈어 보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격려의 박수를 쳐주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처음에는 못할 것 같다고 하시던 분들도 모두 예쁘고 다양하게 완성하셨다. 서로에게 격려의 박수 쳐주시는 이 시간이 수업에 또 다른 즐거움이다.

정성껏 내 손으로 만든 작품이 수강생분에게 전해져서 오래오래 사용하시길 기원하며 모두가 행복했던 수업시간이 끝이 났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서는 길은 누구보다 발걸음도 가방도 가볍고 행복하다. 오늘은 특히 더욱 행복했다. 수업을 의뢰해 주신 복지사님께서 할아버님들께서 잘 사용하실 카드지갑을 추천해주셔서 한 분 한 분께 직접 사용하실 물건으로 완성되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물건을 사용하고 다니면 누가 물어보면 이야깃꺼리도 늘고 자부심도 생기실 것이다. 또 간혹 나와 어느 곳에서 지나치다 봬도 서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다 같은 카드지갑이라도 필요해서 상점에서 샀다가 조금 헤지면 버리고 마는 기성품과 다르게 스스로 만든 작품은 애착도 가고 더 귀중하게 쓰이게 된다.  잘 쓰일 작품을 상상하며 오늘 수업도 기쁘게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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