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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와 여념없이 업무를 보는 와중에 법인장님이 잠깐 나를 찾으셨다.
봉투에 사직서라고 손글씨로 적었는데, 예쁘지가 않으니 봉투에 인쇄를 해줄 수 있느냐고.
예견된 퇴사였고, 자발적이 아닌 반강제적인 법인장님의 사표이다.
윗선에 무엇을 잘못 보였는지 혹은 사내정치에 밀린 결과물인지, 재직 중 법인장님 위로 상무를 배치한다고
통보를 하였고 그 뒤 2개월이 지난 오늘 법인장님은 자진사표를 쓰기로 발표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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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고싶다. 퇴사해야지. 퇴사가 꿈이고 매일매일 사표쓰는 사원인 나지만,
막상 사직서 봉투를 만들고 있노라니 나 또한 만감이 교차하고 마음 한켠에 돌덩이가 내려앉은 기분이다.
회사라는 곳은 참으로 잔인하고, 정작 자리를 내놓아야 할 사람들은 제 자리를 더 굳건히 지키는 것만 같다.
하루하루 주어진 역할대로 열심히 하면 제 몫은 해내는 것이라 생각했는데, 과연 그 끝이 퇴사 종용이 될 때..
법인장님이 꼭 남의 얘기 같지 않아 사직서 봉투를 드릴 때 어떠한 위로 말씀도 드리지 못한 채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