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토르, 자이승 전망대, 풍경과 삶의 경계

by 성세윤

해는 게르촌 언덕 너머로 넘어갔지만 일몰까지는 여전히 시간이 남아 있었다.

'자이승 전망대!'

딱히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닌데 언젠가 블로그에서 울란바토르에서 그나마 볼만 한 건 자이승 전망대 일몰과 야경뿐이라던 글이 생각났다. 바로 구글맵을 찾아보니 전망대까지는 30분 정도 거리. 머릿속에 불씨 하나가 톡 튀어 오르더니 마른 낙엽에 불붙듯 번져갔다. 게르촌과 묘지에서의 감상은 가슴 한편에 담아두고 서둘러 차로 뛰었다.

'자이승 전망대'라는 말에 아주머니 눈썹 사이 주름이 접히는 모습이 보였다. 흥정할 생각은 없었다. 2만 투르크를 건네니 아주머니 금세 낯빛을 밝히며 시동을 걸었다.

차에서 검색을 해보니 전망대에 오르는 길이 공사 중이라 못 올라간다는 글이 나왔는데 또 다른 글을 보니 옆에 샛길로 오르면 정상까지 갈 수 있다는 글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 가봐야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해가 넘어가 버린 하늘엔 주황빛과 보랏빛이 스며들며 박명의 시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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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머니는 내 마음을 읽은 듯 골목을 누비고 차선을 가르며 자이승 전망대를 향해 빠르게 진격했다.

차가 서자 난 용수철처럼 앞으로 튀어 나갔다. 구글맵을 따라 가파른 길을 오르니 땅을 파려다 멈춘 포클레인과 흙더미 위로 쌓인 대리석 계단이 보였다. 공사는 한창이었지만 통제는 없었다. 그대로 언덕을 따라 전망대를 향해 뛰었다.

정상에 오를 때쯤엔 숨이 턱 밑까지 차올랐다. 숨을 몰아쉬며 전망대 난간을 잡고 고개를 드니 가슴 뚫릴 만큼 탁 트인 전경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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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은 여전히 미련을 남기고 있었고 불빛이 하나 둘 켜지며 도심을 밝혔다. 서늘한 바람이 귓가를 스치며 땀을 식혀줬고 난 두 눈 가득 도시의 밤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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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처럼 펼쳐진 야경을 보다 문득 이 풍경 속 어딘가에 게르촌과 이주민들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불빛 없는 형광등 아래 하루를 견디고 찌든 손톱 밑의 때와 꺼지지 않는 알람 그리고 벽을 타고 흐르는 습기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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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아름다워 보이는 건 그런 삶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무리 괴로운 현실도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아름다운 추억이 된다. 하루하루 괴롭고 고될 게르촌 삶이지만 이 역시도 한 발짝 떨어져 볼 때만큼은 아름답게 보일 뿐이다.

한편으론 이런 나 자신이 모순되고 기만적으로 느껴졌지만 다른 한편으론 이런 관조적 정신이라도 있기에 우리가 때때로 미소 지으며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8시간, 주 5일. 쳇바퀴 돌듯 삶을 살아가도 이렇게 여행 한번 와서 이런 생각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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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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