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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잔 Apr 06. 2019

세탁업과 물류의 콜라보, 렌트더런웨이

Rent the runway, Jenn Hyman

How I Built This with Guy Raz- Rent the Runway, Jenn Hyman
2018년 10월 15일 에피소드


Guy Raz의 인터뷰 스킬 때문에 듣는 재미가 있는 팟캐스트! How I Built This with Guy Raz! 출퇴근하며 듣는데, 기록으로 남겨보자 싶어 작성한다. 이번 편은 렌트 더 런웨이- 여성 CEO가 창업한 10년 차 스타트업이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옷들을 정가의 10~15%의 가격으로 빌려주는 회사다. 우리나라에서도 몇몇 스타트업들이 시도했었는데, 생각보다 운영이 어려워서 고전하고 있다고 들었다. 렌더런웨이는 뭐가 다를까? 1200명의 직원들 중 패션 관련된 직원은 10명 근처밖에 없고, 절반이 세탁 관련 직원이고, 또 절반이 물류와 관련된 직원이라고 한다. 

www.renttherunway.com


이 팟캐스트에서는 어떻게 이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주는데, 그야말로 스타트업의 정석 같은 이야기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시절 동생이 본인이 내는 한 달 월세보다 더 비싼 옷을 기꺼이 구입하는 모습을 보고 친구에게 옷을 빌려주는 사업을 하자고 하고 바로 시작한다. 금요일에 동생과의 일화가 있었고, 바로 그다음 월요일에 친구와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에 연락해서 아이디어에 대해 물어보자고 하며, 빠르게 실행한다.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는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의 다양한 이메일 버전들을 모아서 메일을 작성하고 운 좋게도! 진짜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에게서 내일 5시에 사무실에서 보자는 연락을 받는다. 물론 이 과정에서 대차게 까이는 경험도 하지만, 젠 하이만은 거절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다이앤의 비서가 아주 확고하게 오지 말라고 하는데도 기어이 재방문을 해서 사업의 다음 스텝으로 발전시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Jennifer Fleiss and Jennifer Hyman 렌더런웨이의 코파운더


1시간 남짓한 인터뷰라 생각보다 현재 렌더런웨이의 운영구조보다는 과거에 어떻게 시작해서 사업을 발전시켰는지와 여성 CEO로서 벤처업계에서 받는 어려움과 같은 것들에 이야기를 많이 할애한다. 사업의 기본 구조를 정한 후에는 바로 실험을 했다. 본인들의 자비로 블루밍데일즈에 가서 100장이 넘는 드레스들을 사서 팝업스토어를 열었다고 한다. 하버드 대학생들을 초대해서 정말 옷을 빌려가는지와 옷을 빌려간 후에 어떤 상태로 반납을 하는지, 이 모델이 가능성이 있는지 테스트를 해봤다고. 실제 이 테스트를 통해 사람들의 반응에서 된다는 확신이 들었고, 벤처캐피털에서 17-18억 정도를 투자받아서 시작했다. 2009년 4월에 첫 팝업스토어를 열어 테스트를 했다 하는데 이 때는 넷플릭스가 DVD를 우편으로 보내는 시기였다. 지금은 이런 공유경제에 대한 아이디어가 보편적이지만 그때는 에어비앤비도 막 태동할 때고, 집도 그렇지만 옷은 더더욱이 개인적인 건데 빌려서 입는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놀랍다. 정말 이렇게 큰 스타트업이 나오려면 여태까지 했던 모델이 아닌 것에서 나올 확률이 높다.


사업은 여자 두 명이 시작한 덕에 뉴욕타임스의 테크 섹션 커버 기사로 나가면서 맨 처음부터 대박을 쳤고, 이후엔 늘어난 트래픽들을 처리하면서 계속 성장한 듯하다. 몇 년 전에 렌더런웨이의 거의 모든 중요 임원들이 전부 퇴사하고 언론에서도 아주 심각하게 사내 환경의 열악함에 대한 기사들을 내보냈는데 이를 계기로 젠은 수정을 했고, 지금은 다시 안정이 되었다. 좀 찾아보니 과거 독한 작업환경이었던 것은 맞는데,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이후 시정을 대대적으로 한 듯하다. 


여성 CEO로서 겪었던 일화들 이야기도 많이 나오는데, 결혼에 관련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재학 당시 진지하게 만나는 남자 친구가 있었는데 나랑 똑같은 버전의 여자는 만나고 싶지 않다며 차였고, 젠 하이만은 렌더런웨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면서 가정도 안정적으로 꾸려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양립할 수 없는 것인가? 하며 많이 우울했다고. 여성 CEO들이 겪는 직접적인 성희롱 같은 것보다 인식하지 못하는 범위에서 일어나는 차별이 더 무섭다고 하며- 같은 위치에 놓인 남성 CEO들이 본인보다 훨씬 더 기회를 많이 제공받는다고 했다. 사소한 멘토링에서부터 사업을 운영한 결과에 대한 시각까지- 젠 하이만의 성취가 결코 낮지 않음에도 비슷한 남성 CEO들의 성취는 훨씬 더 크게 인정받는다고. 



생각해 볼 만한 포인트

· 우리는 성공한 모습만 보지만, 실제로 옷을 회수해서 세탁하고 배송하는 과정이 이 사업의 핵심이다. 이 과정을 가장 깔끔하고 빠르게 개선시키는 것이 이 사업모델의 정수- 여성들을 더 아름답고 더 자신 있는 모습으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실제 사업의 실행 과정에서는 아주 작은 부분. 실은 세탁업과 물류업의 콜라보인데- 관련 경험 한 개 없는 이 CEO가 이렇게 매끄럽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처음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에게 들이댔던 그런 배짱 덕이 있을 거다. 그리고 실제 하이만은 그다지 패션피플이 아닌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패션피플이었다면- 뒷단에 치중하는 것보다 앞단을 더 신경 썼을 수 있고, 그러다 보면 모델은 어그러진다.

· 내가 하고 싶은 이상적인 사업과 그 이면의 실행 과정엔 언제나 갭이 있다. 사업은 기본적으로 누군가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기꺼이 내가 해결해줄게! 하면서 성립되는 것-

·언제나 기회는 있다. 2008-9년에 지금 현재 유니콘 가치에 해당하는 대다수의 기업들이 만들어졌다. 모든 분야에서 유니콘이 나온 것 같지만 지금으로부터 다시 10년이 지나면 또 이런 인터뷰들이 나올 걸. 그때는 아직 00같은 건 없었어요. 단지 유투버들이 쏟아져 나오고 인스타그램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갓 출시했던 때였죠.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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