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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명혜 May 14. 2022

이문세를 좋아하세요

 인사 몇 번 나눈 사이에 단둘이 차를 타고 가는 건 꽤 어색한 일이다. 모임에서 두세 번 만나기는 했지만, 정확한 이름도 알지 못하고, 그저 만나면 눈인사 정도 하고 지내는 그런 사람. 나이가 얼마나 되는지, 어디 사는지, 그녀도 나를 아는지 알지 못하는 그런 관계. 그날 모임에선 더 친해져 보자는 의미로 함께 밥 먹을 기회를 만들고, 카풀도 했는데, 하필이면 내 차엔 나와 그녀 단 둘이만 가게 됐다. 


 타는 사람도 태우는 나도 영 어색하니, 마치 처음 만난 사람들처럼 깍듯하게 인사를 나눴다. 또박또박 이름도 다시 나눠 가졌다. 영혼 없는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눴지만, 차 안 공기는 무겁고  답답했다. 때문에 가 본 길인데도 하이웨이로 나갈 길을 놓치고 말았다. 10여 분은 더 소요될 길을 가게 됐는데, 난 길을 놓친 사실 대신, 이 길은 로컬 길을 타는 게 제대로 된 구경을 할 수 있어, 늘 이 길로 간다며  허세를 떨었다. 맥없이 떨어지는 늦가을 낙엽처럼 그 변명이 참 어색했다. 음악을 틀었다.  노래가 더 이상의 오류를 막아 주기를 바라며 말이다.  


“ 어머, 저도 이 노래 좋아해요. 이문세 좋아하세요? “  어색했는지  내내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던 그녀가 이문세 노래에 모처럼 나와 시선을 맞춘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1988년  발매된 이문세 5집 수록곡.  이 노래로 시작된 이야기는, 그의 히트곡들로, 그 음악을 들었던 우리의 1988년 즈음의 서로에 대해서도 얘기 할 수 있었다. 어색한 숨소리만 들리던 차 안은 곧 끊이지 않은 수다로 노랫 소리마저 묻었다.


 언제부터인지 난, 만남에 게으름이 생겼다.  꽤 긴 세월을 만난 사이도 별 일 아닌 일로 상처받고,  그 상처가 곪아, 그 관계 이외의 다른 생활까지 영향을 받는 게 싫었다. 그래서 한동안 만남도 줄였고, 새로운 인간관계는 더더구나 시작하지 않았다. 새 사람에 대해 알기도 귀찮았고, 기억 할 열정도 없었다. 어떤 만남이 무슨 이야기를 만들지 모르면서도 한사코 외면만 했다.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이다.  노랫말처럼 세월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인간관계라 할 지라도, 어느 날 문득 듣게 된 노래로 그 어떤 만남을 떠올 릴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요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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