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명혜 Mar 16. 2022

McLaughlin's Daffodil Hill

 바람에 흔들리는 노란 꽃송이 무더기가 꼭 깔깔 거리며 운동장을 뛰어다니는 아이들 같다. 봄의 소리다. 비를 핑계 삼아 하루 이틀 가드닝을 미루다가도 이 수선화를 보면 더 이상의 망설임은 이 봄, 정원지기에겐 게으름이라는 걸 깨닫게 하는 확실한 봄의 전령사이기도 하다. 


집에서 한 시간쯤 거리에 이 계절이면 언덕을 수선화로 가득 채운 "McLaughlin's Daffodil Hill"이 있다. 처음엔 유명한 곳이라 들어 알고 있어도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라 따로 시간 내기를 미루었었다. 그러다 가 정작 가보려고 마음먹으니 캘리포니아의 가뭄으로 그해엔 문을 열지 않았고, 또 한 번은 너무 많이 모인 사람들로 차를 대지 못하고 주변만 둘러보고 왔었다. 

McLaughlin's Daffodil Hill은 꽃이 보이기 전까진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지나칠 수도 있는 그런 곳에 있다. 또 넓지 않은 공터에 포장도 구획 표시도 없는 주차장에 차를 세울라치면 빵 터질 만큼 부푼 기대감에 피식 바람이 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1887년 이곳에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한 McLaughlin 가족의 아주 오래된 목조 건물을 지나 수선화 언덕을 만나게 되면 이런 맘은 순간 사라진다.


처음에 이 농장은 목재를 운반하는 사람들과 여행객들을 상대로 하는 곳이었고, 수선화 농장은 아니었다. 그저 집 주변에 조금씩 심어 기르던 수선화가 세월이 지나 더 큰 군락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고, 거기에 몇 세대를 두고 노력한 가족의 정성이 더해져 1930년대에 들어서 처음으로 일반인들에게 Daffodil Hill로 공개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게 거의 백삼십 년을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그곳이 2019년 문을 닫았다. 너무 많은 관광객으로 그 해 문을 닫는다는 기사를 읽었지만 내년에 꽃은 또 필테니 그리 아쉬움이 크지는 않았다. 그러다 코비드 팬더믹이 시작되었고, 많은 관광지가 문을 닫는 시기였기에 이곳도 당분간은 문을 닫으리라 생각을 했었는데 2022년 올해도 문을 열지 않는다는 소식이다. 도네이션 말고는 입장료도 받지 않고 관광객을 맞이했던 수선화 언덕, 그들의 넉넉함. 그 맘을 믿고, 또 한 해를 기다려 보려고 하다. 기다림은 때론 더 큰 기쁨을 선물하기 때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