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마당 넓은 집을 찾아다닌 때가 있었다. 가드닝에 한참 빠져 있을 때였는데, 큰 마당이라면 일 년 내내 무엇이든 키울 수 있는 온실도 두고 싶었고, 마당에 과일나무도 종류별로 심고 심었다. 살고 있는 곳에서 삼사십 분 거리엔 실제로 마당 넓은 집들이 있었다. 가능성은 나를 더욱 흥분시켰고, 매일 시간이 날 때마다 인터넷 집 찾기 사이트를 뒤지기 시작했다. 인터넷상에서만 만족할 수 없을 땐 비록 외관일 뿐이지만 직접 가 동네 구경을 하기도 했다. 보고 싶은 집이 오픈 하우스일 땐 만사를 제쳐 놓고 보러 갔었다. 마당을 꼼꼼히 살피며 어쩌면 내 미래의 정원이 될지도 모를 곳에 나무도 심어 보고, 창문 달린 조금 큰 가든 쉐드( garden shed)도 지어 보았다. 살고 있는 집을 내놓지도 않은 상황이지만 상상만으로도 행복했다.
가격이 맞고, 마당이 넓은 집들은 대부분 도심 주택가에서 벗어난 곳에 있어, 찾아가는 그 길은 또 반나절 드라이브로 안성맞춤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계획 없이 찾아 나선 곳에서 나는 길을 잃었다. 날은 어두워지고, 드문드문 있는 집들의 불빛은 너무 희미했다. 한심하게도 그때까진 난, 한 번도 넓은 마당의 밤을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그때까진 넓은 마당을 푸르게 만들 물값도, 거름 비용도, 벌레를 막을 비용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현실 자각은 내가 찾는 마당 사이즈를 줄였고, 도심과의 거리를 단축시켰다. 하지만 줄어든 마당 넓이 때문인지 마음에 드는 집은 쉽게 찾아지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상상 속 정원을 가진 집을 찾았다. 작은 마당이었는데 어느 한구석 모자람 없이, 적당한 사이즈의 나무를 심고, 커다란 화분을 이용해 좁은 마당을 넓혀 놓았다. 해가 좋은 곳엔 햇살을 찾을 식물을 두었고, 그늘이 두려운 것들에겐 잎이 넓은 나무로 또 그늘을 만들어 놓았다. 그랬다. 마당 넓은 집은 정원의 크기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얼마나 많이 생각하고, 사랑으로 열심히 꾸미느냐에 달린 것이었다. 큰 온실 대신 페트병으로도 미니 온실은 만들고, 또 생각보다 많은 종류의 과일나무도 화분에 가꿀 수 있다.
난 그 후로 더 이상 마당 넓은 집을 찾지 않았다. 대신 나에게 가장 맞는 집을 찾았고, 매일 그 마당을 넓히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