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연애 유식 계산법으로는 3년
"이 글 네가 쓴 거야?"
얼마 전에 친구가 내 브런치 글을 공유한 일이 있었다. 스냅 관련해서 검색해 보다가 내 브런치 글이 우연히 떠서 보게 되었다며, 글이 술술 읽혀서 재밌다고 전해주었는데,, 덕분에 잊고 살았던 브런치를 1년 만에 들어와 보게 되었단다 친구야.
오랜만에 브런치를 들어와서 놀랐던 건 구독자가 26명이나 되는 것인데, 1년 동안 잠수 탔던 내 브런치를 구경해 주시는 분이 20여 명이나 된다니 올 한 해의 게을렀던 나에 대해 반성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저를 기다리셨던 26분의 구독자 여러분 애정합니다.. 기다리신 거 맞죠?)
그리고 얼마 전에는 60명이나 모인 스냅작가 연말파티를 갔었는데, 거기서도 내 브런치 글을 읽고 스냅 클래스를 듣게 되었다던 작가님을 만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으로 나를 팔로우해 주셨던 분들은 종종 만나 뵈었는데, 브런치를 읽은 분들은 귀하기 때문에, 소름 돋게 놀라버렸다.
아무튼 내년에는 꼭 브런치에 자주 등장해야겠다는 이야기를 구구절절 지루하게 늘어놨다.
어느새 회사를 뛰쳐나와 스냅작가가 된 지 2년이 되었다. 직장인이었을 때에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커다란 모래시계 흘러가는 것을 지켜보는 듯 지루한 느낌이었는데, 스냅작가로 살아보니 2년이 말도 안 되게 스쳐 지나갔다. 3~7월, 9~11월 성수기는 말할 것도 없고, 촬영이 줄어드는 비수기 시즌에도 보정과 상담은 계속하다 보니 일을 하나도 안 하고 온전히 쉬는 날은 많지 않았다. 물론 난 성향상 바쁘게 사는 게 더 좋은 사람이라, 나에게 예약을 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감사하기만 하다.
스냅작가를 시작하고 1년은 목표가 뚜렷했고, 그 목표들을 하나씩 전부 이뤘던 날들이었다. 예를 들어,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라든지, 예약 건수라든지, 온시록 브랜드의 방향성과 같은 목표에서 말이다. 그 목표에 도달하고 나서는 더 이상 수치적인 것에서의 목표는 세우지 않았다. 그랬더니 어떤 목표를 세워야 할지 모르고, 그저 밀려드는 촬영과 보정을 하기에 급급했던 올해가 아니었나 싶어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12월 31일에 내년 계획을 세워볼까 하는데, 사진에서는 퀄리티 면에서 폭풍 성장, 개인적인 삶에서는 건강한 루틴을 만들고 싶은 바람이다. 나는 여전히 더 잘하고 싶기 때문에. 더 잘살고 싶기 때문에. 무엇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한 해가 새롭게 시작되기 전에, 스냅작가 관련 글을 찾다가 이 브런치를 발견하신 분들이 있다면 그냥 한번 해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어디에선가 얼핏, 똑같은 물을 편의점에서 사는지, 체육관에서 사는지, 비행기에서 사는지에 따라 가격이 바뀐다는 얘기를 들었다. 살면서 자신의 가치대로 평가되지 않는다고 생각이 들면 환경을 바꾸면 된다고. 나라는 사람은 변하지 않았는데, 직장에서 사진으로 환경을 바꾸니 나는 꽤 잘 해내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한때 스스로 사회부적응자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나 자신에게 있던 문제가 아닌, 주변 환경에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때로는 도망치는 일이,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다. 대신 아주 간절히, 최선을 다해 도망쳐야 한다.
내년에도 열정적으로 도망치는 삶이기를,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