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수 없는 질주 끝에서, 이상하게도 우리는 다시 처음 자리로 돌아온 듯했다.
“파이썬은 개발자들이나 쓰는 거 아닌가요?”
그 질문을 나눴던 우리는 모두 같은 출발선에 있었다.
서로 질문하고, 서로 가르치고,
한 뼘씩 함께 앞으로 나아가던 때였다.
ChatGPT가 등장했다.
처음엔 다들 신기해했지만, 곧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거… 사람이 쓴 거 맞아요?”
그 말 한마디가 공동체를 갈랐다.
누군가는 몰래 쓰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숨기기 시작했다.
AI를 쓰는 일이 능력이 아니라 비밀이 되던 순간이었다.
Cursor가 나왔다.
“손을 완전히 놓으셔도 됩니다.”
누군가는 바로 적응했고,
누군가는 끝까지 저항했다.
같은 회의실에 앉아 있어도,
우리는 이미 각기 다른 시대를 살고 있었다.
분열은 자연스럽게 ‘독립’이라는 단어로 이어졌다.
“우리만의 AI가 필요하다.”
데이터 주권, 기술 독립, 안보.
미국도, 중국도, 유럽도, 한국도
같은 논리를 말했다.
“우리 회사 SLM을 만들겠습니다.”
기밀 보호, 차별화, 정보 통제.
회사 AI는 안전했지만, 평범했다.
결국 나는 생각했다.
“이걸로는 경쟁에서 못 이겨.”
그래서 다시 시작했다.
로컬 모델 설치,
개인 문서 학습,
프롬프트 체계 정비,
데이터 수집과 튜닝.
국가, 기업과 똑같은 결론이었다.
‘진짜 내 것’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국가는 국가대로 갈라졌고,
기업은 기업대로 따로 놀았고,
개인은 개인의 세계에 갇히기 시작했다.
서로의 AI는 서로의 나라에서 작동하지 않았다.
연결을 향하던 기술이 오히려 세계를 조각냈다.
A회사의 AI는 A회사의 사고방식만 학습했다.
B회사의 AI는 B회사의 기준만 알았다.
협업은 더 어려워졌다.
서로의 논리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내 AI는 오직 나만 이해했다.
네 AI는 오직 너만 이해했다.
회의 테이블에서
각자의 AI가 만든 보고서는
마치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것처럼 충돌했다.
예전에는 최소한 같은 교과서, 같은 뉴스, 같은 기준이 있었다.
지금은 각자의 AI가 각자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내 AI가 본 세상과
네 AI가 본 세상은
서로 닿지 않는다.
우리는 같은 현실을 살지만,
각기 다른 해석을 가지고 살아간다.
AI는 원래 연결의 기술이었다.
언어 장벽을 허물고,
지식을 나누고,
세상을 하나로 만들던 기술.
그런데 지금은
우리 사이에 벽을 세우고 있었다.
국가끼리, 기업끼리, 개인끼리.
2019년, 우리는 함께 시작했다.
2022년, 조심스럽게 각자 쓰기 시작했다.
2024년, 각자의 AI를 만들었다.
2025년, 완전히 분리되었다.
각자의 AI, 각자의 데이터, 각자의 현실.
‘각자도생의 각자는 누구인가?’
사람들끼리 각자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우리는 AI와도 각자다.
내 AI, 네 AI, 회사 AI, 국가 AI.
모두가 제각각의 세계를 구축했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된다.
나는 내 AI를 믿고,
너는 네 AI를 믿고,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없다.
소통 불가. 협력 불가. 공감 불가.
논리적으로는 위험이 보인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멈출 수 없다.
왜냐하면 모두가 달리고 있으니까.
멈추는 순간, 구세대가 되니까.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원래 각자도생의 존재였다.
과거엔 돌도끼로 각자 살았고,
지금은 AI로 각자 산다.
도구만 바뀌었을 뿐,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
이게 정말 우리가 바라던 미래였을까?
함께 배우고, 함께 성장하고, 함께 AI를 활용하는 세상 대신,
각자의 AI와 각자의 데이터와 각자의 속도로 흩어지는 미래.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예측할 수 없는 시대.
6개월 뒤도 모르는 기술.
멈출 수 없는 질주.
그 속에서 우리는 각자 달리고 있다.
각자의 AI로,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향으로.
각자도생 AI.
2019년, 함께 시작했지만
2025년, 각자 흩어졌다.
그리고 이 흐름은
아마 오래도록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