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잎으로 쌓아 올린 망부석 설화
만춘
가는 봄의 끝자락
이름 모를 나무 그늘 아래
꽃들이 찬란히 피 흘린 자리를
굳이 밟고 섰음은
때늦은 미련 때문인가
미풍도 없는 한낮
아직 젊어 진 자리에 뿌려진 매혹적인 향기는
정신마저 은은히 감싸고도는데
거미줄에 매달린 봄날 나비와도 같이
쉽게 떠나지 못하고 맴도는 나그네의 마음
핀 한 자리를 그 자리를 굳이 지켜 피고 짐으로
매운 정조 가녀린 봄기운에 은은히 배어
나그네의 발길 산만히 어지럽히지 않고
나무 그늘 그 자리를 다시 찾아와
눈물을 뿌리게 하는 너는
올해도 잊지 않고 지난 늦봄 그 자리에
순백의 순정을 다시 뿌려 놓았구나
산마루에 걸린 석양은 한 뼘 남은
마지막 이별을 아쉬워하여
새하얀 순정 뿌려진 그 위에
또다시 붉은 눈물을 뿌려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