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축제

by 조헌주



낮은 담장 따라 햇살 따스한 가을날. 정겹게도 굽은 낡은 골목길의 오후.

유리문에 썬팅 벗겨진 구멍만 한 알뜰매장은 언제나 문이 닫혀있다. 그 앞을 스핑크스처럼 발길 막아선 노인들. 바쁜 세상 여기서 유속은 느려진다.

물샐틈없이 골목을 가로막은 할배들. 매일 이곳에 출석도장을 찍는다.

지날 때마다 들어선 안 되는 날것의 언어. 이제 언어는 익혀먹지 않고 바로 신선한 회로. 식감이 쫄깃하고 싱싱하다.

“점심은 막걸리로 때워.”

얼마 남지 않은 삶들이 열심히 출석도장을 찍는 건 몇 번씩 거르다 보면 보통 출석부에서 지워지기도 잘하는 까닭이다.

그들은 항상 볼 빨간 사춘기.

젊은 날 살어음 디디듯 조심하고 소심하여 굳은살로 굳어버린 마음 술에 절여 물감처럼 풀어놓고는 하지 못하고 산 이야기들 말랑말랑하게 반죽하여 맘껏 풀어버린다.

“할 말은 하고 가야것다”

잊혔던 동심童心이 막걸리에 배어 가식이 전혀 없다.


“이리 와 젊은이 한잔해

낮술이면 어때 술 먹을 날 얼마 없어. 오늘이 잔칫날이야.

삶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니 걱정할게 무엇인가. 세상에 창고를 없애면

매일이 축제인 것을. 농경보다는 채집이 정착보다는 유목이

우리의 본모습이었지 않은가. 물은 가두지 말아 흐르게 하고

그 물처럼 매일을 축제로 즐겨보지 않으려는가 젊은이.”


동심은 심장과 같이 호흡하여 연어는 한시도 동심을 떼어낸 적이 없다. 다투어 바다로 향한 연어들의 방향만 달랐을 뿐. 그들은 다시 동심으로 거슬러 올라 한 곳에서 만났다. 삶에 부딪치며 비늘에 상처처럼

피멍 한두 개쯤 훈장으로 달고


그들은 날마다 디오니소스 축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