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발견 7

함석헌 편

by 조헌주


성악설 성선설 이야기 하지만, 함석헌은 맹자의 성선설을 씨앗이라 불렀다. 그렇게 본다면 순자의 성악설은 씨를 둘러싸고 있는 과육의 껍질과 살일 것이다. 인생은 선, 사랑, 자비, 인이라는 씨로 잉태되어 변화하는 세상의 바람 따라 과육의 살과 껍질을 달고 한 계절 살다가 다시 씨 하나 남기고 사라지는 바람과 같은 것.


함석헌은 씨를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씨를 인(仁)이라 하는 것은 천지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씨 이듯이 과일의 씨는 그렇게 요긴한 것이므로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공자님이 인(仁)을 중요하게 말씀하신 것은 그것이 인격의 핵심, 우주의 씨이기 때문이다. 씨에서 전체 나무가 나오듯이 또 나무가 다 자라서는 나중에 씨 하나를 남기듯이 인간의 모든 인격활동의 열매는 인(仁)이요, 그 인에서 또 모든 것이 나온다.

이것은 인격의 핵심인 동시에 우주의 근본이다. 그가 인을 퍽 어렵게 말씀한 것은 이 때문이다. 인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 참과 같은 것이다. 그런 지극한 자리는 말로 표시 못한다.

인이라거나 애(愛)라거나 성(誠)이라거나 진(眞)이라거나 자비라거나 글자는 달라도 내용은 마찬가지다. 맹자가 사람은 그 바탕이 다 선하다 할 때에 선이란 것은 이것이다.

어느 복숭아나 다 씨가 있어서 되는 것같이 그 껍질과 살이 다 상하고 도둑을 맞았더라도 씨만 남았으면 다시 새 나무로 날 수 있듯이 인격도 그렇다. 사람인 담엔 누구나 그 깊은 속에 인(仁)이 없는 사람은 없고 그 인이 사람의 사람된 까닭이다. 인격의 바깥 부분은 상처 나고 도둑맞고 썩을 수 있으나 인은 그런 법이 없다. 그것은 불멸체다.


함석헌 저,《함석헌 저작집 세트》, 한길사, 2009.

-「인간혁명」(제2권 『인간혁명』)





그대는 한 송이 꽃인가 잠깐 참 잠깐에 떨어질 한 송이 꽃인가 벼르고 별렀건만 기다림 없이 가는 한 송이인가

오늘 웃다 내일 아궁에 타는 꽃 지나는 바람결에 떨어지는 꽃 심술궂이 발밑에 맥없이 밟히는 꽃

그대는 피지만 피었다 지는 한 송이 향이니 아무래도 지고야 마는 이날의 냄새니, 피어, 아낌없이 흘림없이 이제 맘껏 피어

감춤은 깊었건만 내놓긴 높이높이 지킴은 좁았건만 알림은 널리널리 스며들긴 박히는 살촉같이, 적시긴 넘치는 바다같이


함석헌 저,《함석헌 저작집 세트》, 한길사, 2009.

-「그대는 한 송이 꽃」(제23권 『수평선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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