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이한 발견 8

함석헌 편

by 조헌주


인생은 유한해서 허무하다고 한다. 흔히 인생무상. 인생은 사실 유한하지 않다. 함석헌에 의하면 그렇다.

유한한 인생을 영원한 것으로 만드는 것. 그러한 마음에서 희생이라는 것도 있는 것이다. 희생은 자신의 손해가 아니라 유한을 무한으로 바꾸는 정신의 위대한 의지이며, 믿음에서 오는 확실한 자기 증명이다.

함석헌은 갈대를 통해 인생을, 영원한 삶을 시처럼 아름답게 비유하고 있다.



꺾어진 갈대를 어떻게 할까? 그것으로 피리를 하나 만들자는 말이다. 한 토막 뚫린 피리란 그것이다. 한 토막이다. 유한한 인생이다. 사람의 몸이 영원할 수는 없다. 전환을 해야 한다. 갈대로 영원은 얻을 수 없지만 음악이 되면 영원하다.

그러므로 죽으면 죽는 것을 불행으로 알지 말고 그것으로 하나의 음악적인 정신을 만들잔 말이다. 음악 소리를 내려면 속을 다 쑤셔내서 뚫리도록 해야 한다. 우리 죽음을 그 하나의 쑤셔 내는 작업으로 알자는 말이다. 죽으면 허망하다는 것은 갈대대로 영원히 있자는 어리석은 생각이다.

생명은 변화하여 한 단 더 높은 데 올라야 한다. 자라야 생명이다. 소년은 청년 되고 청년은 노년 되고 노년은 죽음 되지만 죽음은 정신화하여야 한다. 갈대 통을 뚫으면 피리가 된다. 사람이 죽어 모든 육체적인 것이 소제되면 영원 무한한 것이 그것을 통과할 수 있다. 그러면 음악이 나온다. 거룩한 숨을 마신다는 말은 그래서 했다. 사람의 ‘나’는, 나대로 길이길이 있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영원한 것, 절대의 것을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공기가 나가면서 진동이 되어야 음악이 나올 수 있듯이 우리 마음은 그 속으로 영원의 숨이 지나가야 참 생명이 될 수 있다. 그것은 차원이 다른 세계다. 그래서 높은 봉 구름 위라고 했다. 갈대 통이 비면 바람이 저절로 그곳으로 나가며 소리를 내듯이, 우리가 죽음을 잘 받아들여 우리 속을 깨끗이 비게 하면 자연 거기서 영의 음이 흘러나오게 된다. 그것은 영원한 음악이다. 하늘 곧 영원 무한에서 영원 무한으로 흐르는 노래다. 예수도 한 곡조 음이요 석가도 한 곡조 음악이다. 나의 이 노래는 그 영원한 노래의 한 연습이다.


함석헌 저,《함석헌 저작집 세트》, 한길사, 2009.

-「인생은 갈대」 (제7권 『하나님의 발길에 채여서』)




믿는 자는, 그러한 멸망의 운명을 가진 자 아니다. 우리는 회의주의자 아니다. 우리는 인생을 비관하는 자 아니다. 역사를 부정하는 자 아니다. 우리는 눈에 뵈는 어떤 모순이 있어도, 어떤 고난이 있어도, 어떤 파란이 있어도 긍정한다. 믿고 들어 간다.

세계는 존재할 만한 의미가 있고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고 역사는 지을 만한 희망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잃어도 잃지 않는 줄 알고, 패해도 패 아닌 줄 알고 죽어도 죽지 않는 줄 안다. 그리하여 우리는 영혼의 구원을 얻은 자다.


함석헌 저,《함석헌 저작집 세트》, 한길사, 2009.

-「잠깐 후에 오시는 이」(제19권 『영원의 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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