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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y Sep 04. 2024

페루 엘 그라노 데오로 게이샤 에티오피안 헤얼룸 워시드

스페셜티 커피 에세이 시리즈 # 2






시리즈의 번째 커피입니다.





페루 엘 그라노 데 오로 게이샤 에티오피안 헤얼룸 워시드

(Peru El Grano De Oro Geisha Ethiopian Heirloom Washed)



Variety: Geisha, Heirloom(Ethiopia)


Dripper: Origami



Process: Washed


Note: Jasmine / White Flower / Acacia Honey / Sweetie(Green Grapefruit) / Mandarine / Buttery (Honey Texture) / Black Tea



Information:



4m 10s

98 ℃

백산수


-


20g

pour 320g 

Ratio 1:16



TDS: 1.27


EY: 20.32


Grinding size(㎛): 1,151 - 1,242 ㎛



Review:


페루 카하 마르카 우아발 지역에 위치한 엘 그라노 데 오로의 게이샤와 에티오피안 

헤얼룸(Heirloom) 워시드 프로세싱 커피


카하 마르카(Cajamarca), 우아발(Huabal) 내의 엘 파라이소(El Paraiso) 지역에 있는 힐베르 아레발로 

에레디아(Hilber Arevalo Heredia)의 농장은 불과 2020년까지만 해도 인증된 농장이 아니었지만 

스페셜티 커피의 속성 중 하나인 지속 가능한 농법을 선택하여 환경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커피를 

생산해 왔습니다.


엘 그라노 데 오로 농장 이름을 해석하면 작은 바나나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힐베르의 아들이 좋아하는 과일이며, 농장에서 재배 중인 과일 품종 중 하나라고 합니다


그는 가족들과 공유하는 밭을 가지고 있으며 커피뿐만 아니라 콩(페루에서 많이 생산되는 퀴노아 종류로 추정)과 딸기, 당근, 무, 비트 루트, 허브, 고구마 등등 커피를 제외하고도 상당히 다양한 종류의 농산물을 함께 재배하는 꽤나 드문 형태입니다.


이러한 형태의 농업은 그들의 일상적인 삶과의 연관성 또한 있기 때문에 스페셜티 커피의 중요한 속성 중 

하나인 지속 가능성과도 연결됩니다.


우아발(Huabal)은 높은 품질의 커피 생산에 대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지역이지만 열악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산자에게 환경적 이점을 발휘할 자원과 지식 공유가 부족하여 아직 그 포텐셜을 그대로 숨기고 있는 산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개의 산에 걸쳐있는 우아발(Huabal)은 구획에 따라 기후 조건과 토양의 성질 편차가 크게 나는데 일부 지역은 붉은 아프리카 토양을 가지고 있으며 매우 높은 습도를 유지하지만, 동시에 한 편에서는 매우 건조하고 높은 온도의 기후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조건들이 다양하고 복합적인 컵 프로필을 만드는 것에 기여할 수 있게 됩니다.


산지와 가공 방식, 컵 노트 등에서 이미 필자가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긍정적인 수용성 향미 성분을 최대한 뽑아내야겠다는 것이 이번 추출의 목적이었는데 여태까지 경험해 온 바로 페루 게이샤 커피는 높은 온도에서 더욱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에 높은 추출수 온도를 가져가기 위해 평소보다 분쇄 입자 사이즈를 약 100 - 200 ㎛ 가까이 크게 설정했고(컨택 타임이 예상한 것보다 길어지더라도 부정적인 성분들이 지나치게 설계되는 것을 막기 위함) 다른 프로세싱의 커피들보다는 약 20 - 30초 정도 긴 추출 시간 비율을 가진 레시피를 설계하였습니다.


이런 의도로 설계된 레시피는 원했던 결과를 충분히 보여주었는데 페루 게이샤가 가진 특유의 복합적이면서 감성적인(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할 것 같다) 산미 톤과 단 맛이 에티오피아 헤얼룸 품종의 장점들과 

결합되어 각자가 가진 밝은 톤의 캐릭터가 잘 어우러지며 좋은 시너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초반부터 자스민과 같은 흰 꽃 계열, 아카시아 꿀과 같은 캐릭터가 느껴지는데 높은 품질의 벌꿀을 연상케 하는 농밀한 단맛과 더불어 실제로 꿀이 함유된 꽃 차를 마시고 난 후에 입술에 남는 것과 같은 기분 좋은 

진득함을 질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높은 온도에서 자스민, 아카시아 꿀로 느껴졌던 향미들은 온도가 점차 내려가면서 조금 더 밝고 가벼운 

산미 톤으로 변해가는데 잘 익은 스위티(청자몽)와 감귤 같은 뉘앙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트러스의 복합적인 산미는 TDS를 측정하는 온도인 약 23 - 30도 미만의 온도까지 상당히 뚜렷하게 지속되었고, 이후로 높은 수율에서 기인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티 라이크 한 경향, 가향된 블랜딩 티와 비슷한 질감과 향미가 함께 느껴졌습니다.


보통 커핑 노트에서 시트러스와 티 계열을 이야기하면 얼그레이를 떠올리기 쉬운데 오늘 커피의 경우, 

시트러스 과일의 껍질(베르가못 필)이 아닌 과육의 신선함과 단 맛이 홍차와 함께 느껴져 아로마 틱한 장점보다는 복합적인 단맛과 질감에 비중을 두는 가향 홍차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컵 노트로 작성한 Buttery는 앞서 언급한 꿀이 들어간 꽃 차의 텍스쳐를 표현하기 위함인데 Sticky(끈적한)로 표현하기에는 의도와 약간 다르기 때문에 그나마 비슷한 질감을 찾은 것으로 이해를 돕기 위한 개인적인 경험을 말해보자면 버터 스카치 크림을 먹고 난 후의 느낌과 가장 비슷했습니다.


물론 이 커피에는 유지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아서 완전히 같은 결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워시드 커피 인 점을 감안한다면 그 정도로 단맛과 텍스쳐가 훌륭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전에 다룬 커피들 중 하나를 예로 들자면 폰트 커피에서 판매했었던 예멘의 자디 내추럴 커피가 있는데 밝은 로스팅 포인트임에도 불구하고 크리미 한 마우스 필과 엑죠틱 한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는데 오늘 

다룬 페루 워시드 역시 그 커피를 떠올릴 만큼의 인상적인 좋은 퀄리티의 질감을 가지고 있는 커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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