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혼자 이런저런 생각도 잘하고, 상상도 끊임없이 하고, 뭔가를 한참 끄적이기도, 기록하기도 참 좋아한다.
그러던 내게 지난달 중순. 뜬금없이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 플랫폼이라는 것을 알고 정말 밑도 끝도 없이 남편과 나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플랫폼 체계도 정확히 인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잘한 글 수정도 없이 과감히 두 개의 글을 올렸고 이틀 만에 브런치 작가 승인 메일을 받았다. 사실은 크게 정성을 들인 글은 아니지만 직감적으로 한 번에 합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 사십이라는 숫자 앞에서 오래간만에 이런 합격이라는 통지가 나의 하루를 새삼 기분 좋게 만들었다. 그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몇 개 발행하지도 않은 글이 합격 통지 후 단 반나절 만에 몇 만회라는 놀랄만한 조회수를 기록하며 연신 브런치 알람이 울렸다.먼일인가 싶어 유입경로를 보아하니 몇 안 되는 글들이 연달아 다음 메인에 걸렸다. 내 글이 다음 메인에 떡하니 있다고 생각하니 그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할 수가 없다. 스크린숏을 다 찍어둘걸 그런 생각지도 못해서 뒤늦게 하나만 겨우 기록으로 담아놨다.
기세를 몰아서 2~3일에 한 번씩은 나름 꾸준히 발행했다. 최근엔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에까지 응모했다. 응모 후 다른 분들의 응모작품 글을 찬찬히 읽어볼 여유를 찾아보았다.
'맙소사!'
응모한 작가분들의 글을 하나씩 읽어나갈 때마다 나라는 사람은 막무가내식의 글 쓸 용기만 갖고 있었구나 싶었다. 그 순간 '응모 자체를 취소할까?' 더 나아가 '내 계정 자체도 아예 지워버릴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게 내 브런치는 어딘가에 표류하고 있었다. 더는 글쓰기가 힘들 것 같았다.
컨디션 난조로 쳐져 있던 지난 주말, 그렇게 침대와의 합체만으로 끝나기엔 이 화창한 가을 주말이 너무 아까워서 남편과 동네 오산천을 한 바퀴를 걸었다. 낙엽은 바짝 말라 떨어져 가고 올해도 벌써 한 해의 끝자락을 달리고 있는 것만 같고, 나이 먹으면서 이런저런 생각만 더 드는 가을 같다. 그렇게 잡생각에 빠져 걷던 중 브런치 댓글 알람이 울린다. 긴 댓글에 살짝 멈추고 찬찬히 읽어보았다.
'부부간의 상호적인 배려와 이해에 대한 내용을 글로 풀어낸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고... 남편 험담 내용은 공감지수가 높은데 남편에 대한 감사내용은 자랑질로 읽힐까 신경 쓰일 텐데...' 라며 내 글에 대한 응원의 댓글이 달렸다.
엇! 그거였다. 애초에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도.
온라인 속 누군가의 험담에 대한 내용은 공감지수도 높고, 거기에 더해 동조와 비방을 하고, 사냥개처럼 헐뜯는다. 또 결혼하면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야 할 남편이 왜 남의 편이 되어 속사포 불만만 터져 나오기만 하는지... 서로를 향한 분노가 가득한 tv 부부상담프로를 보거나 온라인의 배우자를 향한 찌푸려진 글을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씁쓸해진다. 인상 찌푸려지기만 하는 영상과 글들 속에서 나는 그저 누군가는 우리 부부의 글로 그저 미소 한번 지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부부 정이라는 걸 그저 공유하고 싶었다.
내 글에 달린 어느 분의 댓글로 다시금 글 쓸 용기를 내어보기로 한다. 그저 처음 이런저런 고민 없이 막무가내식으로 브런치 글을 쓰기 시작한 마음 정도만 기억하고, 그저 글을 다시 써보기로 다짐했다. 글솜씨가 좋지 않아도 그냥 내식대로 써봐야겠다. 요런것도 글이냐며 비웃어도 머 그냥 넘기지 뭐. 애초에 모두가 내 글에 관심을 가질 순 없는 거다. 못난 글솜씨에도 누군가는 내 글의 행간에서 공감 하나 더할 수 있다고 정도만 가볍게 생각하기로 해야겠다.
처음 무작정 나를 글을 쓰게 만들었던 주제로 꾸준히 써나가 보겠습니다. 비루하기 짝이 없는 글솜씨지만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시고 구독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